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디비, 사진|브랜뉴뮤직
비장의 카드 한 두장쯤은 항상 숨기고 있는 이미지. 하지만 정작 키디비 본인은 "1도 그렇지 않고 정말 평범하다"라고 이런 이미지를 극구 부인했다.
또 키디비를 늘 옆에서 지켜보는 매니저 역시 "스페셜한 게 한 두개는 있는데..."라고 입을 열었지만 막상 키디비가 "그게 뭔데?"라고 반문하자 대답을 내놓지는 못했다. 이에 매니저는 결국 "평범하다. 처음 (브랜뉴뮤직에)와서부터 보통 사람들처럼 평범했다. 편안한 게 있다"라고 정리했다.
키디비가 특별한 게 있는 지 없는 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인터뷰는 시종일관 이런 분위기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이날 키디비가 인터뷰를 진행한 명분은 일단 신곡 'Doin` Good'이 22일 발매됐기 때문이다. 'Doin` Good'은 키디비가 브랜뉴뮤직에 합류한 이후는 물론 '언프리티 랩스타2' 출연 이후 처음으로 발표한 신곡이다.
당연히 인터뷰의 시작은 'Doin` Good'에 대한 이야기부터 진행됐지만, 희한하게도 마지막은 UFC와 '프로듀스101'로 끝이 났다.
키디비, 사진|브랜뉴뮤직
먼저 키디비는 'Doin` Good'에 대해 "비트는 ASSBRAS 오빠가 만들었지만 내 의견도 많이 반영됐고, 멜로디와 가사는 내가 다 했다. 비트와 편곡까지는 직접 하지 않더라도 나머지는 내가 다 하는 편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일단 'Doin` Good'이 내 마음에는 든다. 이런식으로 해보고 싶었다. 또 난 정말 대중적이라고 생각하고 썼는데, 라이머는 그렇게 대중적이지 않다고 하더라. 사실 (성적은)많이 기대안하고 있다.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음악을 하려 한다. 키디비라는 랩퍼의 색깔이 정해지기는 아직 아쉽다. 내가 좋아하는 곡을 하다보면 같이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라고 자유로운 음악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특히 키디비는 "나도 나이가 들고 시간이 지나다보니 순해지기도 했고, 상큼한 거도 하려고 한다"라고 말했다가 이내 "상큼해지는 건 안 될 거 같다. 이미 강을 건넜다"라고 여러가지 이미지 중에서 '상큼한 키디비'는 포기했다.
또 키디비는 'Doin` Good'의 영어 발음에 신경을 썼다고 말했고, 이에 외국에서 지낸 적이 있는 지를 묻자 "전혀, 1도 아니다. 경기도 시흥 출신이다. 나갈 욕심은 많다"라고 오해를 막았다.
'Doin` Good'의 가사는 요약하자면 '난 잘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키디비는 "내 경험도 있고, 남자든 여자든 연애에 빠져서 자기 일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사람들에게 나 봐라 잘하지 않나 그런걸 말하는 것도 있다. 그런 메시지를 많이 담은 거 같다. 그래서 뮤직비디오도 폭력 남자에게 복수를 하는 느낌으로 촬영했다. 이미지컷이 좀 SM스럽게(엔터테인먼트사 SM이 아니다) 나왔다"라고 설명했다.
키디비, 사진|브랜뉴뮤직
주목할 점은 키디비 '자신의 경험'이라는 것으로, 실제 연애에 빠져 힘들었던 경험이 있냐고 묻자 "연애에 빠져서 힘들어하다가 극복한 경험이 있다. 지금은 가사라도 쓰지만, 그때는 (남자에 빠져서)머리가 있어도 정말 아무것도 못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사실 'Doin` Good'은 '언프리티 랩스타2'가 지난해 11월 종영한 것을 감안하면 조금 늦게 발매된 감도 있다.
