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체육진흥공단 희망길벗 조철희 센터장.
도박중독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원래부터 노름을 좋아했을까. 내기능력이 탁월한 사람들일까. 중독전문가 국민체육진흥공단 희망길벗 조철희(사진) 센터장의 도움말로 도박중독자를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풀어본다.
● 도박중독자는 사교적이고 능수능란하며 근심걱정이 없는 성격이다?
영화나 소설에서 사교적이고 태평한 모습을 그린 경우가 많지만 이와 달리 조용하고 내성적인 사람도 많다. 충동적이고 감각추구적인 성향의 사람이 도박중독에 빠지기 쉽지만 그 반대 성향의 사람도 안전하지는 않다.
● 도박중독은 중년 남자에게만 나타난다?
통계적으로 중년 남자가 많지만 연령 성별 직업 계층에 상관없이 누구든 반복적으로 도박을 하고 도박에 기대하는 효과를 경험하면 뇌질환이라는 생태적 요인으로 도박중독이 될 수 있다.
● 도박중독은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평생 불행하게 산다?
도박중독은 평생 지속되는 만성질환이기 때문에 ‘완치’라는 표현을 하지 않는다. 다만 치유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요청하면 중독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깨닫게 돼 내면을 살피는 능력이 생긴다. 그 속에 다시 행복을 찾는 회복자들도 많다.
● 도박 빚만 갚아주면 도박을 끊을 수 있다?
NO. 이미 도박을 조절하는 능력이 취약해진 사람에게 돈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더욱 의존적이고 정신적인 미성숙의 나락으로 빠지게 한다. 당분간 도박에 손을 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도박하는 마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빚 청산으로 돈을 구하기 쉬워져 다시 심각한 도박중독으로 가는 지름길이 된다.
● 도박만 끊게 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 삶의 방식이나 태도, 가치관 등의 변화를 위한 노력이 없이 도박만 끊는다고 바뀌지 않는다. 때론 ‘도박을 끊었으니 내가 요구하는 이 정도는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거만한 태도를 보이도 한다. 중요한 것은 삶의 가치관이 바뀌어야 한다.
● 도박중독은 의지가 약하거나 무책임한 사람들에게 생기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도박을 하다가 점차 중독에 빠지고 그만두지 못하는 것은 의지가 약하거나 무책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도박중독은 도박을 조절할 수 있는 생물학적 능력을 잃어버린 병이다. 따라서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