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 정조국 “아들이 유치원에서 아빠 자랑할 수 있도록…”

입력 2016-01-27 17: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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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광주 시민 여러분 경기장을 많이 찾아주세요. 제가 멋진 골 세리머니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축구팬들에게 정조국(31)이 처음 이름을 알린 건 2002 한·일 월드컵 때 거스 히딩크 국가대표팀 감독이 연습생으로 발탁했을 때였다.

이후 청소년대표와 국가대표 주전 공격수로 맹활약했다. K리그 통산 275경기에서 84골 23도움을 기록했다. K리그 역대 통산 네 번째로 많은 골이다.

프로 데뷔 이후 프랑스 리그와 안산 경찰청을 빼고는 줄곧 FC서울에서만 뛰었던 정조국은 올해 광주FC로 이적했다. 그는 “아들이 유치원에서 아빠 자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다음은 정조국 인터뷰 전문

- 광주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광주를 선택한 계기는.

“K리그에서 서울 말고 다른 팀을 처음 경험한다. 선수단에 합류한지 2주 가량 됐다. 빨리 적응하려고 노력중이다. 내가 광주를 선택했다고 하기 보다는 광주와 남기일 감독이 나를 믿고 선택해준 것이다. 내가 힘든 시기에 어려울 때 손을 내밀어줬다. 고맙게 생각한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도 축구고 가장 좋아하는 것도 축구다. 내가 가진 모든 걸 쏟아 부을 때까지는 선수 생활을 계속할 것이다. 마지막 도전이 아니라 새로운 도전이다”

- 어린 선수들에겐 정조국 선수와 같이 운동한다는 게 큰 느낌일 텐데.

“다 같은 프로선수다. 더 오래 축구를 한 것 빼고는 내가 특별한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후배들에게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팀이 하나로 뭉칠 수 있다. 지금은 적응하는 단계이자 선수들끼리 서로 알아가는 과정이다. 후배들과 기분 좋게 같이 운동하고 있다. 후배들이 잘 따라주는 것 같아 고맙게 생각한다”

- 남기일 감독과 호흡이 중요할텐데.

“남기일 감독은 지금까지 겪어본 감독과는 또 다른 스타일이다. 부드러우면서도 카리스마가 있다. 모든 선수들을 평등하게 대해준다. 선수들과 소통하는 감독이다. 선수들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광주라는 팀이 작년에 잔류에 성공한 이유가 그런 감독의 철학과 팀 문화가 아닌가 싶다”
- 광주 첫인상은 어땠나.

“광주에 와보니 가장 처음 느낀 게 ‘착하다’는 점이다. 그것 또한 큰 무기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새로운 사람을 받아들이려는 자세도 좋다. 솔직히 스쿼드가 약하기는 하지만 상대팀에게 쉽게 지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다만, 경기장 밖에서는 착해도 경기장 안에서는 좀 더 거칠게 투쟁심을 발휘하는 게 필요하다 싶다. 후배들에게 그런 부분을 얘기하곤 한다”

- 광주FC는 전방압박을 중시한다. 수비가담에 대한 주문을 많이 받을 것 같은데.

“남 감독이 강조하는 전술은 전방에서 수비를 시작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대 축구라는 게 공격수들이 1차 수비를 맡는다. 남 감독이 원하는 걸 100% 충족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열심히 하다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광주는 항상 ‘우리는 하나’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것에 100% 공감한다. 그게 우리 팀이 가진 가장 큰 무기다. 우리가 하나가 되어야만 팀으로서 살 수 있다”

- 올해 광주FC 공격을 책임져야 한다. 몇 골을 넣는 게 목표인가.

“솔직히 목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몸 상태를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 몇 골 넣겠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좋았던 느낌 좋았던 감각을 되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신인 때는 나만 잘 하면 됐다. 지금은 고참으로서 팀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같이 해 나갈 수 있는 걸 더 많이 생각해야 한다.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렇게 노력한다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

- 서울에서 데뷔해 서울에서 은퇴하고 싶어했는데.

“FC서울을 떠나서 K리그 다른 팀으로 간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한번도 없었다. 너무나 큰 사랑을 받았고 큰 성취도 이뤘다. 다른 팀을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서울을 떠나야 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가장 힘들었다. 서울 팬들이 보여준 사랑에 이 자리를 빌어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서울을 잊지는 못할 것이다. 항상 서울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원클럽맨에 대한 꿈도 컸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게 힘들지 않나.

“지금은 기러기아빠다. 보고 싶다. 많이 이해해주고 희생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 아들이 축구를 굉장히 좋아한다. 작년에 경기에 못 나갈때 ‘아빠는 왜 경기 안 뛰어?’라고 하더라. 그때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유치원에 가서 아빠 자랑을 하고 싶은데 그걸 못 해주는 게 마음이 참 아팠다. 이제는 변화를 해야 하는 시기구나 하는 걸 느꼈다. 그게 변화를 선택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는 아들이 보는 앞에서 경기를 뛰며 골을 넣고 싶다. 떳떳한 가장, 떳떳한 아빠가 되고 싶다. 아들한테만큼은 아빠가 최고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다”

동아닷컴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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