이에 키디비는 "나 뿐만이 아니라 '언프리티 랩스타2' 이후 다 신곡을 못내고 있다. '언프리티 랩스타2'때 너무 여유가 없었다. 다들 멘탈을 추스리는 시간이 었을 것이다. 이제 충전이 됐고 쏟아낼 때가 됐다"라고 이후 본격적인 활동을 다짐했다.
갑작스럽게 인터뷰를 마무리하는 듯 한 발언이 나왔지만, 이야기는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키디비는 모든 삶을 힙합에 맞춰놓고 사는 스타일은 아니다. 본인 스스로 "오히려 힙합음악을 잘 안듣는 편이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정말 많다. 밤에 재즈 틀어놓고 자고, 그런다. 에이미 와인하우스와 노라 존스 같은 음악을 좋아한다. '에이미' 영화도 봤고, 보다 울었다. 내가 원래 감성이 풍부하다. 양쪽 눈에 눈물샘이 하나씩 있다"라고 말했다.
즉 이런 저런 음악과 경험에서 느낌 감정을 랩으로 풀어내는 식이다. 키디비는 "많이 듣는 것 중에서 감성이 나오다보니, 내가 만들어 놓고도 중구난방이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또 키디비는 과거 노래를 직접 부른 경험도 있다. 하지만 성대결절을 앓은 후 직접 노래를 부르는 건 가급적 삼가하고 있다. 키디비는 "랩을 하는데, 더 될 줄 알고 노래를 너무 마음대로 불렀다. 그 뒤로 성대결절이 심하게 걸리니 고음을 두려워하게 됐다. 이번에 나온 곡도 일부러 낮게 불렀다. 그래도 노래는 언젠가 다시 해보고 싶다"라고 랩과 보컬 모두 능통한 키디비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랩과 보컬이 모두 빼어난 여성 뮤지션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주인공이 윤미래이다. 또 여성 힙합 뮤지션으로 워낙에 독보적인 입지를 자랑하는 윤미래인 만큼, 이날 인터뷰에서도 윤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했다.
키디비는 "(윤미래는)목소리 톤, 플로우, 딜리버리 다 좋다. 그 분은 뛰어넘을 수 없는 산같은 분이다"라고 선배 뮤지션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키디비, 사진|브랜뉴뮤직
아무리 윤미래가 국내 여성 힙합 뮤지션의 산같은 존재라고는 하나, 윤미래 만큼 남녀모두에게 인정받는 여성 랩스타가 등장하지 않는 점도 국내 힙합씬의 문제다.
더욱이 '언프리티 랩스타'를 통해 여러 여성랩퍼들이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오히려 '여성 랩퍼는 아직 실력이 모자라다'라는 선입견만 늘어났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키디비는 "나도 남자 랩퍼와 여자 랩퍼의 실력차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봤다. 정말 나만의 주관적인 생각인데, 남자와 여자의 성향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나를 포함해서 일반적으로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덕후스러운' 기질이 적은 것 같다. 남자들은 한 번 꽂히면 앞 뒤 안 가리고 막 하는 스타일이 있지 않나. 예를들어 며칠 밤을 새워서 가사를 쓴다든지... 그러다보니 일단 작업량에서도 차이가 난다. 또 어떤 작업을 하다가 (완성을 시키지 못하고)좌절을 하고 포기를 하면 그 곡은 버려지는 거다. 그럴 때 포기하지않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경우도 남자들이 더 많은 것 같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어 "랩적으로 (남녀가)동등하게 가려면, 노력해야할 점이 아직 많다. 무대 장악력이나 발음, 가사를 전달하는 파워 등등 무대 위 모습을 보면 실력이나 센스 같은게 남자들이 더 많은 거 같기도 하다. 나도 스스로 가장 부족한 점이 끈기라고 생각한다. 나도 오타쿠처럼 끝까지 파고 들고 싶은데, 너무 릴렉스하다. 그런 오타쿠 같은 점이 부럽기까지 하다"라고 아직은 남녀 랩퍼의 실력 평균치에 차이가 있음을 인정했다.
