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토픽] ‘졌지만 희망이…’ 최진철호 절반의 성공

입력 2015-10-3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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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은 쉽게 멈추지 않았다. U-17 대표팀 이승우가 29일(한국시간) 칠레 라세레나 라포르타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FIFA U-17 월드컵 벨기에와의 16강전이 0-2로 끝난 뒤 그라운드에 엎드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벨기에전 PK실축·수비 허점…아쉬운 패
FIFA대회 사상 첫 브라질전 승리 등 성과
이승우·오세훈 등 한국 축구의 미래 밝혀

2015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칠레월드컵에 출전한 ‘최진철호’가 16강에서 아쉽게 대회를 마감했다. 조별리그에서 빼어난 성적을 거두며 1987년 캐나다대회와 2009년나이지리아대회 이후 통산 3번째로 대회 8강 진출을 노렸던 어린 꿈나무들의 도전도 이제 막을 내렸다. 벨기에전에서 믿었던 에이스 이승우(FC바르셀로나)의 페널티킥이 무위에 그치고 수비진에서 허점을 보이는 등 조별리그에서 보여줬던 짜임새를 다시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이 크지만, 최진철호는 ‘절반의 성공’을 거두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밝게 했다.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다.

조별리그 B조에 속한 한국은 브라질과 기니를 각각 1-0으로 연파하는 등 2승1무를 기록하며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올림픽을 포함한 FIFA 주관 대회(총 36회)에서 처음으로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 승리를 거뒀고, 각급 남자대표팀을 통틀어 FIFA 주관 대회 조별리그 1·2차전 전승이란 새 역사도 썼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와도 무실점으로 비겨 조별리그 3경기 모두 무실점이란 의미 있는 기록도 세웠다. 칠레월드컵을 1개월여 앞둔 수원컨티넨탈컵에서 고질적 수비 불안을 떨쳐내지 못하며 1무2패로 참가국 4팀 중 최하위에 머물렀던 것을 떠올리면 조별리그에서 보여준 과실은 충분히 달콤했다. 2002한일월드컵에서 스리백의 일원으로 4강 신화의 한 축을 담당했던 최진철 감독의 ‘큰형님 리더십’이 조명 받은 것도 한국 축구로선 큰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이번 대회는 무엇보다 어린 선수들의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이승우는 비록 벨기에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하는 등 득점에는 실패했지만 폭풍 드리블과 센스있는 패스로 능력을 십분 발휘했다. 브라질전에서 득점포를 터뜨린 장재원과 기니의 골망을 갈랐던 오세훈(이상 현대고), 측면 공격수를 맡은 김진야(대건고)와 박상혁(매탄고)은 활발한 움직임으로 눈길을 끌었다. 의정부FC 소속의 ‘동네축구 선수’인 골키퍼 안준수의 존재는 한국 축구 저변이 과거에 비해 훨씬 넓어졌음을 보여준 좋은 예다.

하지만 이제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1987년 캐나다대회를 누볐던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과 서정원 수원 삼성 감독, 2009년 나이지리아대회에 참가했던 손흥민(토트넘) 김진수(호펜하임) 등은 이 대회를 통해 착실히 성장해 한국 축구의 레전드로, 대표팀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주변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사리진 유망주들도 많다. 칠레대회를 누빈 U-17대표팀은 한국 축구의 미래라고 볼 수 있다. 좋은 재목들을 얼마나 더 성장시킬 수 있느냐가 이제 또 다른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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