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잡한 류중일 감독, “이 없으면 잇몸으로”

입력 2015-10-2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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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선수가 해외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대형 악재에 직면한 삼성 류중일 감독(오른쪽)이 20일 대구구장에서 심각한 얼굴로 자체 평가전을 지켜보고 있다. 대구|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일부 선수가 해외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대형 악재에 직면한 삼성 류중일 감독(오른쪽)이 20일 대구구장에서 심각한 얼굴로 자체 평가전을 지켜보고 있다. 대구|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애써 야구와 관계없는 얘기를 나누다가도, 삼성 류중일(52) 감독의 얼굴은 드문드문 굳어졌다. 분위기를 밝게 바꿔보려 했지만, 착잡한 심정은 감출 수 없었다.

류 감독은 20일 대구구장에서 진행된 한국시리즈 대비 자체 청백전이 끝난 뒤 “(일부 선수들의 해외원정도박 의혹이 불거진 뒤) 사장님, 단장님과 함께 정말 고민을 많이 했다. 해당 선수들을 데리고 한국시리즈에 가도 문제, 안 가도 문제였다”며 “결국 이렇게 결론을 내렸지만, 선수 본인들이 가장 힘들 것이다.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이날 아침 일찍 일어나 숙소인 인터불고호텔 주변을 산책했다고 했다. 머리 속에 어려운 질문들이 산적해서다. ‘최근 잠을 잘 못 잔 게 아니냐’는 얘기에 너털웃음을 지으며 “잠을 잘 잤을 리가 없지 않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한창 한국시리즈를 준비하는 와중에 터져 나온 해외원정도박 스캔들. 어느 하나 귀중하지 않은 선수는 없지만, 사건에 연루된 선수들이 하필이면 마운드의 핵심 전력이다. 류 감독은 “왜 하필 이런 시기에 이렇게 안 좋은 일이 터졌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이미 선수단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다”며 “의혹을 받는 선수들이 꼭 무혐의로 판결되는 게 가장 좋은 일일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삼성은 이제 2011년 류 감독 부임 이후 가장 약한 전력으로 한국시리즈에 나서야 한다. 류 감독은 그러나 “위기일수록 더 강해야 강팀이다. 누군가가 없다고 ‘저 팀은 안 된다’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한다”며 “며칠 동안 투수코치와 계속 상의하면서 대안을 생각해봤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티는 ‘잇몸 야구’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대구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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