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소담. 사진제공｜퍼스트룩
“화려하게 보이는 이면에서 힘들다는 말을 할 수 없다. 공주처럼 보여야 하니까. 예뻐야 하니까.”
1970년대 ‘고교얄개’ 시리즈 등으로 발랄하고 깜찍한 이미지를 발산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은 배우 강주희. 이제는 은퇴한 그가 2009년 여배우들의 솔직한 속내를 들여다본 SBS 스페셜 ‘여우비(女優悲)’에 출연해 한 말이다. 일반적 편견의 뒤에 감춰진 여배우들의 아픔이다. 하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그렇게 이미지가 소비되길 원하는 그들의 욕망은 아닐까.
여배우! 그들은 “(작품 혹은 배역을)선택받아야 선택할 수 있다”(엄지원, 위 다큐멘터리)고 말한다. 남성중심적 사회와 남성이 주도하는 문화적 환경 안에서 그들의 설 자리는 여전히 작아 보인다. 최근 몇 년 사이 그런 징후는 더욱 뚜렷해졌다. 다양한 한국영화의 한 축을 든든히 책임져야 할 여배우의 존재감은 남성 위주 영화의 강세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스포츠동아가 20인의 영화제작자들에게 그 원인과 대안을 물었다. 이들이 꼽은 역대 가장 뛰어난 활약상을 보여준 여배우와 내년의 유망주는 이 시대 여배우들의 또 다른 희망일 터이다. 여배우! 파이팅!
■ 한국영화 이끌 여배우 유망주 1위
“어린 여자 송강호”…영화제작자들 압도적 지지
박소담 “새해엔 센 역할보단 밝은 역 하고 싶어”
박소담(24)에게 2015년은 잊기 어려운 해다.
연기자로서 가능성을 증명했고 이름도 확실히 알렸다. 5월 공포영화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로 실력을 드러낸 이후 8월과 9월 ‘베테랑’과 ‘사도’에서 짧은 출연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 잠재력은 11월 ‘검은 사제들’을 통해 폭발했다. 영화제작자들의 눈 역시 박소담으로 향해 있었다. 영화제작자 20명이 뽑은 ‘한국영화를 이끌 여배우 유망주’ 1위는 압도적으로, 박소담이다. 한 영화제작자는 그를 ‘어린 여자 송강호’라고도 평했다.
29일 오후 전화로 만난 박소담은 내년 1월21일부터 한 달간 서울 예술의전당에 오르는 연극 ‘렛미인’ 연습 도중 “짬을 냈다”고 했다. 600대1의 경쟁률을 뚫고 연극의 주인공 배역을 따냈다.
예상하기 어려운 박소담의 행보는 그를 향한 영화계의 기대를 더욱 높이고 있다. 어떤 도전도 마다지 않겠다는 듯한 의지도 엿보인다. 박소담은 전화인터뷰 도중 “다양한”이라는 말을 수차례 했다. “다양한 영화와 연기, 다양한 도전과 시도를 하겠다”고 말할 때는 그 의지가 다부져 보였다.
“앞으로 2015년과 같은 해를 다시 맞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복을 많이 받았다. 내 나이, 내 얼굴을 필요로 하는 영화의 오디션을 볼 기회가 이어졌으니, 복 받은 게 맞다.”
1년 동안 여러 평가를 받았지만 그 가운데 유독 잊지 못하는 말이 있다. ‘앞으로 더 기대되는 배우’라는 칭찬이다. 박소담은 “2016년을 며칠 앞둔 새로운 출발선에서 또 다시 도약 할 수 있는 마음을 만들어준 평가”라며 “신인이지만 더 많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도 생긴다”고 했다.
“연기자는 계속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다. 나는 사람이 좋다. 물론 가끔 두렵기도 하지만, 대부분 즐긴다. 그렇게 하나씩 배운다. 사람들이 모르는 내 성격, 쾌활하고 솔직한 내 모습을 더 보이고 싶다.”
새해를 맞는 박소담의 마음은 기대에 차 있다. “그동안 어둡고, 센 역할을 주로 했지만, 나는 외향적이다. 실제 나처럼 쾌활한 모습의 캐릭터를 원한다. 인간이 아닌 역할(‘검은 사제들’) 말고. 밝은, 사람 역할 말이다. 하하!”
● 설문응답 영화제작자 명단(가나다순)
권영락 (씨네락픽쳐스), 김무령 (반짝반짝영화사), 김성우 (다이스필름), 김장욱 (펀치볼), 김태영 (인디컴미디어), 김현택 (M2컬쳐), 김효정 (필름라인), 나경찬 (인벤트스톤), 신범수 (영화사 수박), 안동규 (두타연) , 안수현 (케이퍼필름), 안은미 (폴룩스픽쳐스), 이유진 (영화사 집), 임성원 (동물의왕국), 정태진 (모인그룹), 주필호 (주피터필름), 조선묵 (활동사진), 최낙권 (초이스컷픽쳐스), 최윤진 (영화사 꽃), 최선중 (로드픽쳐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