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M83 첫 내한공연, 몽환적이면서 선명했던 ‘압도적 시간’

입력 2016-05-25 10: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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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83,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M83,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시간을 되돌려 지금이 2016년 5월 24일이고, 당신에게 대한민국의 어디든지 갈 수 있는 프리패스가 단 1장 쥐어졌다고 치자. 또 당신이 이 프리패스를 이용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즐겁게 보내 싶어 고민 중이라고 한다면, 무조건 M83 내한공연을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날 M83의 공연은 그만큼 대단했다.

M83은 2016년 5월 24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첫 내한 공연을 개최했다. 오프닝 밴드 WYM의 공연으로 살짝 고조된 분위기 속에서 2300여 관객들은 M83의 등장을 기다렸고, 30여분의 무대 셋팅을 거쳐 오후 8시 50분, 암전과 함께 M83이 무대 위에 등장했다.

'REUNION'으로 시작된 이날 공연은 'OUTRO'까지 15곡의 정규 무대와 'FOR THE KIDS', 'COULEURS', 'LOWER'의 앙코르까지 총 18곡이 펼쳐졌다. 그리고 이 18곡이 펼쳐지는 동안 M83은 한 포탈 사이트에서 '궁극의 사운드'라고 표현한 것이 전혀 과장이 아니란 걸 제대로 보여주었다.

사실 M83은 'MIDNIGHT CITY'가 광고음악으로 삽입돼, 국내에서도 히트를 했다곤 하지만 약간은 낯설게 느껴지는, 혹은 마니악적이라고 여겨지는 밴드이기도 하다. 사운드나 무대 분위기와 비주얼, 공간감 등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첫 내한임에도 비교적 소규모의 공연장에서 개최됐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런 경향은 M83의 음악을 장르적으로 설명할 때 더욱 심해지는데, 앰비언트나 슈게이징, 뉴웨이브, 퓨쳐팝, 드림팝 등등 마니아층이 아니면 쉽게 듣지 못했던 장르들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야구에서 투수가 커브와 슬라이더, 체인지업, 패스트볼 등 제아무리 다양한 구종을 던진다고 해도, 투수는 던지고 타자는 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 것처럼, M83이 만드는 음악도 사람들이 듣고 즐기기 위한 것이라는 본질은 변함이 없다.
M83,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M83,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그리고 실제로 M83은 이날, 장르적인 사전 지식이 없이도 자신들의 음악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걸 제대로 보여주었다.

스튜디오 앨범으로도 평단의 극찬과 팬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 M83이지만, 라이브 무대는 앨범과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 M83의 음악들은 얼터너티브 록으로 들어도, 신스록으로 들어도, 그리고 이것을 합한 또 다른 장르로 들어도 제각각의 재미가 있으며, 이는 스튜디오 앨범보다 라이브 무대에서 더욱 도드라졌다.



신디사이저 루프와 그위에 더해지는 각종 이펙트들이 만들어내는 몽환적인 사운드는 우주 저편의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느낌을 선사했고, 터프한 드러밍과 기타 사운드, 건반을 부서져라 내리치는 안토니 곤잘레즈의 퍼포먼스는 90년대 대형 록 페스티벌 한가운데 서 있는 느낌이 들게 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는 유려한 색소폰과 블루지한 건반이 튀어나오며, 그 자리를 순식간에 유쾌한 재즈바로 탈바꿈 시키기도 했다.

더욱 재미있는 건 이 모든 것이 하나로 더해졌는데도 완벽한 밸런스를 유지하며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다. M83의 음악을 설명할 때 '절묘한'이라는 표현이 빠지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몽환적이면서 선명했고, 강력하면서 유려한, 상상이 현실이 된 압도적 라이브였다.

다시 말하지만 2016년 5월 24일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 있었던 2300여명의 관객은 그 순간 대한민국에서 그 누구보다도 즐거운 시간을 보낸 행운아였다.

이건 과장이 아니다. 명백한 사실이다.
M83,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M83, 사진|라이브네이션코리아


●이하 셋리스트

Reunion
Do It, Try It
Steve McQueen
We Own the Sky
Intro
Walkway Blues
OK Pal
Bibi the Dog
Road Blaster
Wait
Oblivion
Go!
Midnight City
Echoes of Mine
Outro

-Encore:

For the Kids
Couleurs
Lower Your Eyelids to Die With the Sun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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