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예지, ‘갓예지’가 되기까지 걸린 시간 ‘무려 9년’

입력 2015-12-10 09:3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 첫날 녹화만 40시간… 5kg 감소에 성대결절까지
◆ “‘미친개’는 정말 ‘미친개’처럼 탄생했어요”
◆ “‘갓예지’ 대신 ‘미친개’로 불러주세요”

인기 예능에서 새로운 스타의 탄생은 이제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지난 1월 시작된 ‘언프리티랩스타’는 여성 래퍼들의 경연으로 뜨거운 반향을 일으켰다. 이어 방송된 시즌2는 효린, 유빈, 길미 등 실력과 인지도를 두루 갖춘 출연자들로 더욱 독한 경연이 펼쳐졌다.

시즌1에서 치타, 제시, AOA 지민이 화제의 중심에 섰다면 시즌2에서는 피에스타의 예지가 새롭게 주목받았다. 인지도 부족과 영구탈락 위기를 오로지 실력으로 이겨낸 점이 주효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캐릭터로 미운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난 예지를 직접 만났다.

“평소 할 말 하는 성격이라는 걸 멤버들이 잘 알아요. 아무래도 방송이니까 괜찮겠냐고 물어보긴 했어요. 사실 녹화 때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오로지 나의 판단으로만 말과 행동을 했죠. 어차피 각오하고 했던 입장이라 그 결과는 스스로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시작할 때도 마친 지금도 후회는 전혀 없어요.”


◆ 첫날만 40시간 녹화… 5kg 감소에 성대결절까지


‘언프리티랩스타 시즌2’에 출연한 피에스타 예지는 두 달간 롤러코스터 같은 시간을 보냈다. ‘센 언니’로 첫 등장한 예지는 영구탈락 위기를 넘기고 극적으로 생존했다. 수아와 라이벌로 등장해 진흙탕 싸움을 하는가 하면 ‘미친 개’를 통해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그는 방송 직후 달라진 위상에 감사한 마음이 앞섰다.

“방송 하는 동안 밖에 나갈 일이 없어서 따로 느끼지 못했어요. 이후에 밖에서 친구들과 만나고 가족들과 외출했을 때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셔서 이상하면서도 좋았어요. 사실 촬영이 다 끝나고 1주일 동안은 미친 듯이 먹고 자기만 했거든요. 그래서 ‘언프리티’ 할 때는 5kg이 빠졌는데 다시 2kg이 쪘어요.” (웃음)

녹화당시 수없이 이어지는 강행군 속에서 예지는 성대결절이 올 정도로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그럼에도 아픈 내색조차 하나 없이 매번 열정적인 무대를 선사했다.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조건이 모두 같았기에 피하지 않고 무조건 이겨냈다.

“사실 ‘언프리티’ 출연제의가 왔을 때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어요. 그래도 연습생, 댄서 시절 꿈을 가지고만 있었던 시간이 너무 길어서 ‘나 자신에 대해서 후회 없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었죠. ‘나의 한계와 가능성은 어디까지일까’ 이런 생각을 하다가 ‘이왕이면 제대로 해보자’고 결정했어요.”

실제 녹화장은 ‘폭풍전야’같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적막감 가득한 고요한 분위기 속 첫만남에서 활활 타오르는 디스전 무대까지 한시도 여유를 부릴 수 없다.

“첫 날 촬영만 40시간을 녹화했어요. 현장에는 발이 쳐져 있어서 스태프도 카메라도 전혀 안 보여요. 남녀불문하고 모르는 사이에 같은 직업을 가진 자들이 경쟁하는 프로그램이잖아요. 초반에는 처음 만난 사이니까 조심스러웠어요. 첫 인상은 다 좋았고 너무 화기애애했죠. 대결구도가 생기면서 분위기가 바뀐 것 같아요. 싸우러 나왔다기보다는 경쟁 프로그램에 나온 거니까 양보 대신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이 앞섰죠.”


◆ “‘미친개’는 정말 ‘미친개’처럼 탄생했어요”


‘언프리티 랩스타 시즌2’ 시청자들은 예지가 영구탈락 위기에서 내놓은 곡 ‘미친개’에 크게 열광했다. 그만큼 당시 상황은 극적이었고 많은 이들은 예지의 상황에 몰입했다. ‘미친개’는 30분 만에 완성됐다는 사실이 또 한 번 놀랍다.

