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꾸준히 진화중인 KBS 단막극, 박수 받아 마땅하다

입력 2016-04-05 15:42: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KBS가 단막극의 생명력을 연장시켰다. ‘베이비시터’와 ‘페이지터너’를 각각 4부작, 3부작 편성하며 한 회로 끝나는 기존 단막극 형식에 변화를 줬고, ‘페이지 터너’를 통해선 크로스미디어를 시도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듯 KBS는 단막극이 나아가야할 활로를 개척했다.

KBS 단막극 드라마스폐셜은 SBS와 MBC 드라마 감독들도 응원하는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 성과를 내야하는 방송 산업으로서의 KBS는 수익성이 낮은 단막극의 존폐를 논해왔다. 그럼에도 KBS 단막극이 몇 번의 폐지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던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는 신인 감독, 작가, 배우를 발견하는 무대이자 다양한 장르를 실험할 수 있는 장(場)으로써의 단막극이 지닌 뚜렷한 가치 덕분이다.

사진제공=KBS

2016년 KBS가 선택한 첫 번째 단막극 실험대상은 4부작 ‘베이비시터’였다. ‘베이비시터’는 행복한 가정의 일상을 파고든 수상한 23살 베이비시터로 인해 겪게 되는 세 남녀의 복잡 미묘한 심리변화를 그려낸 미스터리 멜로물이다. KBS는 주중 밤 10시대에 대중성보다는 예술성에 방점을 둔 드라마 ‘베이비시터’를 편성했다. 특히 작품은 인물 관계 때문에 불륜 드라마로 오해받았지만 면면을 들여다보면 수작임에 틀림없다. ‘적도의남자’를 통해 감각적이고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였던 김용수 감독은 규격화된 TV 영상문법의 틀을 깨는 실험적이고 도발적인 영상미와 정교한 음악 배치로 눈과 귀를 신선하게 만들었다. 작품 곳곳에 ‘제인에어’와 ‘모파상’, 황지우의 시집 '게눈 속의 연꽃’ 등 문학작품들이 등장하고 이에 호응하듯 모던아트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화면이 극의 긴장감을 조성했다. 음악은 2012년 ‘적도의 남자’ 때부터 김 감독과 함께 한 박성진 음악감독이 담당했다. 각 포인트마다 가야금과 현악, 피아노 등 다양한 느낌의 음악으로 쫀득한 감정선을 절묘하게 살려냈다. 짧고 굵게 구성되는 단막극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시도다.

사진제공=KBS

KBS의 단막극 실험은 미디어의 영역을 넘어서까지 진행 중이다. 청춘 3부작 드라마 '페이지터너'는 KBS와 푹(pooq)이 함께한 크로스미디어 전략과 관련돼 있다. KBS 측은 "시청자들의 방송 시청행태 변화에 발맞추며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더 많은 시청자들이 즐길 수 기회를 줄 수 있다는 점과 향후 콘텐츠 제작, 유통, 소비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간다는 점에 있어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웹과 모바일을 통한 선공개 전략으로 온·오프라인에서 크게 주목받고 시청률 상승까지 이뤄내는 중이다.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에서는 법과 언론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로맨스와 적절히 조화해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보장받은 박혜련 작가를 비롯해 ‘페이지 터너’로 정식 데뷔하는 이재훈 감독, 김소현·지수·신재하·예지원·오광록 등 청춘 배우와 베테랑 연기자의 조합도 작품에 힘을 싣는다.

배경수 총괄프로듀서는 “KBS는 단막극에 그동안 투자해왔다. 3부작 드라마 '페이지터너'는 단막극 정신의 일환이다. 실험적인 시도"라며 "방송된 4부작 '베이비시터'도 원래 '페이지터너'와 같은 맥락에서 기획된 작품이다. KBS는 앞으로도 8부작 등 다양한 형식의 연작을 선보일 것"이라고 향후 계획을 말했다.

이와 관련해 KBS는 올 여름부터 단막극 드라마스페셜을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