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엄마 김선영 “키스신 애원도 했건만 끝내 넣어주지 않더라”

입력 2016-01-28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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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영은 “‘응답하라 1988’의 좋은 사람들과 더 이상 만나지 못해 슬프다”고 했지만 “연기를 반대하셨던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렸다”며 웃었다. 스포츠동아DB

■ ‘응답하라 1988’이 발견한 스타|덕선이 혜리와 선우엄마 김선영

혜리와 김선영.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이 발견한 최고의 인물이다. 연기인지, 실제 상황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실감나는 연기로 시청자의 애정 어린 관심과 사랑을 가득 받았다. 때로는 환한 웃음으로, 때로는 가슴 절절한 눈물 연기로 시청자를 울리고 웃긴 두 사람을 만났다.


택이 아빠 프러포즈 땐 미친 듯 가슴 뛰어
끝이라고 생각하니 눈물 나 현실 회피 중


곱게 화장한 얼굴에 우아하게 웨이브를 살린 헤어스타일, 액세서리로 한껏 멋을 낸 ‘여인’이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장난 섞인 말투로 “누구…?”라고 묻자, 경상도 사투리로 “참말로∼”라며 되받아친다. ‘응팔’ 속 ‘선우엄마’ 김선영(40)이 다시 소환되는 순간이다.

빠글거리는 파마머리와 ‘몸빼’ 바지는 더 이상 없지만 구수한 말투로 쉼 없이, 유쾌하게 쏟아대는 ‘아줌마 수다’는 여전했다. 무엇보다 ‘톡’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샘이 바로 터지는 여린 감성도 극중 캐릭터와 똑 닮았다.

“이제 끝이라고 생각하면 자꾸 눈물이 나서, 현실을 회피 중이다. 좋은 사람들과 더 이상 만나지 못하고 드라마를 더 볼 수 없다는 게 슬프다. 깊이 정들어 보내기 힘들다. 눈물도 많고, 흥도 많다.”

목이 메어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내 냅킨으로 눈물을 주섬주섬 닦는다. 극중 쌍문동 골목을 떠나며 라미란과 이일화의 손을 꼭 잡은 채 복받쳐 울던 그 모습이다. 대사 지문에는 ‘담담하게’라고 써 있었지만, 실제 이별하는 것 마냥 눈물을 터트렸다.

“처음엔 내가 캐릭터와 닮았다는 걸 몰랐다. 어느 날 이우정 작가가 나보다 나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작가와는 촬영 전 3번 만난 게 전부다. 신원호 PD 등 나도 몰랐던 나를 알려준 이들이 정말 고맙다.”

신 PD와 이 작가는 tvN 드라마 ‘꽃할배 수사대’로 김선영을 처음 알았다. “어떻게 저런 아줌마가 드라마에 나오지?” 생각했다. 이후 영화 ‘국제시장’을 보고 “저 아줌마 또 나온다”며 함께 웃었다. 결국 김선영의 평범함을 넘어서는 친근한 매력을 발견하고 ‘생활연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임을 단박에 알아차렸다.

“두 번째 미팅에서 ‘같이 하시죠’라는 말을 듣고 기뻤다. ‘이게 웬 떡이냐’ 싶었다. 왜 나를 캐스팅했는지 묻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그러다 마음이 바뀌면 어떻게 하냐. 하하!”

김선영은 남편 없이 홀로 남매를 키우며 생활고에 시달리는 모습으로 시청자의 눈물을 빼면서도 ‘택이아빠’(최무성)와 로맨스로 주부 시청자의 질투도 한 몸에 받았다.

“신 PD에게 키스신 한 번 넣어달라고 그렇게 애원했는데, 끝내 그러지 않더라. 택이 아빠가 ‘선영아, 날도 추운데 같이 살자’고 프러포즈하는 장면에선 정말 미친 듯 가슴이 뛰었다. 하하!”

이처럼 극중 설정을 실제 자신의 일상으로 받아들일 만큼 어엿한 연기자로 성장하기까지 김선영은 한 가지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다. 초등학교 교사인 부모의 엄격한 잣대에 맞추기 위해 무엇이든 잘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제 강박은 사라질 터이다.

“연기를 한다는 것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셨던 부모님이 이제는 누구보다 좋아하고 응원해주신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꿈이 하나 있었다. 연기를 통해 부모님을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었다. 함께 여행도 가고 싶었다. 그 꿈을 이룬 것 같아 행복하다.”

그는 끝내 꾹 참았던 눈물을, 쑥스런 미소와 함께 터트렸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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