“14살 때부터 댄서 3년에 연습생 3년을 하고, 데뷔만 하면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데뷔하고 3년이 흘렀는데 계속 연습생처럼 있더라고요. 그렇게 9년을 하다 보니 ‘이게 맞는 건가?’ 생각이 들었고 그 마음을 ‘미친개’에 그대로 담았죠. 마침 비트메이커 한 분이 올린 비트 제목이 ‘CRAZY DOG’였어요. ‘이건 바로 내 꺼다’는 느낌이 왔고 그 자리에서 30분 만에 썼어요. 탈락자 미션에서 제 분노와 겹쳐서 나올 줄 몰랐어요. ‘미친개’는 그렇게 정말 ‘미친개’처럼 탄생했어요”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은 흐름은 함께 출연한 수아와의 라이벌 구도를 통해 극대화됐다. 방송뿐만 아니라 외적으로도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금수저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남을 신경 쓰면 정작 내 음악을 못한다고 생각해요. 많게는 3일, 적게는 하루 동안 비트에 가사를 써서 외어야 하는 입장인데 나 말고 누구를 신경 쓰겠어요. 라이벌에 신경 쓰기보다는 주어진 디스전에 충실했을 뿐이에요. ‘해야 한다면 제대로 하자’가 모토라서 디스전에 많이 몰입한 것 같아요. 실제로 시작 전에 수아한테 어차피 할 거면 세게 싸우자고 이야기도 했어요.” (웃음)

의외로 예지가 가장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때는 ‘미친개’를 부른 시점이 아니었다. ‘쇼미더머니’ 참가자들과의 대결구도에서 여성 래퍼로서 1등을 차지했을 때가 가장 기뻤던 순간이었다.

“그때가 전체를 통틀어 가장 기분이 좋았어요. 원래 덤덤해서 4번 트랙을 탔을 때도 크게 반응을 안했는데 여자 1등 발표에 방방 뛰었어요. 방송 나가고 ‘내가 왜 그랬지?’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그 때가 가장 기쁘지 않았나 싶어요. 항상 재밌게 하자는 마음이고 무대를 잘 기억 못하거든요. 근데 그 때 무대가 가장 재밌었어요.”


◆ “‘갓예지’ 대신 ‘미친개’로 불러주세요”


내년 1월 발매를 목표로 준비 중인 예지의 첫 솔로 앨범에도 ‘미친개’의 편곡 버전이 수록된다. 프로그램에서 함께 출연한 래퍼 산이가 피처링을 맡아 새롭게 재해석될 예정이다.

“원곡보다는 많이 순화해서 나오지만 그래도 19금을 달고 나올 것 같아요. 심의도 통과하지 못할 것 같네요.(웃음) 어차피 각오하고 궁금해 하던 부분이니까 공유하자는 느낌으로 냈어요. 1월에 나올 앨범은 라이머 오빠가 프로듀싱을 보고 있어요. 너무 뻔한 음악이 되지 않게 만들기 위해서 계속 상의하며 준비하고 있어요.”

예지는 솔로활동 준비와 함께 피에스타 앨범 준비도 병행 중이다. 방송 처음부터 끝까지 래퍼 예지를 응원해준 피에스타 멤버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연기를 좋아하는 멤버 재이는 드라마 준비 중이고 차오루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끼를 표출할 예정이다. 단순 ‘아이돌 래퍼’가 아닌 ‘피에스타의 래퍼 예지’를 꿈꾸는 그가 보여줄 음악적 열정은 이제 시작이다.

“‘갓예지’라고 불러주시면 너무너무 좋은데 어떤 반응을 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차라리 나를 만나면 ‘미친개다, 쟤 미친 애 아냐?’ 이렇게 불러주시는 게 더 편해요. 제 이름 옆에 감히 신(갓)을 올리는 게 죄를 짓는 거 같거든요. (웃음) 시즌3에는 누가 또 나올까요? 벌써부터 기대가 커요”

동아닷컴 장경국 기자 lovewit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로엔엔터테인먼트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