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할당이냐 경매냐…이동통신사 주파수 전쟁

입력 2015-10-2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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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창조과학부가 이용기한이 만료되는 주파수의 할당 기본계획안을 연내 발표할 계획인 가운데, 이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는 LTE 주파수를 회수해 경매할 경우 최종 사용자인 소비자들이 적지 않은 불편을 감수해야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이용기한 만료 주파수 놓고 대립각

SKT·KT, 소비자 편익 위해 재할당 요구
LGU+, 공정경쟁 위해 주파수 경매 주장


이동통신 시장이 ‘주파수 잡음’으로 시끄럽다. 이용기한이 만료되는 주파수를 놓고 이해관계에 따라 ‘재할당해야 한다’는 쪽과 ‘회수해서 경매에 부쳐야한다’는 쪽이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재할당과 경매를 모두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업계의 이견이 첨예하게 갈려 어떤 결론이 날 지 모르지만 정작 주파수를 최종적으로 사용하는 소비자들의 편익은 외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1200만 사용자 불편 겪을 수도”

미래부는 내년 상반기에 할당할 신규 주파수(700MHz·1.8·2.6·2.5GHz 대역)와 기존 주파수(2.1GHz 대역)에 대한 ‘기본계획안’을 연내 발표할 계획이다. 이용자가 없는 신규 주파수는 경매를 하면 되니 논란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기존에 사용하던 주파수 2.1GHz. 현재 3G와 4G로 수천만 소비자들이 사용하고 있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내년 12월 만료되는 2.1GHz 대역 100MHz는 현재 SK텔레콤이 60MHz(LTE 40MHz, 3G 20MHz), KT가 40MHz(LTE 20MHz, 3G 20MHz)를 사용 중이다. 미래부는 이 중 80MHz(SK텔레콤 40MHz, KT 40MHz)는 재할당하고, 20MHz(SK텔레콤)는 경매를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경우 SK텔레콤 LTE 서비스 이용자들이 상대적인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SK텔레콤 LTE 이용자 중 2.1GHz 대역을 지원하는 스마트폰을 통해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는 이용자는 1200만명에 달한다. SK텔레콤은 이 때문에 2.1GHz 전 대역을 당연히 재할당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속도저하를 막기 위해 신규 주파수를 확보해 대체망을 구축하더라도, 회수 시점인 2016년 말 수준의 커버리지로 회복하는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KT도 주파수 논란과 관련해 소비자 편익을 위해 재할당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 LG유플러스 60MHz 경매 주장

LG유플러스가 3G에 이용하고 있는 주파수를 제외한 60MHz 모두 경매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은 커졌다. 내세운 근거는 ‘경쟁적 수요가 있을 때 주파수를 경매한다’고 규정한 전파법 11조다.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한다. 전파법 16조에선 ‘이용기간이 끝난 주파수를 당시의 주파수 이용자에게 재할당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정부는 사용자나 사용량이 크게 줄어든 일부 주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용자 보호를 위해 기존 사업자에게 재할당해 왔다. 사용자와 사용량이 빠르게 늘고 있는 LTE 주파수의 경우엔 사용량이 줄어든 주파수나 신규주파수와 달리 경매보다는 재할당에 우선순위를 둘 수 있다는 유권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LG유플러스가 경매를 주장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후발주자들이 공정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한다는 것이다. 현재 가장 많은 LTE 주파수를 확보한 곳은 SK텔레콤으로 95MHz다. KT와 LG유플러스는 각각 85MHz, 80MHz다. 절대적 숫자로 보면 SK텔레콤이 가장 좋은 서비스환경을 갖고 있는 셈이다. LG유플러스는 특히 핵심 대역을 경쟁사가 장기간 독점해 공정경쟁 환경을 해쳤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은 이에 대해 또 하나 염두에 둘 것이 사용자 수라고 반박한다. 일반적으로 사용자가 많으면 많을수록 주파수가 많아야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할 수 있다. 현재 LTE 가입자를 보면 SK텔레콤이 1824만명, LG유플러스는 926만명이다. 두 배 가까이 차이가 난다. 주파수도 두 배를 확보해야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가 가능하다. 하지만 SK텔레콤의 가입자 대비 LTE 주파수 보유량은 경쟁사의 60∼72% 수준이다. LG유플러스와는 정반대의 의미로 사업자주파수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이 SK텔레콤 측의 주장이다.


● “재할당 하되 가격은 투명하게”

정보기술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기존에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한다고 입을 모은다. LTE의 경우 가장 빠르게 이용자들이 늘고 있는 서비스라는 점에서 기존 사업자에 주파수를 재할당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한정된 공공재인 주파수를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란 얘기다. 다만 전파법 시행령 등에 따라 매출 등 다양한 사항을 고려해 적정한 수준의 재할당 가격을 부과하는 등 투명한 정책이 수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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