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하 “여자이름? 인생 잘 풀려요”

입력 2015-10-15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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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처럼 드라마틱한 삶을 산 사람이 또 있을까? 공황장애로 사람 앞에 나서는 것조차 어려웠던 안세하가 트로트 가수를 거쳐 지금은 안방극장의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MBC ‘그녀는 예뻤다’의 김풍호 역

트로트가수로 활동하다 2010년부터 연기
본명 안재욱 동명 연예인 있어 예명 사용
모두가 반대한 이름으로 바꾸고 더 잘돼


라면처럼 꼬불거리는 머리, 동그란 프레임의 안경, 그리고 옷 속으로 등에 항상 꽂혀있는 효자손. 게다가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까지. 한번 보면 절대 잊혀지지 않는 캐릭터다. 주중드라마를 평정한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속 안세하(26)의 모습이다. 이달 초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용팔이’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그는 조금의 공백도 없이 ‘그녀는 예뻤다’에서 김풍호를 연기하며 자신의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MBC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의 한 장면. 사진제공|본팩토리


안세하의 본명은 안재욱이다. 동명의 유명 연예인이 있어 예명이 불가피했다. 그는 “여자이름 같아 모두 반대했지만 바꾸고 나니 인생이 잘 풀린다”며 넉살좋게 웃는다.

그의 말대로 “이 정도면 연기자로서 부족함 없는 활동”을 펼쳐가고 있다. 안세하가 연기를 시작한 계기가 참으로 드라마틱하기 때문이다. 폐소공포증, 공황장애를 안고 있던 그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연기를 하고 있다.

2008년 제대 후 뉴질랜드 유학을 준비하던 안세하는 “사람들과 부딪히는 연습”을 위해 무작정 고향인 경남 창원에서 서울행 버스를 탔다. 평소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고 “발라드 가수가 꿈이었던지라” 고교시절부터 각종 가요제에 출전했던 그는 서울에서 가수 오디션 포스터를 보고는 “마흔 살 되면 후회할 것 같아” 무작정 응시했다. 기대치 않았는데 합격했다. 그렇게 유학은 까마득히 잊고 가요계에 발을 들이게 됐다.

2009년 KBS 드라마 ‘쏘울’의 OST를 불렀고, 트로트가수로도 활동했다. 그러던 중 뮤지컬 제의를 받고 한 선배로부터 ‘너는 연기를 해야한다’라는 조언을 듣게 됐다. 어느 것 하나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의 연속이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극단에 들어가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 “백화점에조차 들어갈 수 없었던” 마음의 병도 차츰 호전됐다. 작년에는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베트남에도 다녀왔다. 이제는 “1년에 2번 정도” 엘리베이터를 타거나, 육교를 건널 때 불안감이 들 뿐이다.

대부분의 지방출신 연기자들이 그렇듯 안세하도 사투리로 애를 많이 먹었다. 억양을 고치려고 부단히 노력했지만 쉽게 바뀌지 않았다. 그의 롤 모델은 양동근. 발음이 명확하지 않은 연기자 중 한 명이다. 안세하는 “발음이 좋다고 대사가 무조건 100%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감정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신만의 연기스타일을 터득한 것이다. 그리고는 혹시라도 ‘아집’으로 비춰질까 한마디 덧붙인다.

“꼭 표준어를 쓰라고 제안하시면 어떻게 해서라도 완벽하게 익힐 수 있다. 하하!”

괜한 자신감이 아니다. ‘용팔이’에서 안세하는 전라도 사투리를 썼다. 전라도 출신의 친구의 말을 녹음해 수없이 반복해 들으며 익혔고, 다행히 별다른 지적은 없었다.

외아들인 안세하는 효심 각별하다. 아버지가 등산하다 갑작스러운 심장 통증으로 쓰러진 이후 더욱 각별해졌다. 군복무를 하며 아버지에게 받은 편지가 200통이나 된다. 그의 휴대전화에는 아버지에게서 받은 하트 이모티콘과 ‘사랑한다’는 문구의 문자메시지가 가득하다.

“외모가 뛰어나지도 않고, 스타성도 없다보니, 함께 작업하자는 제의가 너무도 감사하다. 연기로 평생 먹고 살 수 있다면 언제까지나 계속 하고 싶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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