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배구의 꽃은 ‘강타’?…요즘 대세는 실속만점 ‘연타’

입력 2016-01-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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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타가 지배하던 V리그에서 연타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현대캐피탈 문성민(오른쪽)이 5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의 홈경기 도중 상대 블로킹을 피해 연타를 시도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연타비율 1위 현대캐피탈, OK저축 완파
김세진 감독 “문성민 연타에 승패 갈려”

배구의 꽃은 상대방의 코트가 뚫어져라 때리는 강력한 스파이크다. 어택라인 안쪽에 꽂히면 금상첨화다. 공격수의 자존심이고 로망이다. 그래서 배구선수들은 더 높은 점프와 더 강한 스파이크 파워를 꿈꾼다. 감독이 외국인선수를 선택할 때 절대기준으로 삼는 것도 파워와 점프력, 그리고 키다.

그러나 V리그를 지배했던 강타와 높이의 신화가 차츰 흔들리고 있다. 승리의 중요한 요소인 것은 맞지만, 조연 역할인 연타의 효율성이 차츰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의 통계수치로는 집계되지 않지만, 현장 감독들은 연타의 비율이 높아져가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5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벌어졌던 남자부 1위 OK저축은행과 4위 현대캐피탈의 맞대결은 연타가 경기의 판도를 어떻게 바꾸는지를 잘 보여줬다.


● 잽으로 OK저축은행을 KO시킨 현대캐피탈

남자부에서 가장 연타 공격 비율이 높은 현대캐피탈은 5일 OK저축은행을 세트스코어 3-0으로 잡았다. 이날 OK저축은행은 79번의 공격 중 속공을 17번 시도했다. 속공점유율은 22%였다. 이 가운데 12개를 성공시켜 71%의 성공률을 기록했다. 전체 공격성공률도 57%를 마크해 수치만 따지자면 공격성공률 56%, 속공점유율 8%의 현대캐피탈을 압도했지만 경기는 완패였다. 차이는 14대2의 블로킹이 만들었다.

OK저축은행은 이날 현대캐피탈의 연타에 무너졌다. 특히 현대캐피탈 문성민의 연타 때 제대로 공을 걷어 올리지도, 막아내지도 못했다. 가끔 디그를 성공시켜도 반격과정이 블로킹에 차단당하면서 주저앉았다.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은 “오늘 문성민의 강타에 점수를 준 것은 4개밖에 안 된다. 나머지는 다 연타였다. 이것을 우리 블로커들이 욕심을 부리다 잡아내지 못했다. 수비로 반격하지 못해 점수차가 벌어졌다. 승패는 여기서 갈라졌다”고 분석했다.


● 스피드 배구의 중요 요소는 리바운드 플레이와 연타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올 시즌 연타의 효율성을 강조했다. 리시브의 불안전성을 스피드 배구로 상쇄한 최 감독은 공격수들에게 리바운드 플레이와 효율적 공격을 주문해왔다. 리시브 성공률 50%를 전제로 했을 때, 두 번 가운데 한 번은 세터로부터 올라오는 공이 부정확한 경우라고 보고 이것을 어떻게 살려낼지를 과제로 삼았다.

종전처럼 낮은 확률이지만 우격다짐 식의 강타로 낮은 확률을 기대하거나, 아니면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하는데 최 감독은 후자를 택했다. 다음 기회를 보는 것이 리바운드 플레이다. 최 감독은 연타를 이용해 공격 기회를 계속 이어가자고 했다. 문성민은 최 감독의 그 주문을 가장 잘 따르고 있다. 시즌 공격성공률은 과거보다 떨어졌지만, 강타를 고집하다 상대 블로킹에 차단당하는 횟수가 훨씬 줄었다.

최 감독은 “최근 5시즌 동안 문성민의 성적을 봤더니 성공률은 떨어졌지만, 팀으로 보면 효율성이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문성민은 이날 상대의 3인 블로커가 잡으러 오거나, 토스가 부정확해 강타를 때리기 힘든 상황에선 OK저축은행 외국인선수 시몬 앞으로 연타를 넣었다. 장신의 시몬이 수비를 위해 몸을 숙이면 밸런스가 흐트러져 공격 가담의 여유가 줄어드는 데다, 반복되는 수비부담으로 인해 체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요즘 서브 때도 이런 플레이가 자주 나온다. 상대의 주 공격수가 전위에 있으면 그 앞으로 짧게 서브를 넣어 공격 가담이 쉽지 않게 만드는 것이 유행이다. 스파이크 서브로 득점을 노리는 것보다는 효율성이 높다. 삼성화재는 그로저가 레프트 전위에 있을 때 상대의 짧은 서브가 오거나 랠리 때 그 앞으로 연타가 오면 힘겨워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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