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스트레스’ 이제 그만…휴먼드라마 그립다

입력 2016-02-19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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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드라마’의 홍수로 가족드라마가 점점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김수현 작가가 새로 집필하는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사진)와 KBS 2TV 주말드라마가 유일한 가족 이야기로 안방극장에 따스함을 전해주고 있다. 동아닷컴DB

■ 따뜻한 가족 드라마 실종시대

방송사 불륜·살인 등 자극적 소재만 찾아
자극적 드라마에 길들여진 시청자도 문제
KBS 2편 편성…SBS 김수현표 가족극 위안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막장’ 소재의 드라마가 안방극장을 점령하면서 따뜻한 가족드라마 한편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이 됐다. 현재 지상파 방송3사 드라마 가운데 가족의 가치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드라마는 고작해야 2∼3편에 불과하다. 그동안 가족극의 명분을 이어온 KBS 1TV 저녁 일일드라마와 KBS 2TV 주말드라마 정도다.

20∼30대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로맨틱코미디 등 트렌디드라마 아니면 더 세고 강한 소재로 채운 막장드라마가 대부분 차지하면서 가족드라마의 자리를 점점 잃고 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막장드라마가 판치는 시대에 진정한 가족드라마가 꼭 있어야 한다” “드라마에도 사명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잇따라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가족드라마 제작을 외면하는 현실…

각 방송사의 프라임타임 시간대(광고료가 가장 높은 시간인 평일 밤 10시)는 한마디로 ‘돈이 되는’ 수익성 높은 드라마의 자리다. 그렇다보니 가족애를 다룬 드라마는 평일 보다는 주말 밤으로 옮겨간다.

하지만 “휴먼 가족극”을 표방한다고 해도 그동안 자극적인 조미료 맛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하면서 시청률이 떨어지고, 방송사에서도 편성을 꺼린다. 그러면서 불륜, 폭력, 살인, 출생의 비밀 등 구미를 당길만한 소재만 찾게 된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방송사의 편성을 받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 흥행이 보장된 주인공이고, 그 다음이 짜임새 있는 대본이다”면서 “하지만 가족드라마는 한류스타 등 톱스타가 출연하는 것도 아니고, 해외 판권수출 등 부가수익이 없다. 주말 시간대 특성상 50회 이상 장기간 끌고 가야하는데 흥미를 끌만한 요소가 없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방송사, 시청자 모두 바뀌어야”

최근 중견 연기자 이순재가 막장드라마에 대해 일침을 가하면서 가족드라마의 중요성을 강조해 화제를 모았다. 그가 주연한 SBS 주말드라마 ‘그래, 그런거야’는 3대가 어울려 사는 대가족의 이야기를 그린다. 인기 작가 김수현이 “막장 스트레스를 날려주겠다”며 대본을 썼다. 이순재는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막장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는 ‘어디까지 가는지 보자’하며 보는 거다. 감동을 주면서 삶의 지혜를 주는 가족드라마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현실이 각박하고 가족의 가치가 떨어졌다고 해도, 가족애를 통해 가족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의미를 느낄 수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은영 대중문화평론가는 “우선 시청자와 방송사 모두 변해야 한다. 건전한 상식이 통하는 훈훈한 가족드라마를 통해 진정한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는 드라마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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