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해준 “이제는 연기에 승부욕 생겼죠”

입력 2016-04-20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배우 박해준은 과거엔 “재능, 목표, 연기의 필요성”을 몰랐지만 2005년 이후부터 달라지기 시작했다. 연기에 대한 승부욕은 물론 “단 한 명의 관객에 대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영화 ‘4등’ 수영코치 광수역|박해준

술먹고 놀다가 자퇴까지… ‘꼴찌’ 같던 삶


재능만 믿은 끝에 좌절한 광수
과거 방탕했던 나의 삶과 닮아
체벌 장면 연기가 가장 힘들어
관객들이 좋은 기운 받았으면…


배우 박해준(40)은 2년 전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생’에 출연하면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드라마의 파급력은 상당했다. 박해준을 알아보는 사람은 물론 그를 찾는 영화와 드라마 역시 많아졌다.

하지만 자신의 실력을 처음으로 드러내 보인 때는 2012년 영화 ‘화차’이다. 악랄한 사채업자의 얼굴로 단 몇 차례 등장하는데도 영화 전체에 긴장을 불어넣었고, 활약은 이듬해 영화 ‘화이:괴물이 된 소년’으로도 이어졌다. 박해준은 그렇게 ‘미생’ 전부터 이미 준비된 배우였고, 실력을 드러내왔던 연기자였다.

13일 개봉한 ‘4등’(감독 정지우·제작 국가인권위원회)은 박해준에게 또 한 번 ‘변곡점’이 될 만한 작품이다. 영화는 그 자체로 완성도가 탄탄하지만 박해준이 아니었다면 분위기를 채우기 어려웠을지 모른다. 신기록을 내던 수영 유망주였지만 천재적인 재능을 지나치게 믿은 탓에 끝내 좌절한 주인공 광수가 그의 역할이다. 과거 영광을 뒤로하고 20여년이 흐른 뒤 초등학생 수영 코치로 근근이 살아간다.

박해준은 “광수를 보면서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광수의 아주 독특한 점은 뉘우침이 없다는 거다. 오만하게도, 자책이 없다. 앞으로 펼쳐질 상황과 문제를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자신의 잘못을 너무 모르고 있으니 오히려 연민이 생길 지경이었다.”

“신체적 고통을 덜 느끼게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촬영한 체벌 장면. 사진제공|정지우필름


영화는 수영이 좋아 선수가 된 초등학생 소년(유재상)과 그를 새로 지도하게 된 코치의 이야기다. 코치는 거센 체벌로 아이의 기록을 끌어올린다. 체벌 장면도 여러 번 나온다. 이를 연기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럴 때면 “신체적인 고통을 덜 느끼게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했다.

‘4등’의 광수만큼은 아니지만 박해준이 지금까지 보내온 시간도 결코 평범하지 않다. 배우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입학을 원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합격해놓고도 자퇴한 뒤 재입학한 ‘과거’가 있다.

“배우로서 재능이 없었다. 좋은 배우가 되겠다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뚜렷한 목표가 없었다고 할까. 왜 자퇴했느냐고? 술 마시고, 놀았다.(웃음)”

곧바로 입대한 박해준은 그제야 “연기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했다. 제대하고 다시 시험을 봐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 ‘05학번’으로 입학했다.

“나 때문에 학과 동기들, 후배들 사이에 소위 ‘족보’가 꼬였다. 졸업하고도 특별하지 않았다. 아주 작은 연극,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연기를 하며 지냈다.”

그러다 박해준은 이성민 등 실력파 배우들을 대거 배출한 극단 차이무에 들어갔고, 그렇게 연기의 진짜 ‘맛’을 알기 시작했다. 그는 “요즘에야 승부욕이 생긴다”고 했다. ‘4등’을 포함해 최근 ‘순정’, ‘미씽:사라진 아이’ 등 여러 영화에서 역량을 키우며 생긴 마음이다.

“‘4등’을 보는 관객이 몇 명일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단 한 명이라도 좋은 기운을 받아 극장을 나갔으면 좋겠다. 책임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겸손해지는 중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