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추일승 감독(오른쪽)이 6일 KBL센터에서 열린 ‘2015~2016 KCC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농담에 환하게 웃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유감독 “추 감독 항상 연구하는 지도자”
추감독 “어떤 지도자보다 뛰어난 리더”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실업농구 기아자동차 창단 멤버로 53세 동갑내기다. 유 감독과 추 감독은 지도자로 변신해 오랜 기간 라이벌구도를 형성했다. 플레이오프(PO)에서 격돌하는 것은 2006∼2007시즌 이후 9년만이다. 8일부터 시작하는 ‘2015∼2016 KCC 프로농구’ 4강 PO(5전3승제)에서 맞붙는 두 감독은 6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입씨름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행사 말미에는 서로를 칭찬하는 훈훈한 장면도 연출했다.
● ‘쥐’ 유재학 VS ‘소’ 추일승
유 감독이 흥미로운 얘기를 꺼냈다. 선수 시절 자신의 별명이 ‘쥐’였고, 추 감독의 별명이 ‘소’였다고 소개했다. 그런 뒤 “쥐와 소가 어떻게 친하게 지낼 수 있었겠느냐”고 농을 던졌다. 그러자 행사장에는 웃음이 번졌다. 미디어데이가 끝난 뒤 한 농구 관계자는 “유 감독의 인터뷰를 듣고 ‘십이지’ 이야기가 생각났다. 쥐가 소 등에 올라 경주에서 일등을 하지 않았나. 진짜 별명이 쥐와 소였는지 모르겠지만, ‘십이지’ 이야기를 빗대어 한 말이라면 추 감독이 크게 한방 먹은 셈”이라고 말했다.
● “부담될 것!”(유) VS “식상하다!”(추)
추 감독은 1일 4강 PO 진출을 확정한 직후 “유 감독이 이제 내려올 때가 됐다”는 말로 선제공격을 했다. 추 감독은 이날도 “한국농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우리가 올라가야 한다. 언제까지 유 감독이냐. 식상하다. 시청자도 채널을 돌린다”고 말했다. 그러자 유 감독은 “내가 내려올 때가 된 것도 맞다. 반드시 (추 감독이) 올라가라”고 친구를 보며 말했다. 유 감독은 “그렇게 얘기해서 (추 감독이) 마음의 부담이 엄청날 것이다. 그런데 사람 일이라는 게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 서로를 인정한 두 감독
잠시 농담이 섞인 날선 대화도 이어갔지만, 두 감독은 ‘지도자로 서로를 평가해달라’는 질문에서 진지함을 되찾았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유 감독은 “추 감독은 kt 시절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상대를 잘 파악하고 연구하고 노력하는 지도자”라고 칭찬했다. 추 감독도 “팀 장악력, 철저한 준비 등으로 한국농구를 끌어가고 있다. 이번 시즌에도 6강을 가니 못가니 하더니 결국 2위로 4강 PO에 올랐다. 지도력이 어떤 지도자보다 뛰어나다”고 친구를 치켜세웠다. 유 감독은 “우리는 말수가 없어서 그렇지 많이 친하다”며 날선 공방을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도 전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