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 중 일호그룹의 후계자인 남규만은 ‘분노조절 장애’를 지닌 재벌 2세다. ‘서촌여대생 강간살인사건’의 진범이기도 하다. 자신의 죄를 덮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이런 남규만을 오롯이 연기한 남궁민은 “내가 생각해도 지독한 놈이다”며 혀를 내두른다.
“아버지가 교장선생님이세요. 바르게 자란 편이에요. 남규만은 실제 성격과 많이 달라요. 초반에는 상반된 캐릭터 때문에 연기하기가 힘들었어요. 그런데 청소 아주머니에게 해코지하는 장면에서 웃음이 나는 거예요. 이상했어요. 내용은 심각한 데 웃음이 나니까 스스로 놀랍더라고요. 생각해 보니 이렇게 궁합이 잘 맞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힘든 캐릭터였지만, 합이 잘 맞았기에 가능한 연기였어요. 제작진과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게 감사해요. 제 스스로에게 후한 편이 아닌데 이번만큼은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싶어요. 잘했어 남궁민. (웃음)”
드라마 초반만 하더라도 어려움이 많았다. 남궁민의 캐릭터가 영화 ‘베테랑’에서 배우 유아인이 연기한 조태오 캐릭터와 닮았다는 의견이 있었다. 배우로서는 달갑지 않는 비교다.
“‘조태오의 아류가 될 것 같다’는 말이 있었어요. 그래서 ‘배우가 다른데 어떻게 똑같을 수 있느냐’고 답했어요. 생각해보니 그 말에 나름 책임을 진 것 같아요. ‘리멤버’를 하면서 ‘연기 잘 한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어요. 기분이 정말 좋더라고요. 연기자는 역시 연기를 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배우는 연기가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한다. 힘든 캐릭터를 연기한 만큼 보상은 있었다. 이번 드라마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것이다. 남궁민은 ‘리멤버’의 최대수혜자로 꼽힌다.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사랑은 감사해요. 하지만 (유)승호나 다른 연기자들을 이겼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서로 이기겠다는 마인드로 연기를 하면 서로 돋보이겠다는 이야기인데, 그러면 작품이 산으로 가요. 각자의 롤이 있어요. 균형감이 중요해요. 전 제 역할을 잘 수행했다고 생각해요. 작품도 잘 마무리 됐고요. 그걸로 된 거예요. 주인공보다 빛날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면서 유승호에 대해서는 “이보다 착할 수 없다. 연기에 대한 진정성이 느껴지는 친구”라며 “순진하게 인사하지만, 막상 촬영에 들어가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리허설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나이만 어릴 뿐 진정한 프로다”고 극찬했다.
대중의 관심 속 차기작이 기대되는 남궁민이다. 연거푸 악역을 맡은 남궁민은 작품 속 로맨스를 꿈꾸고 있다. 그는 “영화라면 모를까 드라마에서 더는 악역을 연기하고 싶지 않다”며 “차라리 표현의 자유가 큰 영화 쪽에서 악역 연기를 펼치고 싶다. 그 편이 오히려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차기작에서는 인간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다. ‘남규만이 보일 줄 알았는데 아니네’라는 반응을 이끌어내고 싶다”며 “악역을 하면서 멜로다운 멜로가 없었는데, 로맨스나 멜로 연기도 보여주고 싶다. 악역만 아니면 될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SB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