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독한 신고식’ LG 김대현 “다음엔 덜 혼나겠다”

입력 2016-03-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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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김대현. 스포츠동아DB

LG 양상문 감독은 25일 잠실 넥센전에서 깜짝 선발을 발표했다. 2016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우선지명된 김대현(19·선린인터넷고)이다. 양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1군 마운드를 경험하는 차원이다. 잘 던져도 앞으로 계획대로 훈련할 예정이지만 잘 크면 대형투수가 될 재목”이라며 기용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김대현은 ‘잘 던지면’이라며 가정법까지 사용한 양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아직 풋풋하기만 한 고졸신인은 난생 처음 경험하는 1군 마운드에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결과도 1.1이닝 3안타 4볼넷 5실점(4자책점). 그라운드에 달려 나갈 때부터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던 그는 쓰디쓴 실패의 잔을 마신 뒤 마운드를 내려왔다.


● 10구만에 스트라이크

김대현은 선린인터넷고 시절 이영하(19·두산)와 함께 원투펀치를 이뤘다. 키 188㎝, 몸무게 100㎏의 좋은 체격조건과 시속 140㎞대 후반 강속구로 LG에 1차지명됐다. 입단 후 이상훈 투수코치와 함께 피칭아카데미에 속해 집중 조련을 받았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식이요법과 웨이트트레이닝으로 체중을 10㎏나 감량하며 몸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준비한 자에게 기회가 온다고 했다. 2016년 3월 25일, 김대현의 생애 첫 1군 등판이 결정됐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얼어붙은 몸은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고, 프로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냉정했다.

김대현은 이날 10구만에 스트라이크를 던졌다. 전광판에 스트라이크 불이 켜지자 관중석에서 박수가 나올 정도였다. 주자는 나가면 뛰었다. 머릿속이 하얘져 주자를 견제할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결국 1회에만 3실점. 2회 마운드에 오른 그는 첫 타자를 우익수플라이로 처리했지만 또 한 번 제구력이 흔들리며 볼넷과 안타를 내줬다. 여기에 실책성 플레이가 더해져 실점은 ‘5’로 늘어났다.


● 변화구 제구력 합격

김대현의 1군 등판은 실패로 끝났다. 그렇다고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LG 노석기 전력분석팀장은 “1군 첫 등판이라 그런지 많이 긴장한 것 같다”며 “원래 직구가 빠르고 묵직한 편이다. 스피드가 144㎞ 나왔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고무적인 부분은 변화구 제구다. 노 팀장은 “신인의 경우 변화구 제구가 안 되면 발전이 더디다. 변화구를 던지다가 볼카운트가 몰려서 직구를 던지면 상대타자 입장에서는 승부하기 쉽지만 변화구 제구가 되는 투수는 직구 위력을 배가시키면 좋은 투수로 성장할 수 있다”며 “김대현의 커브, 슬라이더 제구가 나쁘지 않았다. 그런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고 합격점을 줬다.


● “다음엔 덜 혼날 것!”

김대현은 경기 후 “1군 등판기회가 이렇게 빨리 올 줄 몰랐다. 자신 있게만 던지고 내려오자고 생각했는데 막상 마운드에 올라가니까 머릿속이 하얘지고 붕 뜬 기분이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1군의 무서움도 느꼈다. 그는 “(1군은) 조금만 틈을 보여도 주자가 뛴다. 코너워크 된 공 같았는데 볼이 되고 가운데 보고 던졌는데 안 들어가서 당황스러웠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주눅 든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가장 큰 소득은 새로 장착한 커브의 위력이었다. 그는 “4~5일 전쯤에 이상훈 코치님에게 커브를 배웠는데 오늘 던져보니 생각보다 잘 들어갔다. 유강남 선배가 사인을 줘서 커브와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직구가 안 좋을 때 변화구가 잘 들어가서 나도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훈 코치님이 혼내실 줄 알았는데 ‘내려와서 후회하지 않도록 던지고 싶은데 그게 잘 안 되는 게 투수’라고 위로해주셨다”며 “다음에는 더 잘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은 크게 혼났으니까 다음 등판에서는 조금 덜 혼날 수 있을 것 같다”고 당차게 말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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