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문호가 ‘부상’ 오승택 챙긴 사연

입력 2016-05-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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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김문호-오승택(오른쪽). 스포츠동아DB

롯데는 10일 넥센전이 우천 순연된 덕분에 오랜만에 휴식을 하루 더 연장할 수 있었다. 시간이 넉넉할 상황이라 롯데 ‘대세타자’ 김문호(29)에게 취재진의 인터뷰 요청이 쇄도한 모양이었다. 그러나 김문호는 ‘내일 했으면 좋겠다’고 정중히 사양한 뒤 사직구장을 빠져나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김문호가 오래 전부터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사직 경기가 비가 내려 못 하게 되면 꼭 저녁을 먹자”는 다짐을 해뒀던 것이다. 그 대상은 후배 내야수 오승택(25)이었다. 오승택은 개막 후 불과 일주일만인 4월8일 사직 삼성전에서 자신이 친 파울타구에 맞아 왼쪽 정강이뼈가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롯데 조원우 감독 취임 이래, 오승택은 스프링캠프와 시범경기를 거치며 주전 유격수감으로 중용됐다. 약점으로 지적된 수비 능력도 많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한순간의 부상 탓에 모든 것이 정지됐다. 의학적 소견에 따르면, 빨라야 후반기에 복귀할 수 있다.

부산 광안리 고깃집에서 김문호와 만난 오승택은 다리에 깁스를 한 상태라 거동이 편치 않은 상태였다. 4월1일 개막 시점까지만 해도 김문호는 1군 엔트리에 진입조차 하지 못한 선수였다. 반면 오승택은 주전 유격수 1순위였다. 한달여가 흐른 현 시점에서 두 선수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진 셈이다. 김문호는 10일까지 타율 0.438 최다안타(49안타) 출루율(0.508)에 걸쳐 3개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롯데의 좌익수 공백을 말끔히 지웠다.

우쭐할법도 하건만 여전히 초심을 잃지 않고, 아끼는 후배부터 챙기고 있었다. 11일 넥센전에 앞서 만난 김문호는 “(오)승택이가 선배들한테 정말 잘한다. 지난해 11월 대만 마무리캠프 때 같은 방을 썼는데 그때 참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김문호가 오승택을 각별히 챙긴 또 다른 이유는 자신도 부상의 아픔을 겪어봤기 때문이다. 2013년 5월 기습번트 후 1루로 전력질주하다 베이스에 발이 걸려 발목이 돌아가 버리는 큰 부상을 경험했다. 그래서 오승택의 아픔이 남일 같지가 않다. 그래도 김문호는 “나도 다쳐보니 거기서 배운 것들이 있었다. 그런 생각들을 오승택에게 전해준 저녁이었다”고 쑥스럽게 웃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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