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룡’ 광기방원, 유아인 아니면 누가하랴

입력 2016-02-16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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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룡’ 광기방원, 유아인 아니면 누가하랴

이방원의 욕망과 광기, 유아인이 아니면 누가 이토록 완벽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유아인은 SBS 창사25주년 특별기획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에서 훗날 철혈군주가 되는 이방원(유아인 분)으로 분했다. 매회 소름을 유발하는 유아인의 연기는 극 중 이방원에 숨을 불어넣는 것은 물론 안방극장을 집어삼키고 있다.

15일 방송된 ‘육룡이 나르샤’ 39회에서도 이방원의 욕망과 광기는 용솟음쳤고, 배우 유아인의 존재감은 폭발했다.

이날 방송은 이방원이 이방석의 세자 책봉 소식에 분노해 무명을 찾아간 장면에서 시작됐다. 무명과 만나고 나오는 길, 누군가가 이방원의 뒤를 쫓았다. 화사단의 흑첩이었다. 이방원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는 흑첩에게 “나는 무명과 연합하기 위해 무명의 인사와 접선을 했다”고 거꾸로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그리고 무휼(윤균상 분)에게 “죽여”라고 차갑게 명했다.

망설임이나 흔들림 따위는 없었다. 정도전(김명민 분)이 자신을 미행했다는 사실에 분노하며 눈을 번뜩이는 모습에는, 이방원의 욕망이 넘쳐 흘렀다. 나아가 광기마저 뿜어져 나왔다.

시청자를 놀라게 한 이방원의 욕망과 아픔은 분이(신세경 분)와 마주했을 때도 터져 나왔다. 분이가 자신의 곁을 떠나려는 듯한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방원은 분이에게 “네가 정도전을 선택하면 난 널 베는 걸 주저하지 않을거야”라고 외쳤다. 이어 “제발 나를 선택해달라는 말로는 들리지 않느냐”라며 애원을 했다.



분이 앞에서만큼은 모든 것을 다 털어놓았던 이방원. 사랑보다 야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이방원. 욕망과 불안함, 광기 등이 뒤엉킨 이방원의 마음이 시청자에게 처절하게 전달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나아가 촘촘하게 쌓아온 이방원의 감정선이 본격적으로 폭발하게 될 것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방원의 욕망과 광기가 폭발한 60분이었다. 손발을 묶으려는 정도전의 움직임이 치밀해진 가운데, 위기에 밀릴수록 더 잔혹하게 변하고 더 처절하게 외치는 이방원의 모습이 쉴 새 없이 공세를 퍼부은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생동감을 부여한 것이 유아인의 숨 막히는 열연이다.

유아인은 표정, 말투, 눈빛 모든 면에서 이방원 그 자체였다. 욕망과 광기에 사로잡혀 번뜩이는 그의 눈빛은 안방극장을 집어삼키기에 충분했다. 흔들림 없이 상대를 조롱하다가도, 짐짓 여유 있는 척 미소를 머금을 때는 시청자의 소름을 유발했다. 웃음을 거둔 뒤 표정을 바꾸며 다음 수를 생각할 때는 잔혹함과 냉철한 느낌을 자아냈다. 대체불가능 유아인이라 가능한 ‘청년 이방원’의 활약이 더욱 기대를 더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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