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Q900 정숙성·승차감·안정감…‘항공기 1등석’ 안 부럽네

입력 2015-12-2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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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의 글로벌 브랜드 ‘제네시스’의 야심찬 첫 모델 ‘EQ900’. 3.3 터보엔진의 넘치는 파워, 유럽 명차를 압도하는 정숙성과 승차감으로 사전계약 한 달 만에 1만5000대를 돌파하는 등 시장반응이 뜨겁다. 사진제공|현대차

■ 제네시스 EQ900 3.3터보 시승기

신장·체중 입력 최적 시트 포지션 자동
시속 120km 풍절음·로드 노이즈 없어
고속 코너링에서의 차체 안정감도 만족


현대차의 글로벌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모델인 대형 럭셔리 세단 ‘EQ900’의 경쟁 상대는 유럽 럭셔리 세단이다. 벤츠, BMW, 아우디 등 전통의 강호를 상대하기 위해 제네시스가 집중한 것은 한국 도로 상황에 맞는 정숙성과 승차감, 그리고 자율 주행기능이다. 시장 반응은 뜨겁다. 사전 계약 한 달만에 1만5000대를 돌파했다. 개인 고객은 34%로 기존 에쿠스 모델보다 11% 늘었고, 평균 구매 연령층은 55.1세로 2.2세 더 젊어졌다. 또 제네시스 구매자 중 수입차를 보유한 고객은 20%까지 늘었다. 수입 대형 럭셔리 세단의 확실한 대항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고객들이 먼저 알아본 것이다. 17일 서울 광장동 W호텔에서 남춘천 로드힐스 클럽하우스까지 왕복 140km 구간에서 제네시스 EQ900의 주력 모델인 3.3터보를 시승했다.

앞좌석 내부-스티어링휠-기어 박스 뒷좌석 공간 (왼쪽 상단에서 시계방향으로)



● 정숙성과 승차감은 유럽 명차 압도

시승을 위해 제네시스 EQ900에 올라 가장 먼저 한 것은 스마트 자세 제어시스템의 조작이다. 신장과 체중, 앉은키를 입력하면 최적의 시트 포지션을 자동으로 잡아준다. 독일척추건강협회로부터 인증 받은 시트다. 차에 대한 첫 인상부터 제네시스가 추구하는 인간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이탈리아 가죽 가공 브랜드와 협업했다는 최고급 나파 가죽시트의 질감도 만족스럽다. 뒷좌석은 더 호화롭다. 개별 모니터와 각종 엔터테인먼트시스템, 휴대폰 무선 충전장치는 물론 항공기 1등석을 분석해 그대로 재현한 시트의 착좌감은 대형 럭셔리 세단을 타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준다.

본격적인 주행을 시작했다. 저속 시내주행에서부터 고요함과 부드러움에 감탄사가 나온다. 시내 곳곳에 있는 방지턱을 넘을 때도 충격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시속 30∼50km로 주행해도 마치 평지인 듯 부드럽게 방지턱을 타고 넘는다. 60∼80km로 시내 구간을 빠져나갈 때까지 엔진 소음은 거의 들을 수 없을 만큼 정숙했다. 정숙성은 고속도로에서도 이어졌다. 시속 120km까지 속도를 끌어올려도 고요함은 변함이 없다. 특히 터널 구간에서도 풍절음과 터널 소음, 로드 노이즈가 거의 들리지 않는 것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제네시스는 BMW의 고성능차 개발총괄책임자인 알버트 비어만을 영입해 완성한 차다. 비어만이 가장 집중한 것도 바로 이 정숙성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정숙성을 목표로 개발했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제네시스에는 승차감과 정숙성을 만족시키기 위해 새롭게 개발한 어댑티드 콘트롤 서스펜션이 장착되어 있다. 내장형 밸브가 적용되어 있는데, 응답성이 빨라 한국 지형의 다양한 상황에서 노면 상황에 곧바로 반응한다. 도어에는 3중 차음장치, 모든 유리는 차음 유리를 적용해 정숙성을 끌어올렸다. 휠도 특별하다. 휠 가장자리에 공기층이 있어, 소음과 진동을 잡아주는 중공 알로이 휠을 통해 소음을 잡았다. 전체 주행 구간에서 도로 소음을 거의 느낄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3.3터보 엔진의 넘치는 파워와 인상적인 자율주행 기술

제네시스에 적용된 3.3 터보엔진은 최대출력 370마력, 최대토크 52.0kg.m의 파워를 낸다. 2톤이 넘는 거함을 움직이기에는 전혀 부족함이 없는 수치다. 실제 고속주행에서는 제원표상의 성능보다 더 뛰어난 기민함을 자랑했다. 터보렉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가속 페달을 밟는 만큼 부드럽게 쭉쭉 뻗어나간다. 실용 가속 영역인 80∼120km 구간의 가속력과 응답성은 유럽 명차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단단한 차체 강성 덕분에 고속 코너링에서의 과감한 움직임에도 차체의 안정감은 잘 유지된다. ‘쇼퍼 드리븐(chauffeur driven·기사가 모는 차)’으로는 물론 직접 운전하는 오너 드라이버용 차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차다.

EQ900 계기반의 최고 속도는 260km다. 시승 중 일반 도로에서는 최고속도까지 끌어올릴 수 없었지만, 11월 모하비 주행 시험장에서 직접 경험한 바로는 250km까지 꾸준하게 가속이 된다. 또한 한계 속도에서도 풍절음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정숙성이 유지되며 차체의 흔들림이나 불안함도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안정감이 높다는 것이 EQ900의 매력이다.

제네시스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도 놀라웠다. 속도와 앞차와의 간격을 세팅해 놓으면 고속도로 상에서는 차가 스스로 앞차를 따라가며 핸들을 돌리고 가감속을 스스로 해 주행한다. 운전자는 그저 가볍게 핸들 위에 손을 올려놓으면 된다. 핸들에서 손을 떼면 20초 후에 해제된다. 아직 완벽한 자율 주행 기능은 아니지만, 향후 다가올 자율 주행차 시대를 앞서 경험해 볼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유럽 명차와 비교해 출발 단계인 브랜드 이미지는 아직 낮지만, 정숙성과 승차감, 소재의 고급감과 마감의 디테일, 첨단 주행 기능과 정숙성 만큼은 세계 최고 수준에 근접해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젊어진 이미지도 긍정적인 요소다. 다만 실내외 디자인에서 ‘이것이 제네시스 스타일’이라고 말할만한 독창성을 느낄 수 없었다는 점은 아쉬웠다.

춘천|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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