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 염기훈-곽희주가 말하는 2016 수원 삼성

입력 2016-02-03 09: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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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수원 삼성하면 떠오르는 두 선수가 있다. 바로 미드필더 염기훈(33)과 수비수 곽희주(35)다.

이들은 수원 삼성에 대한 자부심이 둘째가라면 서러운 베테랑들이다. 염기훈은 중동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지난해 3년 재계약을 통해 ‘수원의 남자’로 현역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는 “수원은 이제 내 일부분이다. 나와 떨어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2003년 프로 데뷔 이후 K리그에서는 원 클럽 맨으로 활동하고 있는 곽희주도 수원을 ‘첫 사랑’이라고 표현했다. “이곳이 내 첫 직장이고, 첫 월급을 받은 곳이다. 와이프와 아이도 수원에서 만들었다. 선수생활하면서 첫 우승도 수원에서 했다”고 설명한 그는 “첫 사랑에 금이 가는 게 싫다. 수원은 내게 첫 사랑이자 끝 사랑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들은 누구보다 수원 삼성에 대한 애착이 크다. 수원 삼성은 새 시즌을 앞두고는 주력 선수들이 이탈하면서 선수단의 변화 폭이 컸다. 위기설이 불거질 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들은 스페인에서 희망을 찾았다. 2일(한국시간) 전지훈련지인 스페인 마르베야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염기훈과 곽희주가 생각하는 수원 삼성의 변화와 새 시즌 전망을 들어봤다.

◇걱정으로 시작한 2016시즌, 스페인에서 희망을 찾았다

-팀이 어렵다는 주위 평가가 많다.

염기훈(이하 염):새 시즌 준비를 시작할 때 걱정이 많았다. 1월 4일에 선수단이 소집됐는데 기존 선수들은 없고, 신인 선수들로 채워졌으니 걱정은 당연했다. 1차 전지훈련이 열린 남해에서 인터뷰를 할 때 상위스플릿에 도전해야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스페인에 와서는 달라졌다. 이제는 2~3위권도 가능하다고 본다. 볼을 찰 줄 아는 신인들을 보고 놀랐다. 팬들이 생각 하는 만큼 지금 수원 삼성이 나쁜 상황은 아니다.

곽희주(이하 곽):이제는 선수 구성이 많이 바뀌었다. 1월에 모였을 때만해도 사실 새 시즌은 힘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스페인에 와서 경기를 하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신인들 위주로 경기에 나서면 예전에는 분명히 문제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 멤버들은 자기 역할들을 모두 다 잘한다. 특히 지난달 31일 열린 허베이 종지와 연습경기 전반에는 매탄고 출신 신인 7명이나 투입됐지만 2-0으로 앞선 채 마쳤다. 경기 운영 과정은 기존 멤버들이 투입된 후반전보다 더 좋았다.

염: 허베이 선수들이 제대로 경기를 못 할 정도였다. 에두는 전반 내내 10번도 볼을 못 잡아서 화를 낼 정도였다. 볼 점유율은 7대3 이상을 유지할 정도로 우리가 하프게임으로 밀어붙였다. 내 생각에도 신인들이 빠져나간 선수들의 공백을 충분히 메워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페인 와서 확실히 달라졌다.

-팀 구성원의 변화가 있는 만큼 선참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

곽: 그래서 우리가 더 중요하다. 후배들을 컨트롤해야한다. 말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남은 선참들은 부담을 더 느끼고 있다. 최근 매년 위기를 겪고 있지만 그래도 상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그 원동력은 삼성의 DNA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항상 위기라고들 한다. 그만큼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팬들의 시선이 우리의 목표를 이루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염: 기존 선수들의 공백이 있지만 주요 포지션마다 베테랑은 있다. 기존 선수들이 많이 빠져나갔지만 있어야 할 자리에 베테랑들이 버티고 있다. 물론 큰 경기에 대한 부담감은 있다. 지난해에도 슈퍼매치에서는 신인급 선수들이 움츠러들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솔선수범하면 신인들이 역할을 잘 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곽: 경험적인 부분이 약점이다. 하지만 나를 포함해 경험 있는 선배들이 있다. 그 이외에도 열심히 뛸 선수가 필요하다. 우리의 장점을 잘 살린다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젊어진 수원 삼성을 기대하라

-팀이 상당히 젊어졌다.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나.

염: 후배들이 우리 때와는 완전히 다르다. 자신감이 있다. 우리 때는 하고자하는 의지는 있었지만 선배들의 눈치를 봤다. 나는 신인 때 욕먹으면서 경기를 뛰고 그랬다(웃음). 나 때만해도 무서운 선배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경기장 안에서 그런 선후배간의 장면을 찾을 수 없다. 감독님도 그런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후배들이 더 자신의 장점을 발휘할 수 있는 것 같다.

