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드] 가을야구 때문에…뭇매 맞는 ‘드라마 결방’

입력 2015-10-30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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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왼쪽)가 14일 야구중계로 인해 결방되면서 시청자의 원성이 컸지만, 방송사들은 국민적 관심사 등을 고려해 결방 여부를 결정한다. 26일 SBS는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최우선한다는 내부기준에 따라 ‘힐링캠프’를 결방하는 대신 월화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를 방송했다. 사진제공|본팩토리·SBS

프로야구 중계 마감시간 예측 어려워
MBC, 드라마 시간 임박해 결방 원성
SBS는 ‘힐링캠프’ 대신 ‘육룡이’ 편성


‘2015 타이어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 플레이오프 4차전이 열렸던 14일. MBC는 이날 야구중계를 위해 황정음 주연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를 결방 했다가 누리꾼과 시청자들의 엄청난 원성을 샀다. 이날 오전부터 인터넷은 드라마가 정상적으로 방송되느냐 마느냐를 놓고 뜨겁게 달아올랐고, 그만큼 결방의 대가는 혹독했다. MBC가 드라마의 정규방송 시간에 임박해서야 결방을 안내하자, 해당 공지글이 오른 프로그램의 인터넷 게시판에는 항의 섞인 비난의 글이 약 1만6000개가 올라왔다.

사실 MBC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다. 프로야구 생중계는 이미 결정된 사항이었고, 소요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은 야구경기의 특성상, 경기가 끝날 때까지 중계방송을 해야 하기 때문에 편성은 유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이날 MBC는 편성 관련 가이드라인에 따라 결방을 확정한 것이다.

MBC·KBS·SBS 등 각 방송사들이 예정됐던 정규 방송을 결방할 때는 자체적으로 만든 기준에 따른다.

우선 결방은 크게 ‘미리 예상할 수 있는 것’과 ‘예상할 수 없는 것’ 두 가지로 나뉜다.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스포츠중계나 대통령 기자회견, 총선·대선 토론 등 예정된 국가적 행사를 생중계할 때다.

이 안에서도 변수는 많다. 대통령 기자회견이나 토론, 총선·대선 결과 생방송 등은 한정된 시간 동안 진행되기에, 그 시간 안에서 방송되던 정규 프로그램을 결방하면 된다.

하지만 스포츠중계라고 해도 경기 마감시간을 예측할 수 없는 야구 중계는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다. 특히 국민적 관심이 쏠린 프로야구 포스트시즌 경기는 평일 오후에 방송되기 때문에 많게는 10개의 편성안을 마련해놓는다.

SBS는 26일 한국시리즈 1차전 중계로 ‘육룡이 나르샤’와 ‘힐링캠프’의 방송 여부를 밤 9시까지 확정하지 못했다. 당시 SBS는 “야구 경기 종료 시간대별로 다양한 편성안을 준비해놓았다”면서 “밤 9시8분 현재까지 두 프로그램 모두 결방 확정이 아니다. 경기 종료 후 후속 편성을 확정하겠다”고 공지하기도 했다.

이날 SBS는 밤 10시20분께 ‘SBS 8뉴스’와 ‘육룡이 나르샤’ 등을 차례로 방송했다. 결국 ‘힐링캠프’는 결방됐고, 대신 ‘육룡이 나르샤 따라잡기’를 대체 편성했다.

29일 SBS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육룡이 나르샤’를 결방하지 않은 이유는 내부 기준에 따라 “경쟁력 있는 프로그램을 살리기 위해서”다. 이 부분이 결방되지 않는 프로그램의 가장 우선순위다.

‘육룡이 나르샤’는 현재 월화극 1위를 달리고 있는 드라마이고, 가장 광고료가 비싼 시간대다. 그 다음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황과 이해타산 등을 계산해 결방될 프로그램을 정한다.

이런 계산이나 대체 편성방안도 필요치 않고 “무조건” 결방하는 사례도 있다. 바로 긴급재난이나 비상사태, 국가적 긴급이슈와 관련한 방송이다. 이는 예상할 수 없는 특수한 상황이다. 이땐 곧바로 정규 방송을 끊고 뉴스특보 체제로 돌입해 모든 방송을 결방한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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