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면 안돼”…경정장은 얼음과의 전쟁

입력 2016-01-2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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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체육진흥공단 경정운영단 직원들이 2016시즌 경정 개장을 앞두고 꽁꽁 언 미사리경정장에서 얼음제거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얼음제거 작업에는 모터모트 조종술을 이용해 얼음을 밀어내기도 하고, 자체 개발한 아이스펠러를 활용하기도 한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 미사리경정장에 모터소리 나는 이유

내달3일 경정개장 앞두고 얼음깨기
모터보트 조종술로 얼음 밀어내기
“예행연습 이상무…경정 차질 없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어디 뻘밭 구석이거나/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지쳐 나자빠져 있다가/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흔들어 깨우면/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너를 보면 눈부셔/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이성부의 시 ‘봄’

그렇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북극한파가 한반도를 ‘겨울왕국’으로 몰아넣고 있지만 봄은 온다. 극강의 한파 속에서 한강의 얼음을 깨며 얼음 밑에 웅크리고 있는 봄을 건져 올리는 사람들이 있다. 미사리경정장의 경정운영단 직원들이다.


● 이 추위엔 미사리경정장에서 모터소리가 울리는 까닭

지금 미사리경정장은 ‘얼음과의 전쟁’ 중이다. 2월3일 2016년 경정개장을 앞두고 미사리는 모터소리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려 퍼지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이사장 이창섭) 경륜경정사업본부 경정운영단 직원들이 미사리경정장 수면이 얼지 않게 모터보트를 가동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혹한의 날씨 속에서도 꽁꽁 언 경정장 얼음을 부수며 수면 확보에 사력을 다하는 경정직원들의 이마엔 구슬땀이 맺혀있다.

미사리경정장 총 넓이는 약108만m²(약330만평). 호수 면적만 33만m²(약 10만평)에 달한다. 이중 경정장으로 사용하는 호수면적은 8만4000m²(가로 600m*세로 140m)로 약 2만5400평 정도. 이는 축구장 12개의 넓이에 해당한다. 여기에 얼은 얼음을 깨기는 만만찮다.

아라온호 같은 쇄빙선은 없지만 그들에겐 매년 수면확보를 위해 터득한 노하우가 있다. 그것은 수년간 축척된 모터보트 조종술로 얼음을 밀어내는 기술과 바람이라는 자연의 힘을 재빠르게 이용해 얼음을 경주수면 밖으로 내보낸 후 펜스로 막는 방법이다. 또 아이디어 공모로 만든 아이스펠러(큰 물결을 만드는 기계장치)장치까지 발명해 사용하고 있다.

계속되는 한파에 얼음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경정직원들은 주야 교대로 수면 결빙 방지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새벽 1시. 체감온도가 영하 20도가 넘는 강추위지만 새벽 임무교대에도 지금이 끝이 아닌 2016년 경정의 성공적인 개장을 위해 경정직원들은 미소를 잃지 않고 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2016년 경정 개장을 손꼽아 기다린 경정 팬들을 위해 그들은 오늘도 힘차게 모터보트 레버를 당기며 쇄빙작업에 나선다. 차질 없는 경정 개장을 준비하고 있는 경정운영단 직원들의 열정은 꽁꽁 언 얼음을 사르르 녹이고 있다.


● 27일부터 종합예행연습…“내달 3일 개장 이상없다”


아울러 경륜경정사업본부는 경정 개장을 위한 마무리 종합예행연습 시행할 계획이다. 경정 종합예행연습은 2016년도 실전경주와 동일한 선수 주선 및 경주편성으로 1일 16경주에 대한 모의경주를 시행하고, 올해 신규로 투입될 신형 감음형 모터보트에 대한 적응을 목적으로 실시하게 된다.

이번 예행연습에는 이달 27일부터 31일까지 A조와 B조로 나뉘어 경정선수 127명이 훈련에 참여한다.

경정관계자는 “종합예행연습을 통해 경주운영의 문제점을 사전에 점검하고 보완하여 2월 3일 경정이 차질 없이 개장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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