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문성민이 29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V리그 시상식에서 남자부 정규리그 MVP를 수상한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현대캐피탈 선수들 대신해 받은 상”
현대캐피탈이 18연승을 기록하며 정규리그를 마감한 날이었다. 천안의 어느 중식당에서 정규리그 우승을 자축하는 회식이 열렸다. ‘올 시즌 가장 고마운 선수가 누구인가’라고 묻자 최태웅 감독은 주저하지 않고 문성민(30)이라고 답했다. 이번 시즌 문성민이 기록한 수치보다 코트 밖에서 보여준 모습에 더 많은 점수를 줬다. 최 감독의 말을 요약하면 “스스로를 희생했고, 동료들을 위해 헌신하고 앞장섰다”였다.
2015∼2016시즌 주장이 된 문성민은 많은 측면에서 동료들을 놀라게 했다. 현대캐피탈 입단 이후 처음으로 자발적으로 야간훈련에 나왔다. 경기가 끝나면 먼저 웜업존에 있는 선수들에게 다가가 수고했다며 악수를 했다. 경기 후 가장 늦게까지 남아 팬들에게 기념사진도 찍어주고, 사인도 해주는 선수였다.
솔선수범한 리더 덕분에 현대캐피탈은 7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문성민 역시 29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V리그’ 시상식에서 생애 첫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수상의 영예를 누렸다. 그는 “정규리그 때 감독님이 원하는 재미있는 배구를 잘했던 것 같다. 그래서 우리 선수들이 이 상을 받아야 하는데 주장이라는 이유로 내가 대신 받은 것 같다. 다시 한 번 동료들에게 고마움을 전한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그동안 배구 엘리트로서 성공의 길을 밟아왔다. 그러나 MVP와는 거리가 있었다. 6년 만에 찾아온 MVP 트로피는 어떤 의미일까. 문성민은 “마음을 비우고 선수들과 더 어울리고 재미있게 하다보니 수상자 자리에도 앉아보고 MVP도 됐다. 처음 V리그에 왔을 때 ‘최고가 되고 싶다’고 겁 없는 소리도 했지만, 단체운동은 혼자서 잘한다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제 진정한 배구선수가 된 문성민에게 주장이라는 위치와 MVP는 배구인생에서 전환점이 될 듯하다.
배구인생 이력서에 시즌 MVP를 추가한 문성민은 “코트는 놀이터이고, 우리 선수들은 이번 시즌 즐겁게 잘 놀았다. 그런 터전을 만들어준 구단주와 프런트의 모든 분, 코칭스태프에게 감사한다. 특히 최태웅 감독님에게 감사하고, 완벽한 선수로서 동료들과 잘 융화해준 MVP 경쟁자 오레올에게도 감사한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