곽: 내가 신인일 때는 기가 센 선배들이 제법 있었다. 그때는 수원에 스타들도 많아서 신인선수들이 기를 펴기가 힘들었다. 올해는 주장인 기훈이가 유연하게 잘하고 있어서 그런지 신인들도 기가 산다. 강압적인 분위기가 아니라 편안한 분위기다.

염: 운동선수 사이에서는 선후배 관계가 뚜렷하다. 그래서 자유로운 가운데서도 지킬 것은 지켜야한다. 신인들에게 당부한 것은 몇 가지 있다. 약속시간을 지켜야한다는 것과 운동시간에 과격한 플레이를 자제하자고 했다. 선배들과의 관계에서도 친하게 지내는 것은 좋지만 도를 넘지 말자는 이야기도 했다. 후배들도 내가 어떤 것을 주문하는지 다들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서정원 감독님이 오시고 나서부터 확실히 팀 분위기가 좋아졌다.

곽: 나도 후배들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절대 터치를 안 한다. 운동장 안에서는 일어나는 일에 대한 이야기는 당연히 해야 한다. 만약 훈련장에서 만난 후배가 술 냄새가 나더라도 자신의 역할을 다 소화한다면 그 문제에 대해 언급을 하지 않는다. 프로는 자신이 관리를 해야 한다.
-후배들 중에서 주목하는 선수가 있나.

염: 신인들 중에서는 공격수 김건희가 사고를 칠 것 같다. 장신이지만 스피드도 있다. 플레이를 보니 굉장히 저돌적이다. 전방에서 등지는 플레이도 잘한다. 팀 입장에서도 공격수가 터져 줘야하는데 건희가 해줄 것으로 믿는다. 그래야 우리 팀도 잘 될 것이다.

곽: 민상기가 매탄고 출신 첫 프로 데뷔 기수다. 별명이 매통령(매탄의 대통령)이다. 연제민, 구자룡 등 14명 정도가 매탄고 출신이다. 이 친구들은 연차 차이가 크지 않은 또래들이 모여 있어서 기가 많이 살았다. 특히 상기는 후배들을 잘 이끌고 있다.

염: 수원FC에서 임대를 마치고 돌아온 김종우도 물건이다. 볼 차는 것 보고 놀랐다. 세트피스 키커로도 좋은 재목이다. 신인들은 처음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좋은 선수들이 많다.

◇새로운 변화, 새로운 더비가 펼쳐질 2016시즌

-아직 이르지만 새 시즌 전망을 해본다면.

염: 축구는 모르는 것이다. 말도 안 될 정도로 우리 팀이 새 시즌에 잘할 수도 있다. 신인들이 한꺼번에 터질 수 있다. 반대로 정말 말도 안 되게 하위권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팬들께 한번 지켜봐달라고 이야기 드리고 싶다. 자신이 생겼다. 그 정도로 선수단의 융화가 좋다. 지난해를 생각해보면 올해가 정말 좋아졌다. 희주 형이 2008년 리그 우승 당시에도 주축 멤버들이 많이 빠져나갔지만 오히려 위기가 기회가 됐다고 했다.

곽: 무엇보다 다들 운동하는 자세가 잘 돼 있고, 팀 분위기가 좋다. 적극성도 많이 좋아졌다. 예전에는 시키는 대로만 했는데 이제는 신인들도 자기주장을 하는 모습이 봤다. 지난해와는 확실히 달라졌다.

염: 베스트 11으로 싸우면 어느 팀에도 뒤질 것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울산 서울보다는 전북이 확실한 우승후보로 본다. 스쿼드도 더 좋아지고, 전북이 정말 위협적인 팀이 될 것이다. 서울과 울산은 붙어봐야 알 것 같다. 전북은 두려움을 줄 수 있는 팀이 됐다.

곽: 전북이 위협적인 팀이 돼서 아마 우리를 얕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 어린 선수들이 잘 뛰어주면 멘털 면에서는 오히려 전북이 더 흔들릴 수도 있다. 우리 선수들은 잃을게 없다. 잃을게 많은 것이 전북이다.

-새 시즌에는 첫 수원 더비도 있다.

염: 수원FC는 어떨지 몰라도 우리 입장에서는 솔직히 부담이 많이 된다. 수원FC는 더비에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임할 것 같다. 반면 우리는 무조건 이겨야한다. K리그 전체로 본다면 정말 좋은 기회지만 선수들에게는 큰 부담이다.

곽: 우리는 유난히 더비가 많다. 올 시즌에는 하나 더 생겼다. 선수단이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는 2~3일씩 합숙을 한다. 올해는 가족과 떨어질 시간이 늘어날 것 같다(웃음).

동아닷컴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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