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바이브 “우리의 이야기를 우리가 만들고 노래한다! 이게 롱런의 비결”

입력 2016-04-27 10: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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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브, 사진|더바이브엔터테인먼트

주관적인 판단이긴 하지만, 그룹 바이브의 가장 큰 장점은 꾸준함이다.

실제 2000년대 초중반 가요계는 여러 보컬그룹이 등장하고 인기를 얻기를 받복했지만 십 수년이 훌쩍 지난 2016년 현재까지 별다른 부침없이 꾸준한 활동을 이어온 그룹은 바이브와 브라운아이드소울정도 뿐이다.

바이브의 이런 꾸준함은 2016년에도 확인할 수 있다. 4월 21일 바이브는 정규 7집 'Repeat'를 발매하고 여전히 왕성한 창작 능력과 변함없이 빼어난 보컬을 들려주고 있다.

그렇다보니 필자에게 있어 바이브에 대해 가장 궁금한 점은 '보컬그룹의 입지가 점점 줄어드는 요즘 가요시장에서도 데뷔 15년차를 맞이했어도 꾸준히 완성도 있는 음악을 만들어내고 인기를 유지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였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술이야', '미워도 다시 한 번', '사진을 보다가', '그남자 그여자' 등등 바이브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메가 히트곡의 존재와 자타가 공인하는 가창력 등을 그 이유라고 볼 수 있겠지만, 정작 윤민수는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던 건 가창력이나 이런 거 같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이어 "옛날부터 우리는 우리 음악을 만들어왔다. 꾸밈없이 가사를 써왔고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해왔다. 그런 것을 내놓았을 때 사람들이 궁금해하기 때문에 그렇다"라고 밝혔다.

류재현 역시 "싱어송라이터기 때문에 그렇다. 우리가 단순한 보컬그룹이었다면 롱런하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가 직접 생산을 하고 또 직접 부르니까 그런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또 윤민수는 "정규앨범을 내는 것도 그런 이유다. 요즘 아이들과 이야기하는 게 무조건 곡을 쓰고, 가사를 쓰라는 것이다. 술자리에 있다가도 뭐가 괜찮으면 적어두고,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 작곡이 안된면 가사라도 써야 한다. 그게 롱런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생각한다. 지코처럼 최근에 주목받는 가수들도 다 자기 곡을 쓰는 사람이지 않나"라고 자신의 노래에는 자기의 이야기를 담아야한다는 철학을 밝혔다.

류재현, 사진|더바이브엔터테인먼트


바이브의 정규 7집 'Repeat'가 재미있는 건 이 부분이다. 'Repeat'에는 EXO의 첸이 처음부터 끝까지 가창한 '썸타'와 같은 곡이 수록됐으며, '열정페이'도 씨엔블루의 정용화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큰 편이다.

심지어 타이틀곡인 '1년 365일'도 류재현이 "댓글을 봤는데, '거미가 부릅니다. 1년 365일'이라고 하더라"라고 털어놓을 정도로 피처링 참여자의 비중이 크다.

물론 이전부터 바이브는 꾸준히 여러 가수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해왔고, 이런 과감한 파트 배분도 이번 앨범의 일부 곡에 한정된 이야기이긴하지만, 바이브 음악에 또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는 점에서 주의깊게 지켜볼만 하다.

류재현은 "'썸타'는 원래 우리가 부르려고 했는데, '썸을 탄다'는 이야기를 아저씨들이 부르기 좀 어색했다. 그래서 새로운 음악을 하면서 젊은 피를 섭외 해보자라고 했었다. SM 스테이션으로 콜라보레이션을 하다가, 이례적으로 SM 스테이션의 곡이 우리 앨범에 들어왔다. 아니나다를까 첸이 부르는 게 상큼하더라. 윤민수가 부르면 썸이 너무 슬퍼질 거 같았다"라고 설명했다.

윤민수 역시 "내가 부르려고 하기도했다. (내가 불러서)다른 느낌의 썸을 얘기해볼까 생각하기도 했는데, 어떻게 해도 첸이 부른 느낌이 훨씬 좋더라"라며 "피처링은 음악에 맞춰서 다 섭외를 한 거다. 첸도 노래를 엄청 잘하더라. 우리가 그 세대 노래를 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어울리는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섭외한 거다. 다행히 생각한대로 섭외가 돼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라고 음악의 느낌을 살리기 위한 선택들이었음을 설명했다.

