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현수의 독한 사이다] 유재석-김병만 자존심에 상처준 공동수상 재뿌리기!

입력 2015-12-31 10: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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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유재석과 김병만, SBS 예능을 이끌어 온 쌍두마차가 지난 1년 동안의 고생에 대한 값진 보상을 받았다. 두 사람이 2015 SBS 연예대상을 거머쥐며 다시 한 번 정상의 자리를 확인한 것.

그러나 이날의 공동 수상은 이경규, 장예원, 전현무 등 MC들을 비롯해 출연진마저도 당황하게 만든 최대의 반전이었다. 진행되는 동안 공동 수상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던 것과 달리 유재석과 김병만이 동시에 불렸기 때문이다. 대상의 권위가 바닥까지 떨어졌다. 시상식이 끝난지 10시간이 지났음에도 찝찝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온라인에서는 10시간째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에 대해 SBS 측은 "프로그램을 얼마나 했느냐 보다 SBS 브랜드 이미지에 대한 기여도, 프로그램 경쟁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대상을 수여한 것이다. 유재석과 김병만 둘 다 이 큰 업적을 남겼고, 심사에서 박빙의 결과를 얻은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상을 대하는 유재석과 김병만의 태도는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먼저 김병만은 "대선배들의 아우라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스태프들을 생각하면 대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 상을 받아서 스태프들이 보람을 느끼길 바랐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유재석은 이번 연예대상에서 예년과 달리 단호한 수상소감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열심히 최선을 다했지만 런닝맨이 많은 시청자 기대를 채우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제작진도 변화를 위해 몸부림 치고 있다. 올해 모자란 웃음은 내년에 무슨 일 있어도 채우겠다"면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 해내겠다"는 공약까지 내걸었다.

분명 2015년 한 해 유재석과 김병만이 SBS 예능에 쌓은 공적이 적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만한 사실이다. 그래서 더욱 이번 공동 수상이 아쉽다.


이날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대상 후보로 막간 인터뷰를 가진 김구라는 유력한 후보로 유재석을 지목했다. 이어 그는 "세계평화를 위해서 유재석이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MBC는 김구라가, KBS는 이휘재에게 대상을 안겼다. 이같은 정황 때문에 유재석에서 수여된 대상이 '모두의 평화'를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떨치기 어렵다.

이미 SBS 연예대상은 지난 시상식에서 '런닝맨'의 공로를 충분히 치하했다. 또한 유재석은 시청자가 뽑은 최고 인기상까지 얻었다. 대상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유재석의 2015년 활약이 결코 무의미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날의 공동 수상으로 유재석과 김병만, 두 사람의 대상 트로피가 빛이 바랬다. 과연 유재석과 김병만 중 한 사람에게 단독 수상이 이뤄졌다고 해도 이 두 후보에게 이견(異見)이 있었을까.

오지를 누비며 고생한 것에 대한 보상 그리고 모두의 평화,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했던 SBS의 어설픈 배려가 오히려 두 사람의 지난 노고에 재를 뿌린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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