니퍼트의 완벽한 부활, 두산의 희망이 되다

입력 2015-10-1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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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더스틴 니퍼트.

승리투수는 되지 못했다. 그러나 완벽한 부활을 선포했다. 구위도, 제구도, 투혼도, 모두가 기억하던 바로 그 에이스의 모습이었다. 두산 외국인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4) 얘기다.

니퍼트는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준PO) 1차전에 선발투수로 나서 7이닝 3안타(2홈런) 6삼진 2실점으로 역투했다. 2회 박동원과 6회 박병호에게 솔로홈런 한 방씩을 맞았을 뿐, 별다른 위기조차 허용하지 않았다. 직구 최고 구속도 155km를 찍었다. 완벽하게 컨트롤된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를 바깥쪽과 몸쪽에 적절하게 사용하면서 넥센 타선을 교란했다.

다만 승리투수가 되지 못한 게 옥에 티. 7회까지 투구수 109개를 기록하면서 2-2로 동점을 이룬 8회초부터 함덕주에게 마운드를 넘겨야 했다. 그러나 두산은 니퍼트의 역투를 발판 삼아 역전극의 초석을 놓았다.

사실 니퍼트의 올 시즌은 힘겨웠다. 전에 없이 두 차례나 부상으로 전열을 이탈하면서 오랜 시간 자리를 비웠다. 그러나 시즌 막바지부터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 올렸고,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인 2일 광주 KIA전에서 6이닝 3안타 11삼진 1실점을 기록하며 완벽한 포스트시즌 준비를 마쳤다. 두산 김태형 감독이 포스트시즌의 첫 경기를 책임질 선발투수로 망설임 없이 니퍼트를 낙점했던 이유다.

니퍼트 역시 역투와 투혼으로 보답했다. 니퍼트는 6회 선두타자 고종욱의 타구에 무릎 위쪽을 강하게 맞았지만, 덕아웃에서 달려 나온 트레이너에게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다. 연습 투구를 몇 차례 해본 뒤 흔들림 없이 다시 마운드에 섰다. 스스로 가능할 때까지 경기를 책임지겠다는 다짐이었다.

동시에 니퍼트는 넥센에 대한 트라우마마저 떨쳐냈다. 넥센은 니퍼트가 2011년 한국에 데뷔한 이후 총 11경기에서 2승 6패, 방어율 6.91을 기록한 팀이다. 전 구단 가운데 상대 성적이 가장 약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순간 니퍼트는 넥센의 활화산 타선을 잠재웠다. 유격수 김재호를 필두로 한 야수들도 집중력 있는 수비로 니퍼트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키다리 아저씨’ 니퍼트가 있어 남은 가을이 더 든든한 두산이다.

잠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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