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열풍’, 영화는 시작일 뿐

입력 2016-03-08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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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주’의 흥행으로 윤동주 시인의 삶이 재조명 받고 있다. 시인에 대한 관심은 서점가와 연극무대로 넓혀가고 있다. 사진은 영화에서 윤동주 시인을 연기한 강하늘. 사진제공|루스이소니도스

영화 ‘동주’, 기대 이상의 흥행
시집·창작가무극도 관심 집중

청년 윤동주를 향한 관심이 영화 ‘동주’에서만 끝나지 않고 있다. 시인이 남긴 시를 엮은 유고시집 복각본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그의 삶을 다룬 창작 가무극이 무대에 오른다. 영화로 시작된 ‘윤동주 열풍’이 대중문화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동주’(제작 루스이소니소드)는 순제작비 5억원으로 만든 흑백영화다. 2월17일 개봉해 3주째 주말에도 박스오피스 5위를 유지하면서 누적관객 92만명(영화진흥위원회)을 모았다. ‘반란’에 가까운 저력이다. 특히 6일 기록한 좌석점유율은 흥행 1위인 ‘귀향’을 앞질러 32.2%를 나타내기까지 했다.

윤동주의 시와 삶을 더욱 깊숙이 이해하려는 이들의 움직임은 출판계와 공연으로도 향한다. “시를 좋아한다는 의미는 그 시를 쓴 시인의 삶까지 포함해야 하는 일”이라는 연출자 이준익 감독의 바람이 스크린을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실현되고 있다.

실제로 윤동주의 유고시집 복각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소와다리 펴냄)는 이미 베스트셀러 대열에 합류했다. 6일 교보문고가 집계한 일간 종합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고, 2월24일부터 3월1일 집계한 주간차트에서도 4위를 기록했다. 시집이 종합 베스트셀러에 진입하기는 이례적이다.

시집을 향한 관심은 영화에 등장한 윤동주의 ‘별 헤는 밤’, ‘참회록’ 등의 시를 활자로 직접 확인하려는 관객들의 선택 덕분이다. 이번 복각본에는 영화에서 주인공 강하늘이 낭독한 시 13편을 포함해, 시인이 남긴 시 31편과 에세이 등이 수록돼 있다.

시와 영화가 한 데 어우러지는 이 같은 반응에 힘입어 ‘동주’ 측은 시를 읊으면서 영화를 감상하는 기획까지 마련하고 있다. 2월26일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에서 한 차례 열었고, 현재 추가 진행 여부를 논의중이다.

이 행사에 참여한 김태형 시인은 “윤동주 시인은 한국어 사용이 금지된 시대에 우리말로 시를 쓰지 못하는 아픔을 절절하게 느낀 시인이자 누구보다 모국어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시어를 썼다”고 했다. 그런 시인의 마음이 관객 및 독자와 통했다는 뜻이다.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창작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오른쪽)


이제 윤동주의 삶은 무대로 옮겨간다. 창작 가무극 ‘윤동주, 달을 쏘다’가 20일부터 8일 동안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토월극장에 오른다. 청년 윤동주의 모습과 더불어 이준익 감독이 영화에서 발굴한, 시인의 사촌이자 독립운동가 송몽규의 삶 역시 무대에서 펼쳐진다.

‘윤동주, 달을 쏘다’는 2012년 초연 이후 이듬해 다시 공연됐다. 3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배경에는 최근 영화 개봉 등으로 모아지는 관심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미 주요 시간대와 좌석은 매진된 상태다.

제작사 서울예술단의 관계자는 7일 “영화와 출판계에서 확인된 윤동주의 인기는 공연에서도 마찬가지”라며 “3년 전 열린 공연에서 기록한 90%의 좌석점유율을 이번 무대에서 넘어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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