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조영남. 동아닷컴DB
화가로도 활동하는 가수 조영남의 그림을 두고 ‘대작(代作)’ 논란이 빚어졌다.
강원도 속초에 사는 무명화가 S씨가 “2009년부터 7년간 조영남의 그림을 90%정도 대신 그려준 작품이 300점에 이른다”며 수사를 의뢰해 춘천지검 속초지청이 16일 조영남 서울 사무실과 갤러리 등 3곳을 압수수색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검찰은 사기 여부를 수사할 것으로 전해졌다. 조영남 소속사 미보고엔터테인먼트 장호찬 대표는 17일 “작품의 90%를 그렸다는 S씨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일부 화투 작품에서 도움을 받았지만 모두 조영남의 창의력이 발휘된 작품들이다. 조영남이 제시한 샘플을 S씨가 그대로 그리거나, 조영남의 밑그림에 S씨가 채색하고, 이를 조영남이 다시 완성하는 식이었다”고 항변했다. 논란의 당사자인 조영남은 “국내외 작가들이 대부분 조수를 쓰고 있으며, 이는 미술계의 관행”이라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이를 바라보는 미술계의 시각은 엇갈리고 있다.
미학 전공자인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날 SNS를 통해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콘셉트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꽤 일반화된 관행”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전문가들은 대체로 “조수를 쓰는 경우가 있지만, 관행이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홍경한 미술평론가는 “‘관행’이란 말은, ‘대부분 그러하다’는 의미여서 부적절한 표현”이라며 “조수를 쓰는 경우라면 전시를 앞두고 물리적 여유가 없을 때인데, 이를 정기적으로 쓰는 것은 괜찮은가” 되묻고 “진정한 작가라면 소신으로 모든 과정을 자신이 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작 논란을 넘어 더욱 본질적인 의문을 제시하는 전문가도 있다. 정준모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미니멀리즘이나 팝아트의 작품에선 (공정상)조수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조영남의 작품이 그 범주에 있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