어찌보면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변화를 위해 바이브는 많은 성찰과 고민을 거쳐왔다.

윤민수는 "요즘에 음악들이 EDM이나 힙합도 있고, 많이 그렇다보니 우리같은 음악은 진부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런데 샘 스미스나 아델은 전세계 히트를 하지 않았나. 조금 힘들 때 그런 음악이 되는 거 보고 그냥 열심히 하면 되겠구나 싶었다"라고 말했다.

류재현도 "변화에 대한 시작점을 알리는 앨범이다. 좀 더 어린층까지,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음악을 하자, 머리쓰지 말고 노래를 만들자 그런 앨범이다. 사실 머리쓰지 않고 노래를 만들면 여러가지 제약이 발생한다. 제약이 있는 음악을 하려다보니 피처링도 해보고, 음악적인 새로운 시도도 하고 그런 거다. 변화의 시도를 많이 알아줬으면 했다. 다행히 많이 알아봐주더라"라고

이어 윤민수는 "그냥 편하게 들어줬으면 좋겠다. 우리도 많이 내려놓았다"라고 듣기 편한 음악을 위해 노력했음을 알렸고, 류재현은 "창법이야 달라지겠지만 감성은 같은 거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이런 거다. 완전 새로운 음악을 했을 때는 망할 확률이 크더라. 변화의 시작이 초점이긴 한데, 조금씩 가져가 보겠다는 생각이다.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우리가 표현할 수 없는 곡들을 그들이 소화하고, 우리가 표현이 안되는 부분에 대한 해결점을 잡았다"라고 바이브의 변화를 편안하게 감상하고 즐겨줄 것을 당부했다.

윤민수, 사진|더바이브엔터테인먼트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바이브의 롱런은 우리가 사는 이야기를 직접 노래로 만들고 부르면서도, 그 이야기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변화와 시도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은 결과물이다.

디스코그라피가 쌓여 갈수록 그 자체가 바이브라는 그룹의 자서전이 되고있는 셈으로, 이렇게 보면 이들이 디지털 시장에서도 풀사이즈 앨범을 고집하는 이유가 납득이 가기도 한다.

류재현은 "소비형태도 많이 바뀌었고 (풀사이즈 앨범은)우리도 역행이라고 생각한다. 아깝기도 하고, (사람들이)노래를 듣는 시간이 예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 그래도 아직 전통방식의 대장간이나 방앗간이 남아있는 것처럼, 우리도 앨범을 고수하는 건 있다. 꼭 그게 장인정신이라기 보다, 우리가 데뷔할 때가 테잎과 디지털이 공존하던 시대다보니 그냥 그렇게 해야된다는 기분이다. 신문도 지면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갔지만 신문을 아예 안 찍는 건 아니지 않나"라고 싱글을 내지 않는 이유를 밝혔다.

또 윤민수는 "싱글 한 곡에는 우리의 마음을 다 표현 할 수 없다. (앨범을 내면)사람들이 나중에 찾아들을 수도 있고 하나씩 꺼내 듣는 그런 느낌이 있다. 하지만 싱글은 말 그대로 던져놓으면 없어지는 거 같다. 그거야말로 진짜 소모되는 거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게(앨범을 내는 게) 음악을 오래할 수 있다고 본다. 같이 늙어갈 수도 있고..."라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바이브가 무조건적으로 디지털 시장을 고려하지 않고 음반 시장에 맞춘 작업형태를 고수한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류재현은 "디지털 싱글을 너무 하고 싶다. 정규는 너무 힘드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싱글을 내면 조금 더 자유로워질 거라는 생각은 있다. 꼭 판매를 말하는게 아니라 음악적으로 그렇다. 디지털 싱글이 아니라도 기획음반이나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의 형태도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의 행보는 그렇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류재현은 "나타나고 사라지고 하는 게 맞는 거다. 외국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형태다. 소비형태가 디지털이 되면서 금방 잊혀지고 사라지고 그렇게 되더라. 그게 지금 현실에 맞는 거다. 거부한다고 해서 막아지는 게 아니다. 지금은 발빠르게 새로운 뮤지션과 노래가 나오며서 시장은 더 그렇게 바뀌고 있다. 그게 싫다고 말해도 설득력이 없다. '바이브는 이런 기획으로 나가볼게요'하는 게 개선점이 될 거 같다"라고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결합된 바이브를 예고했다.

‘Repeat’, 사진|더바이브엔터테인먼트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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