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세 베테랑 ‘이병규가 사는 법’

입력 2016-03-3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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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병규. 스포츠동아DB

■ “개막전 컷오프 당해도 기죽지 말라…기회는 반드시 온다”


정해진 개막 엔트리 27명…어쩔 수 없는 일
2군 갔다고 자포자기하거나 실망하지 말라
후배들아, 멀리 내다보고 묵묵히 걸어가라!

4월 1일 2016시즌 KBO리그가 대장정의 막을 올린다. 그러나 선수들은 타 팀과의 싸움에 돌입하기 전 내부경쟁에서 승자와 패자로 먼저 나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1군 엔트리는 27명으로 제한돼 있다.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까지는 팀당 40여 명의 선수들이 함께 있었지만 누군가는 남고, 누군가는 떠나는 운명의 시간이 다가왔다. 개막 엔트리는 31일 오후 5시까지 KBO에 제출된다.

문제는 1군에서 살아남지 못하는 이들이다. 열심히 노력했지만 막상 경쟁에서 밀려나면 허무할 수밖에 없다. 올해로 20년차가 된 베테랑인 LG 이병규(42·9번)는 “1군에 젊은 선수들이 많아지면서 팀 분위기가 활기차졌다. 고무적인 일”이라며 좋아했지만 “개막 엔트리는 27명으로 한정돼 있는데 혹 명단에 못 들어간다고 실망하는 어린 선수들이 나올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이병규는 LG에 입단한 1997년부터 두각을 나타낸 천재형 타자다. 그러나 그에게도 신인시절이 있었고, 쟁쟁한 선배들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경쟁구도에 놓였던 적이 있다. 그는 “주어진 기회를 잡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렸던 것 같다”며 “1차지명이어서 기회가 열려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주어진 기회에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기 위해 온 몸으로 부딪치며 죽어라 뛰었던 기억이 난다”고 밝혔다.

물론 기회를 제대로 부여받지 못하는 선수들이 더 많다는 것을 잘 안다. 특히 올해 대만에서 2군 스프링캠프를 치르면서 어린 선수들의 어려움을 보고 들으며 체감했다. 이병규는 “후배들이 무작정 훈련하지 말고 확실한 목표를 가지고 정진했으면 한다”며 “나 역시 신인시절에는 주전이 되고 싶었고, 주전이 된 뒤에는 ‘최다안타를 치고 싶다’, ‘타격왕을 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를 세우고 탈진할 때까지 뛰었다”고 설명했다.

이병규는 목표 달성을 위해선 장기적 관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전이 되고 싶은데 지금 당장 안 된다고 실망하지 않았으면 한다. 혹 개막전 엔트리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시즌을 포기하면 안 된다”며 “시즌은 길다. 1∼2번은 기회가 올 텐데, 그때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 주어진 시간 동안 필사적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주전도 괜히 주전이 아니라, 경험을 토대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준비한다”며 “비주전은 주전보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실력을 보여주면 처음에는 10∼20경기일 수 있지만 점차 50경기, 100경기로 늘어난다. 그렇게 점진적으로 주전을 꿰차야 하는 것이다. 멀리 내다보고 스스로 정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묵묵히 걸어가면 좋겠다”고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자신 역시 끊임없이 생존경쟁을 펼쳐온 ‘거목’이다.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불혹을 넘어선 노장의 울림 있는 메시지에는 새 시즌을 앞둔 스스로의 다짐은 물론 팀과 후배들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겨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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