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당무의 경마오디세이] 재갈·코 굴레·가면을 알면 경주가 보인다

입력 2016-01-1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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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13일 열린 그랑프리대회에서 경주마들이 눈가면을 쓴 채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눈가면은 단순 가면에 양 쪽 눈 뒤편에 컵 모양의 눈가리개를 부착해 시선을 전방으로 집중시켜 말을 똑바로 달리게 하는 효과가 있다.

지난해 12월13일 열린 그랑프리대회에서 경주마들이 눈가면을 쓴 채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눈가면은 단순 가면에 양 쪽 눈 뒤편에 컵 모양의 눈가리개를 부착해 시선을 전방으로 집중시켜 말을 똑바로 달리게 하는 효과가 있다.

■ 경주마 장비의 비밀

재갈은 O형·가지형 등 모양도 가지가지
가면은 귀·눈·망사형…채찍은 60∼70cm


경주로에 등장하는 말들을 보면 영화 ‘레전드 오브 조로’에서나 봤음직한 가면이나 안대 같은 것들을 착용한 경주마들을 볼 수 있다. 흔히 렛츠런파크를 처음 찾은 경마팬에게는 이 같은 장구들이 말을 돋보이게 하는 장신구 정도로 인식되고 말지만 실은 경주마들의 기질이나 습성에 따라 통제하고, 바로잡아 그 능력을 100%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 숨어 있다.

경주마들이 착용할 수 있는 주요 장구를 크게 나눠 보면 기수가 말을 자유자재로 통제하는데 도움을 주는 ‘재갈’, ‘재갈 보조 장구’, ‘코 굴레’ 등이 있다. 두 번째로 사행(蛇行) 등 악벽이 있는 말의 질주 습성을 고쳐주는 가면 등의 보조 장구가 있다.

재갈은 거구의 말을 부리기 위해 말의 입에 물리는 가느다란 막대로 보통 단단한 쇠로 만드는데 양 끝에 굴레를 만들고 여기에 고삐를 잡아맨다. 재갈을 물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말이 기수가 원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재갈은 말이 불편해 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 말의 이빨과 이빨 사이 또 혀 위에 정확히 위치시켜야 한다.

가장 표준적인 재갈은 재갈대의 중앙부가 작은 고리로 연결되어 있어 부드럽게 말의 입에 고삐의 신호가 전달되는 ‘O형 재갈’이다. 또 말이 좌우로 심하게 기대거나 흔드는 말에게 사용하는 재갈로는 ‘가지 재갈’, ‘반가지 재갈’, ‘반가지 큰 고리 재갈’, ‘계란형 큰 고리 재갈’ 등이 있다. 이 중 재갈 고리에 세로로 된 막대기 모양의 재갈가지를 붙여 만든 가지 재갈은 재갈가지가 길기 때문에 머리를 흔들어도 입안으로 재갈 고리가 들어갈 염려도 없고, 치아에 걸리는 위험도 없어 제어하는데 도움을 준다. 나머지 재갈들은 모양만 조금씩 다를 뿐 이와 유사한 원리를 갖고 있다.

재갈 보조 장구로는 재갈보정판과 재갈보정밴드, 구각 자극 판 등이 있다. 재갈보정판은 재갈 고리 외에 CD 모양의 원판을 같이 달아 고삐를 당길 때 재갈 고리가 입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고, 재갈대가 말의 입안에 바르게 위치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재갈보정밴드는 ‘재갈 받이’가 나빠 혀를 재갈대 위로 넘기거나 입 밖으로 빼는 말에게 사용하는 장구로 기승자의 고삐조작이나 말에게 거부감 없이 ‘재갈 받이’를 확실하게 해주는 데 효과적이다. 구각 자극 판은 가죽이나 고무 등의 재질로 만든 원형 판에 짧고 강한 털이나 철사를 부착시켜서 만든 것으로 입 주위에 붙여 놓으면 한쪽으로 심하게 기대는 말의 질주 습성을 고칠 수 있다. 예를 들어, 왼쪽으로 치우쳐 달리는 말이 있다면 왼쪽 재갈에 따가운 구각 자극 판을 설치해 나쁜 버릇을 바로잡아 정면으로 곧장 달릴 수 있도록 돕는 식이다.

가면은 안면에 모래가 닿는 것을 싫어하는 말에게 사용하는 단순 가면과 안면에 모래가 닿는 것뿐만 아니라 소리에 민감해서 난폭해지는 말에게 사용하는 귀가면, 단순 가면에 양 쪽 눈 뒤편에 컵 모양의 눈가리개를 부착해 시선을 전방으로 집중시켜 말을 똑바로 달리게 하는 눈가면, 그리고 눈 가면과 귀가면의 용도가 혼합된 눈귀가면이 있다. 눈가면 중 모기장처럼 철사 망으로 된 망사가면도 있는 데, 이는 경주 중 모래가 눈으로 들어오는 것을 극도로 꺼리는 말에게 주효하다. 경주마 장구들은 이 밖에도 고삐조작의 효과를 바르게 하거나 머리를 높이 쳐드는 말에게 사용하는 ‘양털코굴레’, ‘양털뺨굴레’ 등이 있다.

재갈과, 재갈보조장구, 가면과 굴레 외에도 채찍도 경주마의 장구로 분류되는데, 경주에 사용되는 채찍에도 제한이 있다. 길이는 60∼70cm이면서 자극장치가 전혀 없는 ‘일반채찍’만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있다. 서부영화에서나 나오는 엄청난 길이의 채찍이 경마공원에서 보이지 않는 이유이다.

경주마들이 착용하는 장구들은 이처럼 말의 습성이나 경주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장구를 착용하는 마필들은 반드시 출주 장구를 사전에 공지해야 하고, 또 장구에 따라서는 장구 착용 자체를 각 경마공원 재결전문위원실의 승인(모든 장구는 승인장구와 자유사용 장구로 나뉨) 받아야 한다. 살아있는 동물과 함께 승부를 겨루는 경마는 무수한 변수가 매력이라고 하는데, 경주마 장구에도 그 비밀이 숨겨져 있는 셈이다.

경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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