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말라야’-‘대호’- ‘조선마술사’ 포스터(맨 왼쪽부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NEW·위더스필름
제작비 100억 원 규모의 대작 3편의 접전이 예고된 12월 극장가는 이야기와 출연 배우를 넘어 각각이 선택한 서로 다른 장르가 벌이는 흥행 대결이다. 실화를 그대로 옮긴 ‘히말라야’, 실제 벌어진 사건에서 모티프를 얻어 허구의 이야기를 가미한 ‘대호’ 그리고 판타지 성향이 짙은 ‘조선마술사’다. 최근 한국영화가 선호하는 인기 장르란 점에서 빅3의 대결과 그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6일 나란히 개봉하는 최민식의 ‘대호’(감독 박훈정·제작 사나이픽쳐스)와 황정민의 ‘히말라야’(감독 이석훈·제작 JK필름)는 실화에서 출발한다. 물론 활용 방법은 전혀 다르다. ‘히말라야’가 실화를 그대로 옮긴 ‘팩트’에 가깝다면 ‘대호’는 일제강점기에 실재했던 사건의 분위기를 옮긴 ‘팩션’에 가깝다.
‘히말라야’의 기획은 한 편의 다큐멘터리에서 시작됐다. 제작자인 윤제균 감독은 산악인 엄홍길이 히말라야 등반 도중 사망한 후배 대원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원정대를 꾸려 떠난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TV로 보고 영화화를 결심했다. 그렇게 황정민은 엄홍길 역을, 정우는 고 박무택 대원 역을 맡았다. 모두 실존인물이다.
황정민은 “엄홍길이란 이름의 무게에 눌렸다”며 “내가 엄홍길 대장이 아닌데 그저 흉내만 낼 수도 없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역사 속 실존인물이 아닌 지금도 대중과 소통하는 산악인을 연기해야한다는 부담 탓이다. 그래서 찾아낸 방법은 “산을 대하는 태도를 닮자”는 선택이다.
반면 ‘대호’는 실화에서 모티프를 얻은 영화. 일제강점기 일본이 호랑이와 표범 등의 맹수를 없애려고 벌인 해수구제사업이 소재다. 제작진은 당시 일본이 남긴 책 ‘정호기’를 통해 얻은 정보를 토대로 이야기를 완성했다.
박훈정 감독은 “호랑이는 우리 민족에게 친숙하면서도 동경의 대상이고 그래서 마지막 호랑이의 모습을 담아내고 싶었다”며 “지리산이 아닌 경주에 남은 호랑이가 마지막이었지만 픽션을 가미했다”고 밝혔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택한 ‘조선마술사’(감독 김대승·제작 위더스필름)는 정통 사극이 아닌 판타지의 성격을 가미했다. 주인공 유승호는 조선에서 활약하는 마술사이자, 양쪽 눈동자의 색깔이 다른 ‘오드 아이’라는 설정이다.
영화는 소설가 김탁환 작가가 고안해낸 허구의 이야기다. 제작진은 김 작가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마술사의 이야기를 구상하는 아이디어에, 책 출간 전 영화화를 추진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