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하고 무의미한 가요대전 ‘그냥 인기가요로 대체하죠?’ [종합]

입력 2015-12-2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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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무대의 음향은 말 그대로 최악이었다. 사진|방송갈무리

해마다 반복되는 문제점이 어김없이 올해도 반복됐다. 이쯤 되면 '가요대전'의 존속 여부자체가 논의돼야 할 수준이다.

SBS는 2015 SAF(SBS AWARDS FESTIVAL)의 첫 시상식인 ‘가요대전’을 27일 코엑스에서 개최했다.

‘어워드 페스티벌’이라는 명칭에 맞춰 2014년 8년 만에 시상부문을 부활시킨 ‘가요대전’이었지만, 2015년에는 특별한 공지 없이 시상식을 다시 폐지해 연말 축제 형식으로 진행됐다. 어쩌면 여기서부터 불길한 기운이 감지됐을지도 모르겠다.

일단 2015 ‘가요대전’은 파격적인 시도나 새로운 무대보다는 안정감에 중심을 둔 듯, 무대도 진행도 무난하게 진행됐다.

문제는 무난함이 지나쳐 지루할 정도로 뻔하고 평범한 가요축제가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자칭 ‘리미티드 에디션(Limited Edition)’이라고 이름붙인 한정무대를 준비하긴 했지만 하나의 예외도 없이 모든 무대가 엇비슷한 아이돌 그룹끼리의 유닛 결성이나, 노래 같이 부르기 정도의 뻔한 구성과 어디서 본 듯한 형식으로 '한정판'이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했다.

김광석과 김현식, 유재하 등을 추모하는 트리뷰트 무대도 진행됐지만, 그 의미는 있을지 몰라도 이미 수많은 가수들이 부른 버전이 산더미 같이 쌓인 이들의 노래가 특별하게 와 닿을 리가 없었다.

MC로 나선 신동엽과 아이유는 연예계 대표 입담꾼과 타고난 강심장의 만남답게 안정적이고 차분한 진행을 선보였으나, 재치 넘치는 발언과 순발력이 장점인 신동엽의 특기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수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지루하고 식상한 무대가 이어지는 와중에 ‘가요’와 관련된 방송이 맞는지 의심이 들게 할 정도로 무너져버린 음향은 ‘가요대전’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었다.

코엑스가 반향이나 밸런스를 잡기 힘든 공간이라고는 하지만, 끔찍한 수준의 라이브 사운드와 전혀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MR과 마이크 음향, 도를 넘어선 에코 등은 힘들게 준비한 무대의 가치를 떨어트렸다.

싸이의 무대는 ‘가요대전’ 한정이라고 홍보했지만 사실 단독 콘서트의 녹화영상으로, 싸이의 콘서트는 25일 V앱으로도 중계됐다. 사진|방송갈무리


그 와중에 음향이 괜찮았던 마지막 싸이의 무대는 '가요대전'에서 준비한 무대가 아니라 24일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자신의 단독콘서트 녹화 영상이었다.

그나마 음향을 일관되게라도 유지했으면 공연장의 특성 때문이라는 핑계라도 댈 수 있었겠지만, 2부 시작당시 MC 아이유의 멘트가 일부 스피커에서 들리지 않고 엑소의 ‘Call Me BABY’ 무대에서 전체 음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거나 마이크의 음량이 작아지는 등의 ‘사고’들은 변명의 여지마저 지워버렸다.

이밖에도 각 가수별로 ‘차등 지급’된 무대 시간과 연말 가요축제임에도 별도의 인터뷰를 거의 진행하지 않고 오직 무대만을 쫓기듯이 이어가는 모습들은 팬들의 불만과 피로도를 더욱 상승시키는 요인이 됐다.

오죽했으면 3시간이 넘게 진행된 2015 ‘가요대전’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단 1초 만에 지나간 AOA 설현의 키스 재연 장면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설현의 이 모습이 사실상 2015 가요대전의 하이라이트였다. 사진|방송갈무리


사실 무대의 식상함과 음향의 부실함 등은 해마다 제기된 문제점으로, 매년 똑같은 지적에도 지겹도록 고쳐지지 않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같은 지적이 해마다 반복되는 이유는 있다. 이른바 ‘메이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아이돌 그룹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는 출연진은 그 나물에 그 밥일 수 밖에 없고, 또 하루도 아닌 단 몇 시간의 무대를 위해 수억, 수십억의 음향설비를 투자하기에는 비즈니스의 논리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결국 대규모의 전문 공연장을 갖추고, 아이돌이나 음원차트에 편향된 출연진이 아니라 각 장르별로 다채로운 출연진을 구성하지 않는 이상 ‘욕하면서 보는’ 시상식은 해마다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가요대전'은 하지 않는 편이 주최 측도, 보는 쪽도 오히려 속이 편할 듯하다.

2016년부터라도 SBS는 무의미한 ‘가요대전’을 폐지하고 그냥 ‘인기가요’의 연말특집으로 대체할 것을 추천한다.

이 많은 가수들을 모아놓고 안 하느니 못한 꼴이 되고 말았다. 사진|방송갈무리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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