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방 ‘∼전해라’시리즈의 힘…25년 무명가수 이애란 ‘인생역전’

입력 2015-12-07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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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가수 이애란. 사진출처|MBC 무한도전 방송 캡쳐

이모티콘 판매 불티·유튜브 210만건 돌파
‘무한도전’ 등 예능 출연…행사료 6배 껑충

“나 떴다고 전해라!”

부하직원이 보낸 ‘회사에 못 간다고 전해라’라는 문구가 적힌 메신저 이모티콘에 당황해선 안 된다. ‘늦게 집에 가니 재촉 말라 전해라’라는 남편의 메시지에도 분노하지 마라. 낯선 여가수의 모습이 담긴 사진과 함께 이런 메시지나 이모티콘을 받는다면, 당신은 최신 유행의 한 흐름에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는 ‘전해라’ 시리즈. “육십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아직은 젊어서 못 간다고 전해라/칠십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할 일이 아직 남아 못 간다고 전해라…”라고 노래한 ‘백세인생’이 일으킨 유행이다. 그 주인공, 무명의 25년 세월을 보낸 트로트 가수 이애란(사진·‘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이다.

이애란은 자신의 공연 모습이 담긴 일명 ‘짤방’(짤림 방지)과 ‘백세인생’의 노랫말을 인용한 다채로운 문구가 확산되면서 집중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 인터넷 게시판에 올린 글이 삭제될 수 없도록 클릭수를 높이려 일부 누리꾼이 재미 삼아 올린 동영상 덕분이다. 그는 6일 오후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어리둥절하다”며 웃었다.

실제로 그의 ‘짤방’은 인터넷 메신저 이모티콘으로 만들어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성인가요 프로그램 출연 동영상은 6일 현재 유튜브에서 조회수 210만건을 넘어섰다. 또 5일 MBC ‘무한도전’에 이어 KBS 2TV ‘해피투게더’ 등 예능프로그램에도 출연한다.

“행사 출연료도 최근 6배나 뛰어올랐다”며 그야말로 ‘인생역전’의 짜릿함을 맛보고 있는 그는 그 사이 과로한 탓에 6일에도 병원에서 링거를 맞고 있었다. 이애란은 “힘들었던 옛날을 생각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라 그저 감사하고 행복할 따름이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짤방’을 “지인들이 보내줘 알게 됐다”면서 “아홉살짜리 조카도 ‘선물 사 달라고 전해라’라고 말하더라. 처음엔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사진이 부끄럽기도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준다기에 위안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누군가에게 전달하는 말투(가사)가 특이하고 재미있어 따라하는 것 같다”고 나름 분석했다.

1990년 KBS 1TV 드라마 ‘서울뚝배기’ OST로 데뷔해 오랜 무명의 시간을 보낸 그는 “아직 갈 길이 멀었다 전해라”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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