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후’ 신드롬①] 죽어가던 KBS 드라마 구한 송♥송 커플의 힘

입력 2016-03-03 10: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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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방송캡처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고전하던 KBS의 자존심을 제대로 세워주고 있다.

‘태양의 후예’는 방송 3회만에 시청률 20%대를 돌파했다. 2일 방송된 '태양의 후예' 3회는 23.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전 회보다 7.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떨리지만 잘 될 거 같다“라는 김은숙 작가의 자신감이 현실이 됐다.

‘태양의 후예’는 우르크라는 낯선 땅에 파병된 군인과 의사들을 통해 극한 상황 속에서도 사랑하고 연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휴먼멜로물이다. 김은숙 작가와 ‘여왕의 교실’ 김원석 작가가 공동 집필하고 ‘비밀’ ‘학교 2013’ ‘드림하이’ 이응복 감독과 ‘후아유’ 백상훈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았다. 영화 투자배급사 NEW의 첫 번째 드라마 진출 작이기도 한 ‘태양의 후예’는 배우와 제작진 350명, 촬영만 6개월 걸린 국내 최초 한중 동시 방영 100% 사전 제작 드라마다. 공사창립기념드라마라는 이름에서부터 작품이 지닌 무게를 느낄 수 있다.

‘태양의 후예’는 1회만에 시청률 14.3%를 기록하며 제작진과 출연진의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이름값에 기대어 생긴 기대감은 방송 2주째에 확신이 됐고 KBS는 ‘태양의 후예’를 기점으로 오랜만에 고개를 들었다. 지난해부터 줄곧 이어진 주중 미니시리즈의 저조한 성적을 반등할 기회를 잡았기 때문이다. ‘착하지 않은 여자들’ 이후 KBS 수목드라마는 ‘복면검사’, ‘어셈블리’로 경쟁의 쓴 맛을 봤다. 최근 종영된 ‘장사의 신-객주2015’가 그나마 동시간대 2위를 유지했지만 극히 일부 시청자만을 만족시키며 사극만이 보여줄 수 있는 저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작품성과 별개로 주중 시청자들의 취향을 만족시키지 못한 편성의 불찰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에 KBS는 김은숙 작가 특유의 정곡을 찌르는 트렌디한 대본을 승부수로 뒀다. ‘태양의 후예’는 김은숙 특유의 오글거리지만 설렐 수밖에 없는 대사, 장면들로 가득 채워진다. 몰입감을 높인 이유는 유시진(송중기)와 강모연(송혜교), 서대영(진구), 윤명주(김지원)의 관계형성이 2회 만에 완료된 데 있다. 김은숙 작가의 청량감 있는 대사는 드라마 전개에 탄력을 부여한다.

송중기와 송혜교는 극의 중심에서 극강의 멜로 라인을 구축한다. ‘두 사람 얼굴만 봐도 1시간이 금방 간다’는 농담 섞인 반응이 진지하게 받아들여질 정도다.

송혜교는 할 말은 하는 흉부외과 전문의 강모연을 다채롭게 그려낸다. 특히 3회, 강모연은 우르크에서 유시진가 재회했다. 강모연은 유시진 때문에 자신이 진짜 지뢰를 밟은 줄 알고 놀라 눈물을 보이다가도 애국가가 울려 퍼지자 유시진을 따라 국기에 대한 경례를 했다. 송혜교는 놀람, 타국에서 느끼는 애국심, 사명감 등이 섞인 미묘한 감정을 한층 더 깊어진 눈빛으로 표현하며 화면을 압도했다. 재미를 주기도 한다. 상의를 탈의한 채 아침 구보 중인 군인들을 넋을 잃고 바라보는 모습에선 내숭 없는 매력적인 강모연의 성격을 나타냈다.

송중기에게 ‘태양의 후예’는 남다른 의미가 있었다. 전역 후 첫 복귀 작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첫 회부터 남성적인 액션과 송혜교와의 로맨스로 여심을 제대로 사로잡으며 ‘제대 후 첫 작품은 망한다’는 전역 징크스를 보란 듯이 깼다. ‘태양의 후예’로 송중기는 화보집을 출간해도 될만큼 비주얼적으로 완벽하다. 이전에 보기 힘들었던 남성적인 매력까지 더해지면서 유시진 중대장 그자체로 변신한 상태다. 강모연과는 직진하는 연애 스타일로는 로코킹 자리를 이미 차지했다.

방영 전부터 최고, 최대 등 좋은 수식어를 독차지했던 ‘태양의 후예’, 상승세를 넘어 어떤 신기록을 세울지 주목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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