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터시티 라니에리 감독(오른쪽).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구단주가 태국인…국민구단 인기
1990년대 후반 국내에선 ‘박찬호 열풍’이 거세게 불었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였던 박찬호는 1997년부터 2001년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는 등 LA 다저스를 대표하는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당시 경제위기를 겪고 있던 국내에서 박찬호의 존재는 한국인의 자존심이자, 스트레스를 날리는 해방구였다. 박찬호의 소속팀 다저스를 ‘우리 팀’으로 부르는 이들도 적잖았다. 그가 선발등판하는 날에는 학교, 역 등 곳곳에서 TV 중계를 볼 수 있었다. 자국선수가 세계 최고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이렇듯 온 국민에게 기쁨을 안긴다.
올해는 일본과 태국 축구팬들이 레스터시티의 승리를 통해 희열을 느끼는 특권을 누렸다. 레스터시티에는 일본국가대표 공격수인 오카자키 신지(30)가 뛰고 있다. 2011년 시미즈 S펄스에서 독일 분데스리가 슈투트가르트로 이적한 오카자키는 마인츠를 거쳐 지난해 7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레스터시티 유니폼을 입었다. 레스터시티 이적은 오카자키에게 최고의 선택이었다. 그는 이적 첫 시즌 EPL 34경기에 출전해 5골을 터트리면서 우승의 주역이 됐다. 많은 골은 아니지만, 특유의 많은 활동량을 뽐내며 수비에도 적극적으로 가담해 팀에 크게 기여했다. 닛칸스포츠, 산케이스포츠 등 일본 매체들은 3일 레스터시티의 우승 소식을 특집으로 일제히 대서특필했다. 일본 축구팬들에게는 오카자키가 뛰는 레스터시티가 ‘우리 팀’인 셈이다. 일본선수로는 과거 가가와 신지(도르트문트)와 이나모토 준이치(콘사도레 삿포로)가 각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아스널에서 EPL 우승을 경험했지만, 둘 다 팀의 주축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일본 축구팬들에게는 오카자키의 활약과 레스터시티의 우승이 더욱 특별했다.
태국도 들썩였다. 태국에선 오래전부터 EPL이 큰 인기를 누려왔지만, 레스터시티의 우승이 각별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레스터시티 구단주 비차이 스리바다나프라바가 바로 태국인이기 때문이다. 이번 우승 전부터 태국에서 레스터시티는 ‘국민구단’으로 불릴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레스터시티 현지에 태국 취재진이 몰린 것도 이 때문이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