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김경문 감독. 스포츠동아DB
NC는 시즌 출발이 썩 좋지 않다. 물론 아직 20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개막 전부터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터라 NC의 주춤한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러나 정작 NC 김경문 감독은 서두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금 당장이 아닌 멀리 내다보고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발걸음을 떼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1선발 에릭 해커다. 그는 올 시즌 한 경기 투구수가 110개를 넘긴 적이 없다. 첫 등판이던 1일 마산 KIA전에서는 85개만 던졌고, 13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89개를 기록했다. 가장 많이 던진 투구수는 24일 문학 SK전 105개였다. 김 감독은 “아직 시즌 초반”이라며 “현재 우리 팀 불펜이 좋다. 불펜들이 좀 더 던져주고 부하가 걸린다고 생각이 들면 그때 해커를 더 끌고 가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시즌은 144경기다. 7개월의 대장정을 가야하는데 이제 겨우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았다. 감독이라면 1경기라도 더 이기기 위해 확실한 카드를 내는 게 인지상정이지만, 김 감독은 그것보다는 시즌 전체 그림을 보고 팀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편을 선택했다.
이는 선발투수에만 해당하는 얘기가 아니다. 불펜 과부하를 막기 위해 연투도 지양하려고 한다. 김 감독은 22일 문학 SK전 6-5로 역전한 연장 11회 마무리 임창민 대신 박민석을 올렸다. 변칙운용이 아니었다. 이미 경기 전에 전날 35개의 투구수를 기록한 임창민을 출전명단에서 제외시킨 상태였다. 김 감독은 “(임)창민은 안 내려고 했다. 이번 기회에 박민석이라는 투수를 잘 보게 됐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효과는 바로 나타났다. 임창민은 26일 마산 NC전 8회 2사 후 마운드에 올라와 1.1이닝 2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1점차 승부를 지켜냈다. 9회 1사 1·2루의 위기를 만들기도 했지만 이후 2타자를 삼진 2개로 잡아내는 담대함을 보였다.
김 감독은 암을 극복하고 2군 경기(17일·22일)에 등판하고 있는 원종현에 대해서도 신중을 기했다. 원종현은 퓨처스 2경기에서 2이닝 2안타 3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구속도 되찾은 상태다. 그러나 김 감독은 “(원)종현이는 혹 무리할까봐 복귀는 올스타전 이후라고 못 박은 것”이라며 “지금 2군에서 공을 던지니까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4~5월은 투구수를 조금씩 늘려가고, 등판간격도 조절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다. 6월 중순쯤 1군에 합류시켜 마운드에 올릴지 결정하겠다”며 욕심을 내지 않았다.
마산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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