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창환 PD “2년 전부터 EDM 외쳐…SM도 올라탔다”

입력 2016-02-15 06:2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김창환, 사진|마이다스이엔티

1990년대 최고의 가수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개개인의 취향에 따라 서태지, 김건모, 신승훈, 듀스 등등 3~4팀 정도의 후보가 경합을 벌일 가능성 크다.

하지만 1990년대 최고의 프로듀서가 누구냐라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김창환’이라는 단 한명의 이름으로 귀결된다.

‘음악 프로듀서’라는 명칭부터가 김창환이 최초로 사용한 것이며, 신승훈, 김건모, 홍경민, 클론 등 90년대를 화려하게 수놓은 가수들의 프로듀서로 활약하며 ‘90's 뮤직’의 패러다임을 제시한 점, 한국 역사상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한 앨범(김건모 3집 ‘잘못된 만남’, 약 280만장)의 프로듀서라는 점 등은 그를 ‘90년대 최고의 프로듀서’로 꼽는데 이견을 없게 한다.

이 김창환이 긴 수면기에서 깨어나 2010년대 다시 기지개를 피고 있다. 마이다스이엔티의 총괄 프로듀서로서 재시작을 알린 김창환은 과거의 자신의 손으로 이룩한 화려한 영광을 뒤로 제쳐둔 채 가요계 새 판 짜기 작업에 돌입했다.

그리고 김창환이라는 거인의 행보는 향후 가요계에 어떤 형태로든 지각변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에 김창환PD를 직접 만나 그의 계획과 생각을 들어보았다.

‘긴 수면기’라고 표현했지만, 정확히 수면기라고 할 정도로 김창환PD가 공백을 가진 시기는 최근 3년 정도로, 이 사이 그는 EDM의 공부에 심취해 있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김창환PD는 2년 전부터 EDM 시장의 성장을 내다보고 한국적인 EDM, 즉 K-EDM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인터뷰를 진행한 날, 공교롭게도 SM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PD는 프레젠테이션 쇼를 개최하고 EDM 레이블과 페스티벌의 론칭을 발표했다.

이에 김창환 PD는 “내가 2년 동안 떠들고 다닌 거보다 이수만이 발표하고 하루 만에 난 기사가 더 많은 거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웃었다.

김창환 PD는 “뭔가 새로운 걸 하고 싶어서 그동안 EDM 공부를 했다. 2016년은 그동안 준비해온 것과 새로운 아티스트를 시작하는 해다”라며 “이제 시작이다. SM이 그렇게 발표를 하고 이제야 내가 만들어놓은 길에 올라타는 느낌이다”라고 EDM의 선구자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재미있는 점은 김창환 PD가 보는 SM의 EDM은 자신이 추구하는 EDM과 미묘하게 차이가 있다는 것으로, 김창환 PD는 “EDM팬과 아이돌 팬은 술을 마시는 나이와 못 마시는 나이로 갈라진다”라고 그 차이를 간명하게 설명했다.

음악을 듣는데 음주 가능 여부가 무슨 상관이 있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EDM이 클럽을 기반으로 플레이되는 음악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는 큰 차이를 가져온다.

김창환 PD는 “간단하게 말해 클럽에서 노는 음악이 EDM인데, 클럽에서 틀지 않으면 EDM이 아닌 셈이다”라며 “SM은 가수들에게 EDM의 소스를 입혀주고 EDM이라는 카테고리를 연결해서 가려고 한다. 또 DJ도 키워내겠다고 하는데, 이건 (그 문화를)잘못 이해한 거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SM은 10대 문화에 주된 회사로, 아직은 20대 문화를 덜 이해한 거 같다. 의식이 없는 어린 아이들은 과자를 주면 받아먹지만 20대는 먼저 이걸 왜 주는지를 의심한다. SM 가수들에게 EDM을 입혀주겠다고 해서 그냥 쫓아가서 보는 게 아니다”라며 “내가 하려는 EDM은 20대들이 열광하는 EDM을 하고 싶은 거다. 접목을 하려는 게 아니다”라고 그 차이를 설명했다.

또 김창환PD는 “EDM은 6~70년대 락음악처럼 2000년대 새롭게 등장한 젊은이들 문화다. 음악만 공부해서는 알 수 없다. 왜 EDM에 젊은이가 열광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단순히 잘나가는 DJ를 데려와서 뭘 하겠다는 건 그냥 장사꾼을 데려와서 팔겠다는 것과 별차이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왜 EDM일까. 일단 김창환 PD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꼽았다.

김창환 PD는 “나는 새로운 걸 하고 싶다. 가요에 EDM의 E자도 안 나올 때 시작을 했고, 언론들도 ‘김창환이 EDM을 한다’고 해서 좀 더 대중적으로 알려진 거다. 난 ‘뭐가 EDM이야?’라고 할 때부터 2년 동안 했고, 2년 후에 SM이 한다고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김창환 PD가 보는 EDM DJ는 일반적인 뮤지션과 또 다른 개념이다. 사실 DJ라는 용어 자체가 다른 사람의 음악을 트는 ‘디스크 쟈키(disk jockey)’의 줄임말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는 당연한 이야기이다.

김창환 PD는 “DJ는 다른 음악으로 즐거움을 주는 입장이고, 뮤지션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다. EDM은 DJ들이 기존의 음악보다 내가 더 재밌게 만들겠다고 나서면서 나온 음악이다”라며 “예를 들어 아이돌은 트레이닝을 통해 춤과 노래 실력을 쌓고 대중들은 그걸 보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EDM은 그렇게 꾸며주는 게 아니라 그들의 문화를 들려줘야한다. 작곡가에게 노래 받듯이 해서는 안 되는 거다”라고 대중가요와 EDM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김창환 PD의 EDM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는 자신의 성공이나 남과의 우열을 가리려는 의도가 아니다. 새로운 가요계를 만들기 위한 시도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다.

김창환PD는 “(국내 가요계에서 EDM의 성공여부는)모르겠다. 미지수다. 내가 활발하게 한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게 아니다. 내가 2년을 EDM한다고 했는데, 오늘 이수만이 한다고 하자 여기에 대한 기사가 더 많다”라며 “열심히 해보는 거다. 새로운 세상을 위해 도박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터트릴 것이라는 마음으로 하는 거다. 로또를 살 때 다 1등을 생각하지 않나. 로또처럼 확률이 낮은 건 아니지만 나도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다. 새로운 옷을 입는 거다”라고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것을 밝혔다.

물론 자신이 없는 것도 아니다. 김창환PD가 가지고 있는 많은 ‘최초’ 혹은 ‘최고’의 기록 중 한 가지가 ‘한류를 최초로 탄생시킨 장본인’라는 것이다.

김창환PD는 “내가 한류라는 단어를 처음 썼다. 한국어 음악이 그대로 해외에 나가서 히트한 게 클론이 건국 이래 처음이다. 한류는 클론이 만들고 다 따라간 거다”라고 말해 한류에 이어 K-EDM 역시 성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끝으로 김창환PD가 내다본 EDM의 다음 세대는 무엇인지 대한 궁금증을 드러내자 김창환 PD는 “그건 알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 나와 있는 게 없다. 스마트폰의 다음이 뭐가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명쾌한 현답을 내렸다.

김창환, 사진|마이다스이엔티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