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nd 대종상영화제] 결국 대리수상영화제…반세기 역사상 최악 ‘오명’ (종합)

입력 2015-11-20 22: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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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된 촌극이었다. 제52회 대종상영화제가 결국 과반수 대리 수상으로 끝을 맺었다.

2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KBS홀에서는 제52회 대종상영화제가 진행됐다. 이날 영화제는 배우 신현준과 한고은이 진행을 맡은 가운데 KBS2를 통해 생중계됐다.

1부에는 신인 남녀배우상을 비롯해 신인감독상 인기상 해외 남우주연상 등의 수상이 진행됐다. 신인 남자배우상과 신인 여자배우상은 각각 ‘강남 1970’ 이민호와 ‘봄’ 이유영이 받았다. 두 사람은 “한국 영화계에 도움이 되는 배우가 되겠다”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봐달라”고 소감을 밝혔다.

사전에 확정된 해외 남우주연상은 순홍레이가 그리고 해외 여우주연상은 고원원이 수상했다. 음악상과 녹음상은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 김준성 감독과 ‘국제시장’ 이승철·한명환 감독의 품에 안겼다.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대리 수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상식에 출석하지 않으면 상을 주지 않겠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던 대종상영화제. 그러나 주요 시상 부문인 남녀 주연상 후보와 인기상 수상자 전원이 각종 스케줄 문제로 불참했다. 여기에 남녀 조연상 수상자들까지 참석하지 않았고 끝내 반 이상의 부문이 대리 수상을 진행되는 최악의 시상식이 연출됐다.

시작은 신인감독상 부문이었다. ‘뷰티 인사이드’ 백감독이 수상의 주인공이었지만 불참했고 함께 후보에 오른 이병헌 감독이 대리 수상했다.

이 감독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다. 백감독과 일면식도 없는데 나에게 이런 짓을 시켰다”고 난감해했다. 그러면서 그는 백감독에게 “영화 ‘뷰티 인사이드’ 정말 잘 봤다. 수상 축하한다”고 축하 인사를 전하며 급마무리했다.

이때부터 대리 수상 러시가 이어졌다. 미술상과 의상상의 수상자로는 ‘상의원’의 최경선 감독과 조상경 감독이 호명됐지만 불참 때문에 신현준이 대리 수상했다. 그는 “이럴 줄 알았다면 내가 ‘상의원’에 출연할 걸 그랬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누리꾼들의 유료·무료로 수상자가 이미 정해졌던 남녀 인기상 김수현과 공효진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들을 대신해 트로피를 받은 한고은은 “두 사람 모두 해외 일정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했다. 관객 여러분이 소중하게 뽑아주신 만큼 상을 잘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신현준과 한고은은 MC석과 무대를 오가며 총 4개 부문을 대리 수상했으며 “진땀이 난다” “숨이 찬다” 등 고충을 토로했다.

번복에 번복을 거듭한 김혜자의 나눔화합상 수상은 끝내 불발됐다. 이와 관련해 MC 한고은은 “불참 관계로 미루고 다음으로 넘어가겠다”고 말했고 김혜자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앞서 남우주연상 후보 황정민 하정우 손현주 유아인과 여우주연상 후보 김윤진 전지현 김혜수 엄정화 한효주가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전원 불참인 것. 각 배우의 소속사 관계자들은 해외 일정, 드라마 촬영, 출산 준비, 개인 스케줄 등 다양한 불참 이유를 꼽았다.

남우주연상에는 황정민이 선정됐으며 여우주연상으로는 전지현이 호명됐다. 불참한 두 사람을 대신해 황정민의 소속사 후배 강하늘과 영화 ‘암살’의 제작진이 각각 대리 수상했다. 뿐만 아니라 남우조연상 오달수와 여우조연상 김해숙 또한 불참했고 어쩔 수 없이 대리 수상했다.

최종 수상 부문이었던 최우수작품상 ‘국제시장’을 연출한 윤제균 감독은 이와 관련해 “‘국제시장’이 ‘역지사지’ 차원에서 부모님 세대와 젊은 세대가 서로 이해하는 영화가 되기 바랐다”며 “오늘 어렵게 참석한 배우들 스태프들 그리고 부득이하게 참석하지 못한 배우들 모두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서로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MC 신현준의 “대종상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영화제인만큼 영화인들이 소중히 지켜나가길 바란다”고 마지막 멘트에서도 간절한 마음이 느껴졌다.

무슨 일이 있어도 대리 수상만은 피하고 싶었던 대종상영화제. 하지만 ‘갑질’에 가까운 무리수로 인해 역풍을 맞았고 오히려 대리 수상이 난무하는 오명을 남겼다. 대종상영화제는 상처를 봉합하고 다시 화합의 장이 될 수 있을까. 영화인들과 아름답게 ‘역지사지’하기에는 서로 너무 멀어진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한편, ‘국제시장’은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남우주연상 감독상 남우조연상 녹음상 편집상 촬영상 시나리오상 첨단기술특별상 기획상 등 총 10관왕을 차지했다.


<제52회 대종상영화제 수상 명단>

▲ 최우수작품상=‘국제시장’
▲ 남우주연상=‘국제시장’ 황정민 (강하늘 대리수상)
▲ 여우주연상=‘암살’ 전지현 (대리수상)
▲ 감독상=‘국제시장’ 윤제균 감독
▲ 남우조연상=‘국제시장’ 오달수 (대리수상)
▲ 여우조연상=‘사도’ 김해숙 (대리수상)
▲ 신인남자배우상=‘강남 1970’ 이민호
▲ 신인남자여우상=‘봄’ 이유영
▲ 신인감독상=‘뷰티 인사이드’ 백감독 (이병헌 감독 대리수상)
▲ 미술상=‘상의원’ 최경선 (신현준 대리수상)
▲ 의상상=‘상의원’ 조상경 (신현준 대리수상)
▲ 남자 인기상=김수현 (한고은 대리수상)
▲ 여자 인기상=공효진 (한고은 대리수상)
▲ 해외 남우주연상=순홍레이
▲ 해외 여우주연상=고원원
▲ 음악상=‘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 김준성
▲ 녹음상=‘국제시장’ 이승철·한명환
▲ 한국영화공로상=정창화 감독·윤일봉 배우 (대리수상)
▲ 편집상=‘국제시장’ 이진
▲ 조명상=‘경성학교: 사라진 소녀들’ 김민재
▲ 촬영상=‘국제시장’ 최영환 (대리수상)
▲ 시나리오상=‘국제시장’ 박수진 (대리수상)
▲ 첨단기술특별상=‘국제시장’ 한태정 외 4명
▲ 기획상=‘국제시장’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출처|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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