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여배우다!②] ‘최고 여배우’ 전도연 “최선과 열정…나를 태웠다”

자신의 선택에 확신을 갖고 최선과 열정을 다 했다는 배우 전도연. 영광을 누렸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으며 여전히 독보적인 여배우로 자리하고 있다. 동아닷컴DB

다시 여배우다｜영화제작자 20인 설문조사

“화려하게 보이는 이면에서 힘들다는 말을 할 수 없다. 공주처럼 보여야 하니까. 예뻐야 하니까.”

1970년대 ‘고교얄개’ 시리즈 등으로 발랄하고 깜찍한 이미지를 발산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은 배우 강주희. 이제는 은퇴한 그가 2009년 여배우들의 솔직한 속내를 들여다본 SBS 스페셜 ‘여우비(女優悲)’에 출연해 한 말이다. 일반적 편견의 뒤에 감춰진 여배우들의 아픔이다. 하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그렇게 이미지가 소비되길 원하는 그들의 욕망은 아닐까.

여배우! 그들은 “(작품 혹은 배역을)선택받아야 선택할 수 있다”(엄지원, 위 다큐멘터리)고 말한다. 남성중심적 사회와 남성이 주도하는 문화적 환경 안에서 그들의 설 자리는 여전히 작아 보인다. 최근 몇 년 사이 그런 징후는 더욱 뚜렷해졌다. 다양한 한국영화의 한 축을 든든히 책임져야 할 여배우의 존재감은 남성 위주 영화의 강세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스포츠동아가 20인의 영화제작자들에게 그 원인과 대안을 물었다. 이들이 꼽은 역대 가장 뛰어난 활약상을 보여준 여배우와 내년의 유망주는 이 시대 여배우들의 또 다른 희망일 터이다. 여배우! 파이팅!

■ 한국영화 역대 최고의 여배우 1위

원톱영화 가능케 한 여배우·韓영화 성장의 주인공
전도연 “다양한 작품 통해 소통하는 배우 되겠다”

“나를 바쳤다!”

한국영화 역대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여배우로 꼽힌 전도연은 배우로서 지나온 시간을 이렇게 돌이켰다. “지금까지 앞만 보며 달려왔고 내 선택에 확신을 갖기 위해 최선과 열정을 다했다”는 짧은 말은 관객이 지켜봐 온 바, 허사(虛辭)가 아님에 분명하다.

1997년 ‘접속’ 이후 “올곧이 배우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어떤 캐릭터든 변화무쌍”(최윤진 영화사 꽃 대표)했던 그는 순수함과 치정의 멜로를 넘나들며 사랑했다. 때로는 액션과 판타지를 뛰어넘어 먼 과거 속에서 이내 단아한 여인이 되었다. 격정적이면서 허무한 몸짓으로 욕망을 드러낼 줄 아는 여자이기도 했다. 그리고 수많은 관객이 그에게 지지를 보냈다. “여배우 원톱의 영화를 제작 가능하게 한 첫 사례”(신범수 영화사 수박 대표)로 꼽히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아이를 무참히 잃어버리고는 영혼을 죄어오는 고통 속에서 통곡을 토해낸 모성은 기어이 그를 ‘칸의 여왕’에 등극시켰다. ‘밀양’으로 2007년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고 지금껏 따라붙는 수식이 이제 “부담스럽다”지만, 그의 수상은 강수연(1987년 베니스) 신혜수(1989년 몬트리올) 이혜숙(1991년 몬트리올) 심혜진(1990년 낭트) 최명길(1994년 낭트) 등 유수의 해외 영화제 여우주연상 계보의 정점을 이룬 영광이다. 그 과정은 그가 있어 지난 20년 동안 “한국영화가 더 성장할 수 있었다”(이유진 영화사 집 대표)는 찬사 역시 과찬이 아님을 말해준다.

전도연은 여전히 변화를 꿈꾼다. “최선과 열정”을 다하는 사이 “소통보다는 전도연이라는 배우에 집중했던 것 같기도 하다”는 그는 이제 “소통을 하는 배우로 변신하고 싶다. 계속 변화하는 배우이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올해에도 영화 ‘무뢰한’을 선보이며 예의 탁월한 솜씨와 재능을 과시한 그는 세월이 지나고 시간이 흘러도 관객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전성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김장욱 펀치볼 대표)인 셈이다. 그 힘을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배우로서 정직함이 아닐까”라며 조심스레 또 겸손하게 꼽는 그는 또 다시 새로운 걸음을 내딛고 있다.

여배우들이 더욱 활발한 활약을 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을 묻자 그는 “두 말할 것 없이 다양한 작품이다”고 짚었다. 동시에 “다양한 작품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배우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해야 한다”는, 예의 배우의 “맡은 바 책임”과 “정직함”을 강조했다.

새해 “사랑받는 한 편의 드라마와 2편의 영화를 희망한다”면서 “꿈이라도 꾸어야지”라며 웃는 전도연. 그와 나눈 짧은 인터뷰는 “배우다!”(김효정 필름라인 대표)라는 단 한 마디의 울림을 진하게 느끼게 한다.


● 설문응답 영화제작자 명단(가나다순)

권영락 (씨네락픽쳐스), 김무령 (반짝반짝영화사), 김성우 (다이스필름), 김장욱 (펀치볼), 김태영 (인디컴미디어), 김현택 (M2컬쳐), 김효정 (필름라인), 나경찬 (인벤트스톤), 신범수 (영화사 수박), 안동규 (두타연) , 안수현 (케이퍼필름), 안은미 (폴룩스픽쳐스), 이유진 (영화사 집), 임성원 (동물의왕국), 정태진 (모인그룹), 주필호 (주피터필름), 조선묵 (활동사진), 최낙권 (초이스컷픽쳐스), 최윤진 (영화사 꽃), 최선중 (로드픽쳐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