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 전남 드래곤즈의 방콕 훈련장 분위기는 뜨거웠다.
1일 오후 3시30분(현지시각) 섭씨 34도를 넘나드는 동남아의 햇살 아래 , 방콕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 결집한 26명의 선수들이 뜨거운 땀방울을 쏟았다.
1월초부터 광양에서 한달 넘게 발을 맞추며 체력과 분위기도 한껏 올라왔다. 지난달 25일 태국 방콕에 입성했다. 노상래 전남 감독은 태국에서 본격적인 조직력 훈련에 돌입했다. 이날 경기장에서 노 감독은 직접 패싱훈련을 진두지휘했다. 측면과 중앙에서 서로 유기적인 호흡을 통한 패스 플레이를 만들어내는 것에 집중했다. 전남 창단 멤버이자 레전드인 노 감독은 "옛날에는 '전남' 하면 떠오르는 뚜렷한 이미지와 팀 색깔이 있었다"고 했다. "승패에 연연하는 축구를 넘어 전남만의 색깔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선수들에게도 색깔 있는 축구를 요구하고 있다.
이날 훈련장에서 노 감독의 지휘에 따라, 현영민 스테보 방대종 오르샤 조석재 김평래 전우영 김영욱 등이 오밀조밀한 패스와 공간 침투를 통한 전술을 엮어냈다. 중앙에서 앞으로 찔러넣는 전진패스, 측면에서 중앙으로 접어넣는 패스길에 대한 실험도 계속했다. '결과' '스코어'만이 아닌 '내용' '과정'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기는 축구'보다 '잘 이기는 축구'를 고민하고 있다.
숨이 턱턱 막혀오는 더위속에서 누구 하나 찡그리지 않았다. "서로 더 이야기하면서 하자!" "좋아좋아!"라며 지친 동료들을 격려했다. 한찬희, 허용준, 고태원 등 신인들과 조석재, 배천석, 양준아 등 새얼굴이 많이 들어왔지만 전남 특유의 최강 분위기는 올해도 여전했다. '캡틴' 최효진은 "좀 더워도 추운 한국에서 훈련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다. 엊그제 춥다고 불평하다가 덥다고 불평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웃었다. 오후 5시30분까지 2시간여에 걸친 훈련 내내 선수들은 에너지가 넘쳤다. '레전드' 코칭스태프들이 제자들과 함께 2시간 동안 발을 맞춰 뛰었다. 노 감독의 유니폼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최효진은 "코칭스태프들이 열정적으로 임하신다. 선수들도 잘 받아들이려고 한다. 감독님이 추구하시는 방향을 숙지하고, 이를 이해하기 위해 선수들끼리 틈틈이 토론도 많이 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훈련이 끝난 후에도 선수들은 바로 흩어지지 않았다. 둥글게 둘러선 채 고참들이 후배들을 독려하고 훈련 내용을 복기했다. 저녁식사 후에도 축구 이야기는 계속됐다. 전체 미팅을 통해 새 시즌, 새 전술에 대한 토론을 가졌다.
노 감독은 선수단에게 미션을 부여했다. '전남 축구는 ○○이다'라는 화두를 던졌다. '전남 축구는 히말라야다. 넘기 힘드니까'식의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기존의 '용광로 축구 컨셉트를 이어가자'는 의견도 나왔다. 뜨겁고 힘 있는 축구에 대한 갈망이다. 임관식 코치는 '전남축구는 끈 축구'라고 답했다. '끈끈하고, 화끈하고, 끈이 되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축구 '라는 명품 해석과 함께다.
동아닷컴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