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극장가에서는 부도덕한 사람들을 응징하는 작품들이 인기다. 사진은 누명을 쓰고 15년형을 선고받은 다혈질 검사가 사기꾼과 손잡고 벌이는 복수극을 다룬 ‘검사외전’. 사진제공|사나이픽처스
‘부도덕한 권력’ 현실적 문제 응징 스토리
허남웅 평론가 “억눌린 관객에 간접쾌감”
답답한 현실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 싶은 심리의 반영일까. 최근 스크린에서 ‘부도덕한 현실에 맞서는 응징’의 이야기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1341만 관객을 모은 ‘베테랑’,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으로도 흥행 신기록을 쓴 ‘내부자들’에 이어 4일 개봉하는 ‘검사외전’이다. 모두 단순한 선과 악의 대결에만 집중하지 않고, 악독한 재벌이나 부도덕한 권력에 맞서는 이들의 대결 그리고 그 한판승을 그린다는 점에서 ‘응징 3부작’으로 부를 만하다.
황정민과 강동원이 주연한 ‘검사외전’은 누명을 쓰고 15년형을 선고받은 다혈질 검사가 감옥에서 만난 사기꾼과 손잡고 벌이는 복수극이다. 권력을 휘두르다 한 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주인공이 자신보다 더 나쁜 이들을 혼쭐낸다는 설정이 ‘내부자들’과 겹친다.
‘응징 3부작’에는 무소불위의 힘으로 법망을 우습게 빠져나가는, 현실에도 존재할 법한 권력층의 모습이 투영된다. 하지만 그들의 영화 속 결말은 비극적이다. 실제로 ‘베테랑’의 주인공 형사는 억울하게 사경을 해매는 일용직 노동자 편에 서서 세상 무서울 것 없다는 듯 날뛰는 재벌 3세를 응징한다. ‘내부자들’의 주인공들 역시 부조리에 맞서는 과정에서 몸이 부서지고 위기를 맞지만 끝내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결과를 쟁취한다. ‘권선징악’인 셈이다. 관객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얻는 배경이다.
허남웅 영화평론가는 “현실적인 소재를 그리면서도 실제로는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영화적인 판타지로 풀어내 관객에게 대리만족감을 준다”며 “현실에 억눌린 관객에게 심판의 간접쾌감을 부여하면서 카타르시스까지 만들어낸다”고 밝혔다.
물론 영화마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제각각이다. ‘내부자들’이 웃음기를 거두고 권력자들의 세계를 견고하게 그렸다면, ‘검사외전’은 ‘심각할 것 없다’는 투로 비극적인 상황을 유쾌하게 비튼다. 부조리한 사회와 현실을 그리지만 코미디 장치를 적극 활용하면서 관객의 긴장을 푼다.
‘검사외전’의 이일형 감독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느끼는 사회의 단면을 풍자의 시선으로 담으려 했다”고 밝혔다. 이미 관객은 반응하고 있다. ‘검사외전’은 개봉을 이틀 앞둔 1일 예매율이 60%대까지 치솟았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