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지수가 말하는 청춘, 그리고 ‘글로리데이’

입력 2016-03-18 18: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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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배우’라는 말이 이토록 잘 어울릴 수 있을까. 쌍꺼풀 없는 강한 눈매에 담백한 말투, 곧은 생각까지…. 우리네 청춘을 대변하는 배우가 나타났다. 벌써부터 한국 영화계를 이끌 최고의 유망주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배우 지수가 최근 듣고 있는 말들이다.

2009년 연극 ‘봉삼이는 거기 없었다’로 데뷔한 지수는 영화와 드라마 단역으로 연기력을 쌓아왔다. 이후 드라마 ‘앵그리맘’, ‘발칙하게 고고’를 통해 눈도장을 찍은 지수는 어느덧 스크린 첫 주연작 ‘글로리데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글로리데이’ 오디션은 제 또래 배우들 사이에서 큰 이슈였어요. 많은 배우들이 오디션을 봤고 저 역시 마찬가지였죠. ‘지공’, ‘용비’ 두 역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감독님이 ‘용비’하고 밀접하다고 판단하시고 같이 해보고 싶다고 하셨죠. 이런 건 운이 강한 것 같아요.”

수많은 배우들이 하나의 배역을 위해 오디션에 지원하고, 또 떨어진다. 그런 배우들 사이에서 본인이 선택된 것을 지수는 ‘운’이라고 말했다. 겸손한 듯 보이지만 참으로 현실적인 표현. 하지만 지수는 ‘운’이 아닌 실력임을 입증하기 위해 ‘용비’ 그 자체가 되려고 노력했다.

“촬영 중에 감독님께 ‘이렇게 하는 게 맞아요?’라고 물어보면 감독님이 ’네가 용비니까 네가 생각하는 게 맞다‘고 세뇌시켜주셨어요. 그런 말들이 자신감을 심어줬죠. ’좋아, 난 용비야‘ 스스로 되새기면서 촬영에 임했어요.”

극중 지수가 연기하는 용비는 친구에겐 무엇이든 해 줄 수 있는 의리남이자 친구들 사이에 리더 역할을 하는 캐릭터. 그야말로 의리에 죽고 사는 인물이지만 내면에는 남모를 아픔을 지니고 있다. 지수가 그린 용비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용비는 어른들에게 받은 상처로 외로움이 많은 캐릭터에요. 어릴 적 아버지가 폭력으로 어머니를 살해하고 교도소에 수감되면서 형이랑 둘이 살죠. 그래서 친구들을 가족처럼 의지하고 더 의리파가 됐어요. 영화에서 두드러지게 나오지는 않지만 할머니랑 둘이 사는 상우에게 동질감을 느끼면서 좀 더 아끼죠. 아픔을 일찍이 맛봐서 그런지 철도 들고 혼자 하는 것이 익숙해져서 리더십이 강하지만 내면은 순수하고 아이 같은 친구에요.”


‘글로리데이’는 제목과 반대로 ‘언글로리’한 영화다. 고구마처럼 먹먹하고 한약처럼 쓰디쓴 청춘들의 이야기.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글로리데이’ 시나리오에 지수는 눈물을 흘렸다.

“영화 속 인물들의 나이대가 저랑 비슷하고 현실적인 면이 많아요. 그래서 더 공감이 잘 되고 와 닿았던 것 같아요. ‘글로리’했던 친구들이 무너져가는 과정이 너무 아프게 느껴져서 눈물이 났죠. 꽃피는 스무 살 청춘들이 산산조각 나는 느낌이었어요.”

제목 뿐 아니라 영화 곳곳에서도 선과 악, 흑과 백의 대비가 드러나는 장면들이 등장한다. 지수는 이런 ‘상반됨’을 ‘글로리데이’만의 매력으로 꼽으며 최정열 감독의 천재성에 감탄했다.

“영화가 글로리하지 않은데 제목이 ‘글로리데이’인 것부터 행복한 낮 시간과 슬픈 밤 시간의 교차, 책임감 있는 어른을 대변하는 최형사와 회피하는 백형사의 대립 등 이런 모습들을 다양하게 보여주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아요. 특히 최형사와 백형사가 투샷으로 통화하는 장면이 있는데 감독님의 상상력에 감탄했죠. 이런 모습들이 영화 곳곳에서 묻어나와요.”

하지만 ‘용비’가 아닌 배우 지수가 생각하는 청춘의 모습은 ‘글로리데이’에서와는 달랐다. 청춘을 “나이나 세월이 아닌 마음”이라고 정의한 그는 이렇게 말했다.

“뜨거운 열정, 풍부한 상상력, 용기와 도전 이런 것들이 청춘의 마음 아닐까요? 그런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고 오랫동안 청춘의 마음으로 살고 싶어요.”

언제나 청춘이고 싶다는 지수에게 ‘청춘 배우’라는 수식어를 붙여주자 수줍어하면서도 활짝 웃으며 기뻐했다. 그리고 그는 청춘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청춘’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 20대 때 바람 중 하나였어요. 어려서부터 청춘물을 좋아했고 굉장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기회가 된다면 많은 청춘물을 해보고 싶죠.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요? 하루하루를 소중히 여기면서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동아닷컴 김미혜 기자 roseli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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