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8타수 5안타 1홈런’ LG 이천웅의 이유있는 반란

입력 2016-04-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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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이천웅(왼쪽)이 2일 잠실 한화전 2회 볼넷을 고른 뒤 한혁수 1루코치와 주먹을 부딪치고 있다. 이천웅은 맹활약을 펼치며 ‘신바람 2연승’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스포츠동아DB

타자→투수→타자…우여곡절 인생
LG 육성선수에서 주전 우익수 꿰차
“반짝이 아닌 롱런하는 선수 되겠다”

하늘 천(天)에 뛰어날 웅(雄), LG 이천웅(28)은 ‘하늘에서 내려온 영웅’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물론 아직 144경기 중 2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그가 2016시즌 LG의 출발을 뜨겁게 달아오르게 만든 ‘숨은 영웅’이었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다.

이천웅은 1∼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개막전에서 타율 8타수 5안타(타율 0.625) 1홈런 2타점으로 펄펄 날았다. 1일 개막전에서 0-4로 뒤진 2회 터트린 추격의 2점홈런을 포함해 3안타로 맹타를 휘두르더니, 다음날에도 4타수 2안타로 기세를 이어갔다. 무엇보다 그라운드 위에서의 근성 있는 플레이가 돋보였다. 땅볼에도 전력질주로 내야안타를 만들어내는가 하면, 1루에서 살기 위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투지를 보여줬다. 남들에게는 허슬 플레이지만, 이천웅에게는 당연한 일이었다. 그에게는 자신에게 주어진 지금의 천금같은 기회를 놓칠 수 없다는 절실함이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천웅은 우여곡절 많은 야구인생을 살았다. 고려대 1학년 시절 타자에서 투수로 전향했지만 3년 내내 어깨가 아팠다. 투수로 빨리 정착하고 싶은 마음에 몸을 혹사해가면서까지 공을 던진 것이 화근이었다. 그래도 고집을 꺾지 않았다. 끝까지 투수를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2011년 육성선수로 LG에 입단했다. 프로에 들어온 뒤에도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어깨는 계속 아팠고, 결국 코칭스태프로부터 타자 전향을 권유 받았다.

이천웅은 투수를 포기해야 했던 그날을 “야구를 가장 하기 싫었고, 야구가 정말 미웠던 순간”이라고 떠올렸다. 타자 전향을 제안 받았을 때는 한숨도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유니폼을 오랫동안 입겠다”는 유일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현실을 받아들였다.

‘타자’ 이천웅은 경찰청에 입단하면서 조금씩 잠재력을 드러냈다. 2014년 타율 0.385로 퓨처스리그 북부리그 타격왕에 오르더니, 이듬해에도 0.373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군에서 제대한 뒤에는 더 이를 악물고 덤볐다. 지난해 마무리훈련부터 꾸준히 이천웅을 지켜본 LG 양상문 감독은 “군 제대 선수들의 투지가 좋다. 특히 (이)천웅이가 야구를 대하는 자세도 진지하고 근성이 있다. 우리 팀에 꼭 필요한 선수”라고 칭찬했다.

양 감독의 눈도장을 받은 이천웅은 개막전부터 주전 우익수 자리를 꿰찼다.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는 “개막전 엔트리에만 들자는 마음뿐이었는데, 경기 당일 선발라인업에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며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우황청심환을 찾았는데 없더라. 그래서 ‘이게 인생이다’라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갔다”고 밝혔다.

생애 첫 개막전 출전에 실수도 많았다. 공이 조명에 들어가면서 놓쳤고, 도루실패도 2번이나 했다. 한 번 잘하면 꼭 한 번 실수한다고 ‘미스&나이스(miss&nice)’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그러나 이천웅은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달려들고 있다. 그는 “(임)훈이 형이 공이 라이트에 들어갔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함께 훈련도 했다. (박)용택 선배님은 타격이 들쑥날쑥한 부분을 고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조언해주셨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난 지금 2경기 반짝 잘했을 뿐이다. 반짝이 아니라 시즌을 길게 보고 오랫동안 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렇게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잠실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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