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음악방송은 어떻게 1%시청률에도 ‘갑’이 됐는가

입력 2016-05-22 10: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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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뱅크, 사진|KBS

'1.1%, 2.2%, 2.6%', 지난 5월 13일~15일 방송된 KBS2 '뮤직뱅크'와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의 시청률(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이다.

음악 순위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1~2%대를 오가며 '애국가 시청률'로 불리는 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시청률이 당연시 되어버린 지 오래된 이 마당에도 아무런 변화의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각 방송사들의 태도는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현재 음악방송의 문제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출연진'에 관한 것이다.

아이돌 일변도의 출연진은 매번 지적되는 사항이지만, 각 방송사들은 '현재 인기 있는 가수들을 출연시킨다'는 핑계로 여전히 아이돌로만 출연진을 구성하고 있다.

아이돌 그룹은 대부분 10대~20대 초반의 연령대에서 선호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TV를 주로 시청하는 중장년층은 순위 프로그램을 멀리 하게 되고, 이는 다시 시청률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성인 가수들이 주로 출연하는 '가요무대'가 매회 10% 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그렇다고 순위 프로그램에 인기 아이돌이 모두 출연하는 것도 아니다. 제 아무리 인기가 있어도 타 방송사의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은 출연진에서 배제 되고, KBS의 경우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을 출연시키지 않는 것은 공공연연한 비밀이다.

특정 가수의 반복 출연도 프로그램에 대한 흥미를 떨어트리고 있는 주요 요인이다.

5월 13일 '뮤직뱅크', 5월 14일 '쇼! 음악중심', 5월 15일 '인기가요'의 라인업을 살펴보면 티파니,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남우현, 세븐틴, 러블리즈, 스테파니, 믹스, NCT U가 세 방송에 모두 출연했고, V.O.S와 에이프릴, 두스타, 업텐션, 라붐은 두 개의 방송에 출연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가수들이 3~4주 정도의 활동을 이어가기 때문에 이런 엇비슷한 라인업은 3~4주 동안 이어지곤 한다.

어느 방송이나 비슷비슷한 출연진이 등장하는데다가 이것이 3~4주씩 반복되니 시청자의 입장에서는 꼭 어느 한 방송을 봐야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게 당연하다.

또 '너무 많은' 출연진은 방송의 퀄리티를 떨어트리고 있다.

13일 방송된 KBS2 '뮤직뱅크'에는 티파니, 남우현, V.O.S, 세븐틴, 러블리즈, 에이프릴, 믹스, 스테파니, 베리굿, VAV, 방탄소년단, TWICE, 업텐션, 라붐, NCT U, 볼빨간사춘기, 데프콘, 김완선, 히스토리 등 총 19팀의 가수가 출연했다.

현재 '뮤직뱅크'의 방송 시간은 약 90분으로, 모든 출연진이 끊임없이 무대를 펼친다고 해도 산술적으로 각 팀당 약 4.7분의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또 실제 방송은 무대 중간 MC 타임과 인터뷰 타임이 존재하며, 일부 컴백 가수는 2~3곡의 무대를 선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태반의 출연자들이 2분 내외로 무대를 마쳐야 한다.

쇼! 음악중심, 사진|MBC


보통 노래 한곡의 런닝 타임이 3~5분 정도라고 볼 때 현재 '뮤직뱅크'에서는 완곡 무대를 보여줄 수 없다는 뜻이다. 결국 출연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노래의 기승전결을 무시한 채 무대 시간에 맞춰 새롭게 편곡해야 하고, 이는 대부분 완성도 하락으로 이어진다.(여담으로 후크송이 많이 만들어지는 이유가 이와 같은 방송 시스템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너무 많은 출연진은 육체적 피로를 가중시키기도 한다. '뮤직뱅크'를 예로 들면, 그날의 출연자들은 드라이 리허설과 카메라 리허설, 두 번의 리허설을 거친 후 본 방송에 올라가며, 리허설은 오전 8시를 전후로 진행된다.

이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뮤직뱅크'의 출연자들은 이르면 오전 3~4시, 늦어도 오전 6시부터는 메이크업을 받아야 하며, '뮤직뱅크'에 도착해서는 방송이 끝나는 오후 6시 30분까지 현장에 머물러야 한다. 결과적으로 2분 남짓의 무대를 위해 12시간이 넘는 대기시간을 거쳐야 하는 셈이다.

중간 중간 다른 스케줄을 소화하거나 외부에서 휴식을 취하고 오는 경우 도있지만, 방송이 끝나기 전까진 '뮤직뱅크'에 매여있다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설령 사전녹화를 진행했다고 하더라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 엔딩 무대는 차치하더라도 '뮤직뱅크'에서는 방송이 끝난 후 스태프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관례가 이어지고 있으며, 이때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다시 방송국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렇다면 이런 많은 문제점과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기획사들이 출연을 위해 애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방송 노출이 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이다.

사실 정말 인기가 높은 가수의 경우 방송 출연은 그저 팬서비스 차원일 뿐이지,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신인이나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은 가수들에게 음악방송은 TV를 통해 자신들의 이름을 알릴 수있는 거의 유일한 창구이기 때문에 출연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또 일단 음악방송에 출연을 하고 나면 그 무대는 기록으로 남아, 국내외 행사 등에 참여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점도 음악방송 출연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이다. 그리고 이 유일성과 출연을 기다리는 여러 그룹들은 1% 대의 저조한 시청률에도 음악 방송이 '섭외'가 아니라 '간택'을 하는 '갑'으로 군림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이 밖에도 문제점을 따지자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현재 국내 음악 순위 프로그램은 기형적인 형태이지만, 타성에 젖어버린 방송사들은 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 관계자는 "음악방송에는 광고가 붙지 않는다. 사람들이 보지를 않는데 누가 광고를 하겠는가"라고 지적한 바 있다. 광고는 프로그램의 대외적인 입지를 가장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표로, 이것이 현재 음악방송이 놓인 처지이다.

다만 권력에 취해 갈라파고스화 돼 버린 방송사에게는 들리지 않은 이야기겠지만 말이다.

인기가요, 사진|SBS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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