또한 키디비는 "'언프리티 랩스타'에 나와서 우스워진 점도 있다. 방송중에 정말 시간이 촉박해서 억지로 짜낸 가사도 많았는데, 그런 것 중에 1차원적이고 말도 안되는 펀치라인도 있었고 우습게 보이는 내용도 있었다. 이런게 여성 랩퍼들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어주기도 한 거 같다"라고 '언프리티 랩스타'의 부작용도 인정했다.
(노파심으로 덧붙이자면, 키디비의 발언을 오해하거나 확대해석은 하지 말자. 키디비는 그저 현역 플레이어로,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이야기 한 것일 뿐이다.)
키디비, 사진|브랜뉴뮤직
부작용도 있었지만 어찌됐든 키디비라는 이름은 '언프리티 랩스타2'를 통해 많이 알려진 것도 있다. 키디비는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 멘탈도 강해졌다"라고 프로그램의 장점을 밝혔다.
또 '언프리티 랩스타2'의 출연 이후 직접적으로 변화된 부분도 있다. 브랜뉴뮤직의 사단에 합류한 것이 그것이다.
키디비는 "잘 선택한 거 같다. 일단 라이머 오빠가 (내 노래가)자기 마음에 안들어도 내준다. 그리고 녹음실이 생긴 게 좋다. 예전에는 항상 싸구려 마이크로 열악하게 녹음했다. 근데 지금은 좋은 환경이 마련됐다. 정식 뮤직비디오를 찍을 수 있는 것도 좋았다. 과거 활동할 때 제일 아쉬웠던 게 제작비가 없어서 뮤직비디오를 1절만 찍거나, 티저 영상만 내고 그랫던거다. 그나마도 치킨 사주는 걸로 (제작비를)때우고 그랬다. 이번에 뮤직비디오 감독도 예전에 도와줬던 분인데, 정식으로 의뢰를 하고 제작비도 다 드렸다. 앞으로 갚아야 할 사람이 많다"라고 회사에 들어가고 나서 달라진 점을 밝혔다.
그렇지만 마냥 회사에 대해 좋은 이야기만 한 것은 아니다. 키디비에서 "회사에서 홍보를 하면서 '당당한 여자' 그러면서 다이어트 어쩌고 저쩌고 내보낸 건 마음에 안들었다. 너무 엇나가고 튀는 것도 별로고, 그냥 담담하게 갔으면 좋겠다"라고 슬쩍 불만사항도 함께 밝히기도 했다.
인터뷰 말미, 앞으로 해보고 싶은 일이 있는 지를 묻자 키디비는 "운동을 열심히 해서 몸도 만들어 보고 싶다"라고 상당히 뜬금없는 목표를 밝혔다.
이에 머슬퀸 같은 몸을 말하는 거냐고 묻자 "그것도 되게 멋있다고 생각한다. 근데 난 안될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키디비는 "작곡 공부를 열심히 하고 싶다. 편곡 도움 안 받고도 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거 외에는 UFC 보는 걸 좋아한다. 주짓수도 배우고 싶다"라며 "개인적으로는 론다 로우지를 좋아한다. 미샤 테이트가 챔피언된 건 축하하지만, 다시 빼앗아올 거다"라고 막간을 이용해 론다 로우지를 응원했다.
더불어 우연찮게 '프로듀스101'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키디비는 "거기 나오는 애들이 입는 교복스타일 의상의 치마 길이가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라고 프로그램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이에 키디비도 무대의상으로 교복을 입어보면 어떠냐고 묻자 "내가 교복입으면 돌 던질 거 같다"라고 다시 한 번 '상큼한 키디비'는 없다는 걸 각인 시켰다.
키디비, 사진|브랜뉴뮤직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