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진희’라 쓰고 ‘뇌섹남’이라 부른다

입력 2016-03-11 11: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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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소신을 남에게 설득시킬 수 있는 남자를 뇌섹남이라고 정의한다면 배우 지진희(45)는 뇌가 섹시한 남자 그 자체다. 60분 인터뷰 내내 쉬지 않고 뚜렷하게 이야기를 전개했다. 누군가에게는 ‘인생 복잡하게 사네’라는 핀잔을 들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정도로 지진희에게는 복합적인 사고(思考)가 당연한 일이고, 이 같은 그의 일상은 드라마 속 캐릭터를 이채롭게 표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SBS 드라마 ‘애인있어요’는 어려운 작품이었습니다. 제가 20대, 30대였을 때 최진언 역할을 연기했다면 작품이 단순해졌을 거예요. 최진언을 비롯한 모든 등장인물의 성격이 다면적이었죠. ‘애인있어요’를 성장 드라마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완성되지 않은 아이 같은 최진언. 그는 사랑을 통해 사회 일원이 됐죠.”

지진희는 작가의 촘촘한 필력 덕분에 극 중 최진언과 강설리(박한별)의 관계가 불륜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다. 오히려 “절대 불륜이 아니다. 지나가다가 이성에게 ‘와 진짜 예쁘다, 혹은 정말 멋있다’라고 눈길을 준 적 없냐”고 되물었다.

“저는 가끔 ‘내가 변태인가’ 싶기도 해요. 예전에 어떤 여고생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는데 ‘와 너 정말 예쁘다. 미스코리아 나가 봐’라고 말했거든요. 근데 그런 느낌을 갖는 거 자체가 잘못된 건가요? 그 감정으로 이상한 행동을 하면 문제가 되는 거죠. 마찬가지로 최진언은 강설리에게 흔들린 적이 없어요. 강설리에게도 ‘너는 도해강(김현주)을 피하기 위한 도피처’라고 이미 말했고요. 최진언에게 여자는 도해강 한 명이었는데 악마처럼 변한 도해강을 견디지 못한 것이고 때마침 그 옆에 강설리가 있었던 것뿐이죠. ‘애인있어요’라는 제목 때문에 불륜 드라마 이미지가 있었어요. 하지만 애인, 말 그대로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에요.”

‘애인있어요’ 속 달달하지만 오글거리는 대사는 전부 지진희의 몫이었다. 그는 “실제 아내에게도 니글니글한 말을 한다. 아내가 ‘느끼하다’더라. 도해강 그 이상으로 아내를 사랑한다. 또 일부러 ‘사랑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13년을 함께 살다보니 편해져서 소홀해질 때가 있기 때문”이라고 금슬 비결을 귀띔했다. 시나리오 분석 능력이 탁월한 아내와 독서하기 좋아하는 아들은 그의 작품 선택 기준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아내와 달리 저는 장면, 시각적인 부분을 기억하는 데 뛰어나요. 명대사는 기억 못해도 명장면은 떠올리죠. 어떤 방송에선 제가 자녀에게 독서를 못하게 한다는 잘못된 정보가 나갔더라고요.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제 아들은 책 읽는 걸 너무 좋아하고 저는 아들이 글 쓰는 일을 하길 바랄 정도죠. 작품을 선택할 때 저희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주느냐를 염두에 둬요. 가정과 일, 삶의 균형을 잘 잡고 사는 편이고 다행히 ‘애인있어요’ 최문석 감독도 저와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더라고요. 오전 8시에 시작해서 밤 12시 전에는 촬영을 꼭 끝내줬죠. 동선도 최소화해서 일정을 짰어요. 덕분에 가정과 일을 모두 놓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지진희는 “나는 내 일을 열심히 할 테니 팬 여러분들도 가정을 지켜달라. 나는 여러분 일상에 방해가 되고 싶지 않다. 좋아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말할 정도로 팬들과는 쿨한 관계를 유지한다. 그러면서도 “나이 들어서까지 멜로물에 도전하고 싶다”는 말로 팬들을 설레게 할 만한 각오를 전했다.

“저는 드라마 속 캐릭터가 아니에요. 지진희일 뿐이죠. 그런 면에서 배우는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할 수 있는 만큼 보여드릴 수 있잖아요. 이 분야가 좀 더 자유롭고 넓어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려면 다양한 작품, 다양한 역할이 필요하죠. 제가 ‘대장금’(2003)으로 큰 인기 얻고 ‘파란만장 미스김’(2004)을 차기작으로 선택한 이유이기도 해요. 만일 ‘애인있어요’ 최진언 이미지를 차기작까지 끌고 간다면 얼마나 많은 관객들이 티켓을 끊을까요? 나이 먹으면 먹는 대로 멜로를 하고 싶고, 액션에도 도전해보고 싶죠. 특히 40대인 제게 멜로 감성은 평생 이어 가고 싶은 것이기도 해요.”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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