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현수의 조금 더 독한 사이다] 문수아에겐 이영표의 독한 일침이 필요하다

입력 2015-10-13 10: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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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현수의 조금 더 독한 사이다] ‘미생’ 문수아에겐 이영표의 독한 일침이 필요하다

케이블 채널 Mnet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2'에 출연 중인 문수아의 실력이 도마에 올랐다.

문수아는 지난 9일 방송된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2'에서 6번과 7번 트랙 주인공의 자리를 두고 피에스타 예지와 디스 배틀을 벌였다. 이날 문수아는 가사를 통째로 잊어버리는 것은 물론 예지의 강력한 디스 가사에 어쩔 줄 몰라하는 아마추어 같은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그러나 이날의 영구 탈락자는 문수아와 똑같이 가사를 잊어버린 길미였다. 길미와 문수아의 당락을 가린 기준점은 바로 실체 없는 '성장 가능성'이었다. 이같은 결과가 나오자 시청자들은 문수아의 합격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난 회차에서도 몇 번이나 탈락의 위기에 살아남은 문수아의 기적적인 생존력이 과연 그 '성장 가능성'이 전부인가라는 의심을 품은 것이다.


이같은 의문에 대해 일각에서는 '과열되어 있다', '대형 기획사의 반감'이라고 표현하면서 문수아가 연습생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성장을 기다려줘야 한다는 관용(?)을 베풀기도 했다.

그렇다면 문수아의 이번 생존에 의문을 품는 것이 정말 과열되어 있는 것일까. 앞서 문수아는 사전 인터뷰에서 "나이, 경력 상관없이 한 사람의 래퍼로 봐달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연습생이라는 신분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고 다른 기성 래퍼들과 같은 선상에서 평가받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즉, 문수아는 이번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2'에서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심판 받기 위해 선 것이다. 이런 가운데 몇 번이나 석연치 않은 이유로 탈락 위기에서 벗어나는 문수아를 의심하고 실력을 비판하는 것은 과열된 비난이 아니라 애정 어린 충고로 받아들여야 마땅하다.

또한 이같은 비판을 대형 기획사의 반감으로 치부하는 것도 온당하지 않다. 문수아는 이미 첫 방송 이전부터 'YG 엔터테인먼트 연습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 이는 언더 무대에도 알려지지 않은 래퍼인 문수아가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2'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그의 등장을 시청자들이 납득한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표면상으로는 회사에서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하는 연습생 문수아지만 이미 그는 눈에 보이지 않는 YG의 혜택을 입은 셈이다. 이런 혜택까지 입었다면 시청자는 당연히 스스로 힙합 레이블을 표방하는 YG 연습생인 문수아의 실력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YG라는 명성에 걸맞지 못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을 때 실망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과정이다. 왜 이를 대형 기획사에 대한 반감으로 매도하는 것일까. 오히려 대형 기획사인 YG에 대한 기대감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뿐만 아니라 문수아가 아직 나이 어린 연습생임을 강조하며 이번 실수를 눈감아 달라는 일각의 의견도 옳지 않다. 다른 랩퍼들도 소속사와 소속팀을 대표해 출연하고 있다. 냉정하고 치열한 프로의 세계는 전쟁터나 다름 없다. 결국 연기자와 가수 모두에게 실력은 전쟁터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무기다.

그럼에도 YG 측의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 아직 성장 중인 아이니까 너그럽게 봐달라"는 말은 전쟁터에서 "아직 나이 어린 이등병이니 봐달라"는 말과 다를게 없다. 이는 문수아 본인에게도 모욕이다.

분명 어느 관계자의 말처럼 문수아의 이번 '언프리티 랩스타2'는 무대에 선 것 만으로도 귀중한 경험이다. 하지만 누구나 이런 귀한 경험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 무대와 그가 쥔 마이크가 얼마나 무거운 것인지 알아야 한다.

지금의 문수아에게, 또 YG 관계자에게 마지막으로 브라질 월드컵 대표팀의 실력을 지켜본 이영표 해설위원의 말을 빌어 진심어린 충고를 전한다.


“그 자리는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다. 경험을 한 것은 상당히 좋은 의미가 있지만 결국은 증명하지 못한 것에 불과하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DB·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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