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 매치업!③]‘히말라야’ 황정민 “해답은 결국 사람이었다”

입력 2015-12-16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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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민은 영화 ‘히말라야’를 위해 프랑스 몽블랑 산맥을 올랐다. 위험한 순간을 이겨내며 무사히 촬영을 마친 그는 영화가 전달하려는 “동지애 그리고 책임감”을 새삼 깨달았다. 스포츠동아DB

■ 무비 매치업|‘대호’ 최민식 vs ‘히말라야’ 황정민

이보다 막강한 대결은 일찍이 없었다. 배우 최민식(53)과 황정민(45)이 16일 극장가에서 불꽃 대결을 벌인다. 주연영화 ‘대호’와 ‘히말라야’를 갖고서다. 이들의 연기는 더는 논할 대상이 아니다. 최근 출연작마다 폭넓은 관객의 선택을 받았다는 사실에서 대중이 이들을 얼마나 신뢰하는지 엿볼 수 있다. 개봉을 앞둔 두 배우를 차례로 만났다. 영화를 선택한 이유, 관객에게 전하고픈 메시지가 분명했다.




● 영화 ‘히말라야’ 황정민

“히말라야 앞에 서면 아등바등 사는 내가 초라했다.
‘히말라야’는 선배로서, 주연배우로서,
책임감과 의연함을 일깨워 준 기회였다”


배우가 영화를 찍으면서 “생과 사”를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 자신의 것을 내던질 때 겪을 법한 순간이기도 하다. 황정민에게 영화 ‘히말라야’(감독 이석훈·제작 JK필름)의 현장이 그랬다.

황정민은 프랑스 몽블랑 산맥에서 ‘크레바스’(빙하로 생긴 깊은 틈) 장면을 촬영하던 때를 돌이켰다. 앞서 네팔에서 촬영하려던 장면이지만 날씨 탓에 고전하다 급히 몽블랑으로 장소를 옮겼다. 황정민은 “촬영 마지막 날 우리가 원하던 흐린 날씨가 찾아왔고 신나서 산으로 향했다”고 떠올렸다. 하지만 몽블랑 관리소 측은 입산을 불허했다. 안전사고 위험 탓이다.

“어떠한 사고가 나더라도 전부 우리 책임이라는 각서를 썼다. 스태프 80명이 마치 굴비를 엮듯 밧줄로 서로서로 몸을 묶었다. 그렇게 산에 올랐고 사고 없이 돌아왔다.”

황정민은 “바로 그때 동지애를 느꼈다”고 했다. 그렇게 ‘히말라야’는 “선배로서, 주연배우로서, 또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책임감과 의연함을 일깨워 준 기회”가 됐다.

영화는 널리 알려진 실화가 바탕이다. 산악인 엄홍길이 2005년 동료들과 ‘휴먼원정대’를 꾸려 히말라야로 향하는 이야기다. 오랫동안 등정을 함께했던 후배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나선 길이다. 황정민은 엄홍길 대장 역이다.

“돈을 내고 영화를 보는 관객에게 우리가 뭘 보여줘야 할까. 그 해답은 결국 ‘사람’이었다. 영화가 다큐멘터리와 다른 이유다. 그 해답을 찾는 순간, 제작은 일사천리였다.”

막상 촬영은 예상보다 힘겨웠다. 황정민은 “참고할 만한 것들이 전혀 없다보니 마치 뒤통수를 맞은 기분마저 들었다”고 했다. 엄홍길과 몇 차례 만나 술잔을 기울였지만 아무런 조언도, 경험도 듣지 못했다. 촬영을 시작하고나서야 황정민은 엄홍길의 속내를 조금씩 이해할 수 있었다.

“(엄홍길)대장님이 산에서 굉장히 외로웠겠구나. 나 역시,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는 생각을 촬영 내내 했다.”

정상 등반보다 도중에 내려와 막걸리와 파전을 주로 즐겼던 과거의 황정민은 이제 산을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

“실제로 히말라야 앞에 서면 이루 말할 수 없는 인간의 초라함이 느껴진다. 아등바등 살아가는 내가 초라했다.”

요즘 황정민이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소처럼 일한다’는 것이다. 올해 여름 ‘베테랑’으로 1300만 흥행 성과를 거두고 얼마 지나지 않아 ‘히말라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 또 다른 영화 ‘검사외전’ 촬영을 마쳤다. 게다가 18일부터 연출과 주연을 맡은 뮤지컬 ‘오케피’로 무대에 오른다. 바쁜 일정이지만 이를 대하는 그의 마음은 단순하다.

“남들보다 잠 덜 자면 가능하다”는 말.

“일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내가 배우로서 살아 숨쉬고 있다는 느낌이 드니까.”

내년 일정도 거의 찼다. 악역 변신을 예고한 영화 ‘아수라’의 촬영을 1월 마무리하고 봄부터는 ‘베테랑’의 류승완 감독과 다시 손잡은 영화 ‘군함도’ 준비에 돌입한다.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가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역사를 오롯이, 정확하게 판단해 다가가려 한다. 흑백논리가 아니라, 정확한 현실을 영화로 보여주고 싶다. 봄쯤, 취재를 위해 군함도로 간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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