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지원은 SBS 주말드라마 ‘애인 있어요’에서 여성 시청자의 꽉 막힌 속을 뻥 뚫어주는 연기로 주목 받고 있다. 오랜 연극무대 경험에 그는 “드라마 연기가 굉장히 재미있다”고 했다. 사진제공|SBS
독설로 활력과 쾌감 불어넣는 ‘신 스틸러’
주인공 받쳐주고 자극하는 역할 “재밌다”
안방극장에서 자주 보던 얼굴이 아닌데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빼어난 미모(?)를 자랑하지도 않지만 묘하게도 시선을 끌어당긴다. 안정된 연기까지 더해져 조용하게 드라마를 장악한 그야말로 ‘신 스틸러’다.
폭넓은 ‘아줌마 마니아 시청자’를 거느리고 있는 SBS 주말드라마 ‘애인 있어요’에서 최진리 역으로 사랑받고 있는 연기자 백지원(42) 이야기다. 극중 지진희의 이복누나로 나와 모든 이에게 독설을 퍼붓는다. 지진희와 김현주를 둘러싼 멜로라인이 답답하게 진행될라치면 어김없이 등장해 극에 활력과 쾌감을 불어넣는다. 시청자의 속을 시원하게 뚫어주며 일명 ‘사이다녀’로 통하고, 얄밉게 치켜 뜬 ‘도끼눈’은 상당히 인상적인 느낌을 준다.
“요즘 ‘잘 보고 있다’며 말을 거는 분들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전혀 그런 반응이 없었는데, 알아봐주니 제가 더 신기하더라. 극중 진리가 인물들 중 가장 일관적이다. 악인도 변하기 나름인데 변함없이 끝까지 못되게 구니까. 하하!”
백지원은 2012년 JTBC 드라마 ‘아내의 자격’으로 안방극장으로 처음 진출했다. 1996년 ‘떠벌이 아버지 암에 걸리셨네’를 시작으로 줄곧 연극무대에 오르다 ‘아내의 자격’의 안판석 PD와 인연이 닿아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 등에 줄줄이 출연했다.
“처음엔 안 PD가 ‘어떻게 하나 볼까?’ ‘짧은 신이니까 빨리 찍고 가자’라는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 찍고 나서 ‘재미있다’는 말을 해주는데, 뭔가 흥분됐다.”
이후 그는 드라마에 흥미를 느끼고 작은 역이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주조연이 할 역할이 따로 있다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다”고 했다.
“작가와 연출자의 의도대로 주인공을 받쳐주고 자극하는 역할이다. 어떤 상황이 닥쳤을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가 그 사람의 캐릭터인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더 주인공을 받쳐주면서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들지 고민하고 있다.”
백지원은 이런 역할에 자신의 얼굴이 “제격”이라고 했다. 한때 성형수술 제의를 받고 ‘정말 수술을 해야 하나’ 고민도 했지만, “쓸모 있는 얼굴”이라는 자신감을 가졌다.
이번 드라마도 못 생겨서(?) 출연하게 됐다고 말하며 웃는다. 진리는 시놉시스에 ‘성형을 했지만 원하는 대로 잘 안 된, 외모 콤플렉스가 심한’ 인물로 되어 있다.
“오히려 캐스팅해줘 고맙다고 했다. 재벌 2세가 모두 예쁘건 아니지 않나. 그 인물의 내면을 봤다. 다 가진 여자가 외모 콤플렉스에 시달라면 속으로 얼마나 삐뚤어진 게 많을까. 오히려 제 개성 있는 얼굴이 잘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제 눈은 핸디캡이 많다. 여배우는 쌍꺼풀이 있어야 하나 하고 고민한 적도 있지만, 꼭 그렇지만 않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백지원은 현재 전속계약을 맺자는 기획사들의 제의도 많이 받고 있다. 매니저도 없고 직접 운전해 촬영현장을 오가지만, 조만간 좋은 소식이 들릴 거라고 말했다.
“다들 전성기라고 말을 하는데, 아직 멀었다. 주연이 아니기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연기를 할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난 다음 그런 관심을 받고 싶은 것뿐이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